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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의식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둘 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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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Nov 17. 2024

열기구

팔 시네이 메르세

스트레스 가득할 때 이 그림을 보세요.

잠시 스트레스 없는 여행을 떠납니다. _<매일 그림, 날마다 여행> 中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Pál Szinyei Merse <Léghajó>, (1878)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878년, 당시 헝가리 미술계에서 외면당하고 결혼생활에 힘들어하던 메르세는 자신과 같이 뮌헨 예술대학에서 미술 공부를 하다 파리로 유학 간 친구 오르세로부터 (독일어로 된) 한 장의 편지를 받습니다.

"Mers, komm so schnell wie möglich nach Paris. Die Welt verändert sich schneller, neuer, höher. Ich werde auf dich warten. Dein Freund Orese."

"메르세 빨리 파리로 와. 세상은 더 빠르게, 더 새롭게, 더 높이 변하고 있어. 기다릴게. 친구 오르세."

메르세는 1873년 파리 여행이 생각났습니다. 당시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의 그림을 처음 보고 받은 충격. 편지를 든 손이 떨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습니다. 툭 (떨어진) 초대장을 발견합니다. '제7회(1878) 파리 만국 박람회'. 메르세는 즉시 전보를 칩니다.

다음날 아침. 작은 여행 가방과 스케치북, 연필만 챙겨 부다페스트 역에서 기차를 타고 파리로 향합니다. 가족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첫날은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고, 이튿날은 스위스를 지나갑니다. 3일 차 프랑스 리옹에 도착. 4일 차 파리에 도착합니다. 오랜 기차여행에 몸은 지쳤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기차에 내리자 발 디딜 틈도 없이 빽빽이 들어찬 인파, 사람들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엄청난 에너지 소용돌이에 메르세는 현기증을 느낍니다.

낯익은 얼굴. 멀리서 중절모를 흔들며 밝은 표정으로 등장한 오르세. 플랫폼은 수많은 인파와 기차 소리로 시끄러웠지만 (억센 악센트의 독일어로) 크게 말합니다. "파리에 온 것을 환영하네 친구". 함께 중앙역을 빠져나오자 한숨을 돌린 메르세. 고개를 들자 하늘을 가득 채운 색색의 풍선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파리의 하늘엔 항상 풍선이 가득한가?"

갑자기 멈춰 선 오르세. 메르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합니다.

"열기구야 열기구. 멋지지!"

1. 메르세는 기술(과학) 발전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 것을 믿었고, 사진, 증기 기관차, 전화, 전기, 열기구 등 신기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가올 새로운 세기, 20세기(1900년)에는 하늘을 나는 탈것을 타고, 바다를 건너고, 아프리카, 남북극, 아시아를 여행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2. 하늘에 떠있는 열기구를 보자 그의 머릿속은 다채로운 상상이 솟아올랐습니다. (솜사탕) 구름을 만지거나 떼어먹는 상상. 새들과 경주하는 상상. 하늘에서 내려다 본 고향을 상상. 알프스 산 정상을 열기구를 타고 정복하는 상상. 열기구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상상 등.

3. 자유. 모험. 경외. 새로움. 무중력. 이 모든 것은 하나에서 나옵니다. 열기구. 열기구는 '상상'의 구체화된 형상 같았습니다. 메르세는 상상이 고갈됐다 싶으면 검지로 하늘에 떠있는 열기구를 찌릅니다. 터진 열기구에선 상상이 쏟아져 내립니다. 상상에 흠뻑 젖은 메르세. 삶은 동화 같고, 재미있고, 마법 같습니다.

4. 스케치를 끝낸 메르세는 스케치 뒷면에 (연필로) 감상을 납깁니다.

"삶이 각박해지고, 걱정이 많을수록 시선은 아래로 향한다. 하늘을 보자. 열기구를 상상하자. 상상은 마법. 삶을 즐기는 법"

* 화가 - 팔 시네이 메르세Pál Szinyei Merse (1845 – 1920, 헝가리)

+ 전기(1845-1872)

팔 시네이 메르세는 1845년 헝가리 혁명을 지지한 옛 귀족 가문에서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대한 재능을 보였으며, 부유한 가정의 지원을 받아 1864년부터 뮌헨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합니다. 메르세는 독일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에 영향받습니다.

1870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자 메르세는 제노바로 이주하였고, 머물려했으나 1872년 아버지의 권유로 헝가리에 돌아옵니다. 이듬해 결혼하지만 재정 문제로 그림 그리기 어렵게 됩니다.

+ 중기(1873-1904)

1873년 파리를 여행한 후, 메르세는 인상주의에 깊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의 작품은 보다 밝은 색채와 자연광을 강조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1873년 그린 <5월의 소풍(Picnic in May)> 이란 작품은 자연 속에서의 평온한 일상을 담고 있으며, 당시 헝가리 화단에서는 매우 혁신적 스타일이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 개인적 고난도 많았습니다. 메르세의 새로운 스타일은 당시 인정받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가정사로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해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Pál Szinyei Merse <5월의 소풍Picnic in May>, (1873) 출처: Wiki

+ 후기(1905-1920)

그의 작품은 점차 인정받기 시작합니다. (1902년 한쪽 눈을 잃지만) 꾸준한 작업을 하였고, 1912년 헝가리 에른스트 미술관에서 메르세의 최대 규모 회고전이 열렸고, 헝가리 성 스테판 훈장도 받습니다. 메르세의 후기작은 보다 성숙하고 안정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한편, 1905년부터 헝가리 국립 미술학교 학장이었던 메르세는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활발한 교육 활동을 해오다 1920년 (75세)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헝가리 미술 비평가들은 메르세의 인상주의 스타일이 당시 헝가리 예술계의 전통과 맞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메르세 작품에서 사용된 밝은 색채와 자연광을 강조한 기법은 당시 헝가리 보수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또한 메르세의 일상생활의 한가로운 장면이나 자연 속 풍경은 가볍고 심도가 없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낭만주의 감수성

메르세의 초기 작품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의 영향으로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자연을 이상화하여 표현하였고, 부드러운 색채와 세밀한 디테일로 낭만적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 인상주의 접근

파리에서 인상주의를 접하고, 메르세의 스타일은 큰 변화를 겪습니다. 밝은 색채와 자연광을 강조한 기법을 사용하였고, 순간적 인상을 포착하는데 중점을 둡니다.

3. 심화된 주제와 감정

후기 메르세 작품은 예술적 성숙을 반영합니다. 밝은 색채와 자연광을 유지하면서 보다 안정되고 균형 잡힌 구성을 보여줍니다.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 더 깊은 주제와 감정을 담습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19세기 후반. 당시 헝가리 보수 미술계에서는 전통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 무난한 느낌의 작품들 아닐까 생각됩니다. 꾀쐬뇜Köszönöm(헝가리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