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몬 카사스
카사스의 작품 중에는 비슷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인의 누드 화가 몇 점 있습니다. 눈부신 여인의 몸이 19세기 후반이 되면 그림 속에서 점차 분해되기 시작하죠. 웅크리고 있는 여인의 몸은 마치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는 자세와 비슷합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카락과 여인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도 마치 태초의, 원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인의 머리 주변에 붉은 점 몇 개, 화가의 의도였을까요?
순간 여인이 꿈틀거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_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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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 하루키 감상
두 차례 파리 유학을 다녀온 카사스. 1890년 바르셀로나로 돌아옵니다. 카사스는 유학 시절 공부가 끝나면 매일 몽마르트 거리에 있는 유명한 카바레 '르 샤 누아르Le Chat Noir(검은 고양이)'에 갔습니다. 이곳에는 르누아르, 피사로, 드가, 툴루즈 로트레크 등을 볼 수 있었고, 그들과 인사와 가벼운 농담을 나눴습니다. 파리의 시인, 문학가, 음악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압생트를 마시며, 줄담배를 피웠고, 카바레의 연주와 공연에 취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 날 카사스는 혼잣말을 합니다.
"고향 바르셀로나에 돌아가면 반드시 '르 샤 누아르Le Chat Noir' 같은 카페를 만들 거야!"
바르셀로나로 돌아온 카사스는 그해 파리에서 함께 유학한 친구 세 명을 설득해 프랑스의 카바레와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를 열기로 약속합니다. 이듬해(1891년) 카사스와 친구들은 카페를 엽니다. '엘스 콰트레 가츠Els Quatre Gats(네 마리 고양이)'. 바르셀로나에서는 처음 보는 형태의 카페로 바르셀로나의 화가, 음악가, 시인, 문학가들은 열광했습니다. 매일 수많은 예술가로 북적였고, 교류의 장이 됩니다.
7월, 바르셀로나의 깊은 밤. 카사스는 시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음악, 시, 사랑에 대한 주제로 한참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열린 창밖으로 이상한 인기척을 느낀 카사스는 고개를 돌립니다. 한 여인이 비틀거리면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발견합니다.
밤 11시를 넘긴
검은 어둠 속에서 살색 빛.
거의 벌거벗은 몸
160cm도 안되어 보이는 키,
어깨까지 내려온 산발한 흑발의 여인
. . . 맨발입니다.
여인은 카사스 눈앞에서 쓰러집니다. 가만히 굳어 갑니다.
카사스는 정신을 차리고 여인에게 다가가 겉옷을 벗어 여인의 몸을 덮습니다.
여인을 일으키려 부축했지만,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여인의 얼굴은 머리카락
때문에 보이지 않았고, 차가워진 체온과 가늘게 뛰는 심장 박동이 느껴졌습니다.
&
1. 주변 사람들은 의사와 경찰을 불렀고, 카사스는 동그랗게 말려 있는 여인에게 계속 말을 걸었습니다. 몸이 너무 딱딱해진 것 같아 팔다리를 주물렀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한참 씨름하는 동안, 경찰과 의사가 동시에 도착합니다. 의식을 잃은 나체의 여인을 진찰한 의사는 생명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경찰은 여인을 들쳐 매고 병원으로 향합니다.
2. 카사스는 정말 이상한 일이다라는 생각을 하다 갑자기 혼잣말을 합니다.
"여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3. 급히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엘스 콰트레 가츠Els Quatre Gats를 나와 작업실로 향합니다. 작업실에서 혼자가 된 카사스는 좀 전에 있었던 일을 반복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립니다. 의식을 잃고 나체로 동그랗게 말려 있던 여인의 이미지. 서서히 의식의 심해 빛이 닿지 않는 의식 속으로 끌려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일 얼굴을 확인하자"
4.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먼저 어둡고 희미한 구의 공간을 그립니다. 이어서 동그랗게 말린 여인을 그립니다. 머리를 그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얼굴 전체를 가립니다. 여인이 누운 자리는 마른풀들이 어지러이 눕혀져 있습니다. 붉은 점 몇 개를 찍습니다.
나체의 여인. 덩어리, 마치 영혼을 그린 것 같습니다. 영혼의 웅크림은 12~13주 차 태아의 모습 같습니다. 작업실 한 편의 새장 속 노란색 카나리아가 요란스레 피이~ 피이~ 웁니다. 작업실 공기에서 옅은 무게가 느껴집니다. 21g
영혼의 무게 21g (한 실험에서 산사람과 죽은 직후 무게를 재 봤는데 차이가 21g이 났다.)
카나리아 무게 21g (카나리아는 고대부터 인간이 사육한 새로, 영혼을 볼 수 있다는 전설)
12 ~ 13주 차 태아의 몸무게는 21g(심장이 뛰고 뇌가 몸 전체의 3/1을 차지, 거의 사람의 형태를 완성한 시기)
카사스는 여인과 처음 만났을 때 뛰었던 심장 박동, 여인의 몸에서 느껴졌던 심장 박동을 '여인의 누드'로 완성합니다. 《누드》에서 미약하게 약동하는 심장 박동이 흘러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쿵- 쿵-
* 화가 - 라몬 카사스Ramon Casas (1866 ~ 1932, 스페인)
+ 전기(1866-1889)
라몬 카사스는 186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납니다. 부유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카사스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대한 남다른 재능을 보입니다. 13세 때 바르셀로나의 유명 화가 호안 빈첸스Joan Vicens의 문하생이 되어 본격적인 미술 수업을 받습니다.
1881년, 카사스는 큰 꿈을 안고 예술의 도시 파리로 떠납니다. 파리의 활기찬 문화와 예술적 분위기에 젊은 카사스는 자극을 받았고,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에 깊이 매료됩니다. 인상주의의 자유로운 붓 터치와 현대적 주제를 자신의 화풍에 녹여내기 시작합니다. 1883년 잠시 고향 바르셀로나에 돌아오지만, 1886년 예술적 갈증을 느낀 카사스는 다시 파리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아카데미 갈랑에서 본격적인 미술 교육을 받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몽마르트 카페와 무도장을 누비며 파리의 밤 문화를 스케치북에 담습니다.
+ 중기(1890-1908)
1891년, 카사스는 바르셀로나 예술계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엘스 콰트레 가츠Els Quatre Gats'(네 마리 고양이) 카페를 오픈합니다. 이 카페는 단순히 식음료 공간을 넘어 예술가들의 아지트이자 문화의 용광로가 됩니다. 젊은 피카소를 비롯한 신예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열띤 토론을 나누고 영감을 주고받습니다.
1896년, 카사스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합니다. 바로 예술 잡지 '펠 & 플로마Pèl & Ploma'의 창간입니다. 이 잡지를 통해 카사스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동시에,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도 소개합니다. '펠 & 플로마Pèl & Ploma'는 카탈루냐 모더니즘을 알리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습니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카사스에게 큰 전환점이 됩니다. 그의 작품 '가롯 빌Garrote Vil'이 은메달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당시 스페인의 사형 제도를 비판적으로 다루어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1900년대 초, 카사스는 회화를 넘어 포스터 디자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그의 포스터들은 아르누보 스타일의 유려한 선, 일본 목판화의 대담한 구도, 그리고 스페인 특유의 열정적인 색채가 조화를 이룹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 카사스는 금메달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화가로 입지를 다집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컬렉터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합니다.
+ 후기(1909-1932)
1910년대로 접어들면서 카사스 화풍에 변화가 생깁니다. 새로운 아방가르드 운동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카사스는 오히려 전통적인 스타일로 회귀합니다. 그는 큐비즘이나 초현실주의와 같은 실험적 사조보다 자신만의 세련된 사실주의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1912년 카사스는 오랜 연인이자 뮤즈였던 줄리아 페레어Júlia Peraire와 결혼합니다.
1920년, 카사스는 스페인 왕실의 초상 화가로 임명됩니다. 1924년 카사스는 바르셀로나 국제 전시회의 예술 부문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였고,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힘씁니다.
1929년 카사스의 건강은 점차 악화됩니다. 하지만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고, 이 시기의 작품들은 깊이와 명상적 성격을 띱니다. 특히 자연을 주제로 한 풍경화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화가의 관조적 시선이 돋보입니다. 1932년 (66세) 고향 바르셀로나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카사스의 작품이 표면적인 아름다움에 치중해 깊이와 내적 탐구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평가합니다. 특히 초상화에서 대상의 외적 묘사에 비해 내면의 복잡성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카탈루냐 출신 화가로서 지역적 정체성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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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징
1. 세련된 사실주의
카사스의 두드러진 특징은 세련된 사실주의적 표현입니다. 그는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하면서도 단순한 복제를 넘어 우아함과 세련미를 더했습니다. 특히 인물화에서 이러한 특징이 돋보입니다. 정확한 해부학적 묘사와 부드러운 명암 처리로 입체감을 살리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을 줍니다.
2. 대담한 구도와 현대적 주제
카사스는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주제와 대담한 구도로 혁신을 추구했습니다. 비대칭적이고 과감한 구도로 긴장감과 역동성을 만듭니다. 일상적인 도시 풍경, 카페 문화, 새로운 교통수단 등 현대적 주제를 즐겨 다루었고, 클로즈업과 같은 영화적 기법을 회화에 도입하여 신선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3. 색채의 절제와 분위기
카사스는 화려한 색채보다 제한된 색상으로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했습니다. 주로 회색조, 갈색, 검정 등 차분한 색상을 사용하여 깊이 있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때로는 밝은 색을 포인트로 사용해 전체적인 균형을 잡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섬세한 처리로 은은한 분위기와 공간감을 만들어냅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카사스. 생소한 이름일지 몰라도 그의 그림과 포스터는 낯이 익습니다. 언뜻 보면 북유럽, 프랑스의 사실주의 그림들처럼 보이지만 스페인 카탈루니아 지방의 특별한 (빛의) 질감과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하기 3장의 포스터에서 툴루즈 로트렉이 떠오릅니다.
"세상의 모든 생일 선물 중에서 최고의 선물은
오늘 듣는 이 곡이다." _1일 1클래식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첫 번째 악장 'Allegro moderato ma con fuoco'.
Allegro: 빠르게
Moderato: 보통 빠르기로
Ma: 그러나
Con fuoco: 불같이, 열정적으로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추운 날. 불같이, 열정적으로 뜨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_하루키
* 펠릭스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 E♭장조(Op. 20, MWV R20)은 그가 16세였던 1825년 10월 15일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이 곡은 4대의 바이올린, 2대의 비올라, 2대의 첼로로 구성된 이중 현악 사중주를 위한 것으로, 당시로서는 새로운 실내악 형식을 창조했습니다. _wikipedia
+ 출처
[1] 위키피디아: Ramon_Casas
[3] Wikiart: Ramon_Cas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