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부족한 걸까?
우리 아이는 손가락을 빤다.
오른쪽 중지와 약지를 아주 맛있게 빤다.
쪽쪽쪽 쪽쪽쪽 …
잠잘 때, 멍할 때, 심심할 때, 혹은 긴장될 때면 손가락은 매번 입 속에 들어가 있다. 볼 때마다 속이 터지고, 답답하고, 이걸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 든다. 손가락을 빼 주기도 하고, 손에 약을 발라 보기도 하고, 혼을 내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대로. 손가락은 여전히 아이 입 속에 들어가 있다. 손가락을 빨면 손가락에서 문어가 나온다는 약간의 공포감을 자극하는 책을 사서 함께 읽어 보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건 매한가지다. 너무 손가락 손가락 강조해서 스트레스를 주면 더 못 고칠 것 같아서 잔소리를 자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가끔씩 손에 있는 세균이 입에 들어가면 배가 아플 수 있다고 주의를 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사람들은 아이들 정서가 불안할 때 손가락을 빤다고 이야기하며 내 눈치를 살핀다. 말인 즉 정서가 불안하여 손가락을 빠니 당신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뒷말을 모두 생략해 버렸지만, 숨겨진 맥락을 못 알아들을 리는 없다. 어떤 이들은 모유수유를 충분히 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비록 완모를 실천하진 못했지만 직딩으로 아이를 키우며 아이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고자 했으며, 분리불안으로 힘들어하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라도 모유수유 때문인가? 혹은 내가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엄마인가 하는 마음에 스스로를 자책하고 순간순간 나 자신을 계속 의심하곤 했다.
돌 즈음에 소아과에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아이가 손을 빠는 데 어떡하죠? 의사 선생님은 “아기니까 당연히 손가락을 빨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교과서 같은 답변을 들었다. 나는 순진하게도 자연스레 그만 두겠 거니 했는데 그게 6살까지 와 버린 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소아과 선생님의 답변을 곧이 곧 대로 들은 내 잘못이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유튜브며 소아과 서적이며 다 뒤져보아도 결국에는 고쳐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언제 어떻게 고쳐진다는 말은 없었다. 다들 ‘언젠가는’이라고 이야기했고 그것은 나에게는 억 겹의 오지 않은 시간처럼 느껴졌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의 조급을 마음을 기억하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결국 아들은 6세 하반기에 손가락 빨기를 멈추었다. 그동안 한 고생과 수고와 애태웠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그냥 그렇게 거짓말처럼 손가락 빨기를 멈추었다. 기뻐해야 할 일이 틀림없지만, 허무하기 이를 데 없었다.
너무 허무해서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나 : 왜 이제는 손가락을 안 빠는 거야?
아이 : 그냥…
아이 : 맛이 없어졌어.
하지만 좋았던 시간도 잠시, 아이는 완전히 손가락 빨기를 멈춘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 언제부터인가 티브이를 보거나 멍하니 있을 때면 손이 자꾸 입으로 가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손가락 전부를 넣고 쪽쪽 빨아대지는 않지만, 여전히 손이 입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작은 물건을 쥐고 있을 때도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잦은 편이다. 물론 예전과 비교하면 지금은 할아버지 수준이지만, 여전히 손가락 빠는 버릇과 완전히 이별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우리 아이는 7세이다. 겨울이 지나면 학교에 간다. 학교 가기 전에 해결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비슷한 어려움으로 마음 고생하고 있을 다른 부모들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나도 이렇게 위로를 전한다.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고, 다만 얼마가 될지 모르는 그 시간 동안 스스로에게 너무 고통을 주지 말며, 아이도 심하게 다그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도대체 손가락은 왜 빨은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