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은 어디서 오는가
글쓰기를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소설과 같은 이야기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동기는 글을 꾸준히 쓰게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쓰는 사람이 뚜렷한 동기를 갖고 있다고 해서 읽는 사람에게 몰입감을 주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내가 쓰는 글에서 몰입감이 느껴지는 글은, 내가 글을 쓸 필요를 느끼고 그 느낌을 적어나갈 때다. 어떤 현상을 보거나 어떤 경험을 거쳐 혹은 내가 깨달은 뭔가가 있을 때 그 감상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할 때는 어떻게 쓰겠다는 계획도 필요 없다. 그저 손과 느낀 감각에 맡기기만 하면 된다. 가끔 첫 문장이 그 시작을 괴롭게 할 때가 있을 뿐이다.
내게 있어 그런 느낌은 인생을 지금과 달리 느끼게 되는 어떤 관점, 지식 등이 있을 때 주로 생긴다. 예를 들면 이전에 글로 남긴 바 있는 것처럼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믿었으나 우리의 삶이 생각보다 정답보다는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많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얻는 감각 같은 것이다.
이런 경험 또는 감각을 단어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포착해 글로 남기려는 노력은 분명히 인생이란 종이에 다양한 색을 입히는 기분이 들기에 포기할 수 없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그러하듯 이런 경험이나 감각도 그 순간엔 강렬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런 순간을 포착해 글을 쓰는 습관은 인생의 매 순간을 조금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해 준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라진 관점,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스스로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내 경우, 인생에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의 태도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태도는 다를 수밖에 없듯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분명히 이번 삶이 처음이고 그 기회조차 다시 오지 않는데, 그 삶을 만들어가는 매 순간의 소중함은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럴 때 흘러가는 그 시간을 글로 남겨본다면 독자가 몰입감 있는 글을 읽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