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짚어보기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내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다. 내가 40대 중반이 된 지금도 회사 관련 소식이나 좋은 책들,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서 보내주시곤 한다.
오늘도 아침 일찍 카카오톡 메시지가 울린다. 확인해보니 아버지가 좋은 책이라고 꼭 사서 읽어보라고 보내신 책 이름이었다.
다음날 한참 일하고 있는데 또 카카오톡이 울렸다.
"내가 알려준 그 책은 읽었니?"
이제 조금씩 짜증이 난다. 내가 어린 아이도 아닌데 매일 읽었니 안 읽었니 물어보신다. 독후감 숙제 검사 받는 것도 아니고 반발심이 속에서 밀려왔다.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였다. 당시 나는 벼랑 끝에 몰렸던 때였다. 고시는 이번에도 불합격이었고 어느 새 나이는 29살이 되고 말았다. 학점은 엉망이었고 토익도 아쉬운 수준이었다. 그 때 취업에 성공한 아는 선배가 토익 족보라고 이거 꼭 풀어봐야 한다고 추천해준 책이 있었다. 신림동 복사집에서 파는 역대 토익 기출 문제지였는데(불법 복제물이니 절대 사서 보지 말자) 매일같이 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것만 잘 풀면 토익 무조건 950 넘기니까 걱정 말아"
그러고는 본인의 취업 성공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너무 고맙기만 했다. 그러나 면접마다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자랑은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고 늘 토익 점수를 물어보니 내가 통제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도움을 주는 것은 굉장히 고마운 일이고 이타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그걸 일일이 체크하고 확인하게 된다면 부담으로 느껴지게 된다. 거기에 본인 노하우를 자랑까지 덤으로 얹어 마구 부어댄다면 거부감까지 들 수 밖에 없다.
도움과 조언, 그게 강요가 되는 것은 한순간이다. 걱정하는 마음에서 매일 진행상황을 물어보고 결과를 물어보면 그게 바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예전에 고시가 잘 안되서 혼자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때 가장 짜증나는 것은 "너 어떻게 됐냐?" 물어보는 전화와 문자였다. 잘 됐으면 어련히 내가 먼저 얘기하지 않았을까? 마음을 후벼파는 것만 같았다.
16세기 유럽에서 종교개혁 당시, 장 칼뱅은 스위스 지역 신교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그러나 조언을 넘어 생활 모든 부분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칼뱅은 점차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결국 칼뱅은 스위스에서 배척받고 다른 곳으로 나와야만 했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그게 반복되고 내 사생활을 침범한다고 느껴지면 사람은 거부감을 갖게 된다.
직장에서도 후배가 부족하면 개선해보려는 생각에 일일이 무슨 업무를 어떻게 했는지 체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일일 업무 리스트를 작성해서 보고하라고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역효과가 나게 된다. 반발심 때문에 아무리 옳은 소리를 해도 "하이고..너나 잘하세요!"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반대의 상황에서 혹시 누가 자꾸 이거 해봐, 저거 해봐 이렇게 말을 한다면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용히 내 의사 표현이 필요하다.
"좋은 방법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제가 급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거 마치면 알려주신대로 해보겠습니다"
거절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내 타이밍에 따라 내 방식대로 하겠다는 의지이다. 결국 일을 하는 것은 나이기에 내 의지대로 진행하는 것이 맞다.
오늘도 많은 조언과 충고에 둘러쌓여 내 자신을 잃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