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일못러 일잘러되기 3: 내가 일 못하는 것 인정하기

일못러에서 벗어나기

by 보이저


내가 갖추어야 할 세 번째는 내가 일을 못한다는 것, 즉 일못러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존심이 있다.

매슬로의 5단계 욕구이론에 따르면 모든 사람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는 내가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도 존경욕구에 따른 것이다.


직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때 사람들은 열에 아홉은 변명부터 늘어놓는다.


"팀장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기업 문화가 군대적이고 전근대적이라"

"출퇴근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팀원들이 나를 따돌리고 괴롭혀"



물론 이 변명들이 옳은 경우도 있다.

많은 경우에 이직을 하거나 팀을 옮기면서 다시 일을 잘하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있었음에도 내가 여전히 일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이건 100%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법정 스님은 저서에서 만일 세 번째 회사에서도 세 번 연속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면 그건 회사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 이라고 하였다.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임 Alcoholic Anonymous(AA)'은 전 세계에 2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모임이다. 여기서는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1단계는 우리는 알코올에 무력했으며, 알코올로 인해 결국 우리의 삶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Alcoholic Anonymous


즉 내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내 의지와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고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100% 인정하지 못하면 결코 변화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못한다.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내가 약함을 인정하는 것은 아닌지, 자존심 상하는 일은 아닐지 걱정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자기의 실력, 자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위기 의식을 가질 수 있고, 변화에 능동적일 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강해 보이고 싶어 한다. 놀이기구 타는 걸 무서워해도 겁쟁이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극구 타는 사람들이 많으며, 길에서 시비가 붙었을 때 쉽게 꼬리를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


직장인에게 일을 못한다는 것은 미용사가 머리를 못 깎는 것, 요리사가 맛있는 요리를 못 만드는 것과 같다. 즉 자기의 존재 이유와 연관된 부분이다. 당연히 직장인에게 일을 못한다는 말은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같이 예민한 부분에 해당한다.



예민한 부분임에도 일 못하는 걸 인정해야 하는 이유


그토록 중요한 요소이고, 자존심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일을 못한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운이 없다느니, 직장 체질이 아니라느니, 직장 동료들이 별로라는지 그런 핑계로 점철된 인생을 살며 점점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야구 선수가 환골탈퇴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내 나이가 이미 20대 후반이고, 그래서 유망주라고 불리기 어렵고, 직구 구속은 145킬로 이상을 넘지 못하고 변하고 재고는 불안정한 편이라면 나는 야구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 지역 최고의 투수였는데, 팀을 잘못 만나서 감독이나 코치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핑계를 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 내가 10승 이상 거두는 에이스였어도 지금 내 몫을 해내고 있지 못하면 그저 아무 필요 없는 과거 회상일 뿐이다.


이 투수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나는 언제 방출될지 모르고, 당장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사 속 사례 : 튀르키예의 무스타파 케말


튀르키예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1881 ~ 1938)은 현재 튀르키예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식민지가 될 위기에 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정리하고 튀르키예 공화국을 수립하여 나라를 지켜내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 튀르크)


그가 튀르키예 공화국을 지켜낸 비결은 과거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영광을 과감하게 부정한 것이다.

튀르키예는 더 이상 강대국이 아니며 이제는 힘 없는 나라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포기할 것은 과감하게 포기하였다.


과거 지배하던 지중해 많은 섬들을 포기하였고, 전통 복장 착용을 금지하고 현대적인 복장 착용을 의무화하였다. 이슬람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도 하였다.


현재 내가/ 이 국가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분명하게 진단하고 개혁한 것은 튀르키예가 서구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아내는 힘이 되었다.


과거에 일 못하던 나와 결별하기 위해서는 현재 내 위치를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업무 스킬을 수용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부족함을 인정하자)


다 내려놓고 인정하자. 나는 일 못하는 사람, 일못러이다.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건, 첫 직장이 어떤 대기업이었건 간에 나는 일 못하는 사람이다.

이걸 알고 인정해야 다른 사람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고, 일 잘하는 사람들, 일잘러의 일 처리 방식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인정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해도 될까 말까인데, 그런 인식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점이다.

keyword
이전 08화일못러 일잘러되기 2: 거짓말하는 습성을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