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어떻게 표현하시나요?

자기 감정 다스리기

by 보이저

송 대리는 이번주 워크샵 참석대상자 엑셀파일을 정리해서 이메일로 팀장님께 보고했다. 간다, 안간다 몇 번씩 바꾼 사람들 때문에 예상 외로 힘든 작업이 되었다.


조금 뒤에 팀장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거 첨부파일이 왜 이래? 워크샵 대상자가 아니라 우리 본부 전체 인원 현황이잖아"


응?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히 잘 보낸 것 같았는데..


"이게 나한테만 보냈기에 망정이지, 다른 팀 사람들까지 수신으로 되었으면 어떻게 할 뻔 했어? 일 이 따위로 할거야?"


화가 난다. 나는 왜 항상 뒷마무리가 이 따위일까? 왜 나는 꼼꼼하게 일을 못하는걸까? 홧김에 화장실 칸막이 문을 발로 뻥 찼다.

그 순간, 문에는 큼지막한 구멍이 났다. 아뿔사! 내가 문을 부쉈잖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시나요?


누구나 살면서 분노를 느낄 때가 있다. 바보같은 실수를 한 나 자신을 견딜수가 없어서, 때로는 화를 돋우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내 화가 하늘 끝까지 치솟고는 한다.


그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 혼자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끙끙 않는 사람

- 직접 원인 제공자를 찾아가 화를 내며 담판을 짓는 사람

- 남 탓을 하면서 온갖 핑계와 변명거리를 갖다 붙이는 사람

- 다 때려부수는 사람

- 받은 스트레스만큼 타인을 괴롭히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사람



위를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1) 혼자서 삭히는 유형


남에게 제대로 화낼 줄을 모른다. 화를 내면 상대방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화를 냈을 때 내가 받게 되는 불편한 감정이 싫은 것이다.

화가 나지만 그걸 꾹꾹 눌러담는다. 예전 우리 어머님들이 장님으로 삼 년, 귀머거리로 삼 년, 벙어리로 삼 년 이렇게 시집살이 했던 것처럼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결국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



2) 원인 제공자를 찾아가 해결하는 사람


절대 앉아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밟으면 다시 일어나는 민초들처럼 나는 절대 당할 수 없다.

이들은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불만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스타일이 둘로 나뉜다.

첫번째 스타일은 강약약강이다. 즉, 강자에게는 찍소리도 못하고, 약자에게만 온갖 분노를 표출하는 인간이다. 분노도 상대를 가려가며 하는, 어찌보면 현실주의자이고 어찌보면 기회주의형 인간이다.


두번째 스타일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말은 다하는 사람이다. 일단 내가 섭섭한 것을 다 표출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사람을 쿨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건방지고 버릇없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3) 엉뚱한 사람이나 대상에게 표출하는 사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 는 말이 있다. 만만한 사람에게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심리학에는 '발에 걷어차인 고양이 효과' 라는 것이 있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난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와서 아내에게 분풀이를 한다. 아내는 아이가 공부를 안 한다고 화를 낸다. 아이는 가만히 있는 고양이를 발로 찬다. 이처럼 분노는 계속 전염되어 퍼지게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렇게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에게 분노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묻지마 범죄'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자신의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평생 한 번도 본 적은 사람에게 칼을 휘두르고 차를 몰고 돌진한다.


이게 사이코패스들만 그럴 것 같지만, 일반인들 중에서도 분노 조절이 잘 안되는 사람들이 많다. 화가 나면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 술 마시고 툭하면 시비거는 사람 등등 그 유형은 많다.



분노 표현이 중요한 이유


참기만 하는 것은 일단 답이 아니다. 화는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무조건 참게 되면 엉뚱한 상황에서 그 분노가 나타나게 된다.


운전 중 화를 내는 사람, 술만 마시면 수시로 시비가 붙는 사람..결국 자기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면 왜곡된 방식으로 표현하게 된다. 술로 인해 무장해제가 되거나, 운전석이라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압력밥솥과도 같다. 김을 빼주지 않으면 밥솥은 폭발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분노를 꾹꾹 쌓아두고 있으면 생각지 않은 순간에 "빵" 터지는 것이다.




바람직한 표현 방법


1. 화가 치미는 순간은 그 자리를 뜨자


화가 날 때 바로 분노를 터뜨리게 되면 자칫 흥분 상태에서 이성을 잃고 도를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일단 그 자리를 피하자. 그리고 감정을 가라앉히자. 불에 달군 쇠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2. 내가 왜 화가 났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자


말도 안하고 뽀루퉁하게 있으면 상대방은 이유를 알기 어렵다. 왜 화가 났고 불쾌한지 구체적으로 말하자.


- (X) 나 기분 나빠. 너랑 말도 하기 싫어.

- (O) 50대 중반이어도 나 외모에 민감한 사람이야. 그렇게 머리 벗겨졌다고 놀리면 솔직히 기분 나빠.




3. 아이 메시지로 말하자


'I-Message(아이 메시지)' 는 내 기분 상태에 대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을 직접 자극하지 않고도, 내 입장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 (X) 성 과장 또 늦었네? 성 과장 집에는 시계 없어? 핸드폰 알람은 폼으로 있는거지?

- (O) 성 과장 요즘 지각이 잦네, 근태 관리하는 팀장 입장에서 솔직히 당황스럽고 기분도 나쁜게 사실이야.




4. 현재 나를 화나게 하는 상황에만 집중하기


한 번 화가 나면 과거에 있었던 일을 끄집어내서 소재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걷잡을 수 없이 전선이 확대된다. 처음에는 미안해하던 상대방도 불쾌해하게 되고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화가 나게 한 그 상황에만 집중하자.


부부싸움하면 처가, 시댁까지 끌어들여서 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혼의 지름길이다.


- (X) 넌 매사에 그 따위지? 지난번에 내가 보고서에 오타 있는지 다시 확인하라고 말했는데 오타가 작렬하더라? 지지난번에도 비슷한 일 있었고

- (O) 이번에 보고서에 들어 있던 실적 수치가 틀렸던데 그런 실수가 반복되는 것 같아.




5. 극단적인 표현 쓰지 않기


온갖 욕을 섞어가며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도 그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걸 듣는 상대방도 자기 인격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맞대응을 하게 된다.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되고 만다.




6.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마무리하기


정말 인연을 끊어버릴 인간이 아니라면 (나르시시스트 같은 경우?) 싸움의 끝은 긍정적인 분위기로 마무리하자. 싸울 때, 화날 때는 목소리가 높아지더라도 톤 다운하면서 앞으로 잘해보자 이 분위기로 가는 것이다.


- (X) 너같은 인간을 친구라고 내가 밥 사주고 돈 빌려주고 했던 내가 바보고 죽일 놈이지

- (O) 나 솔직히 화 안 가라앉았어. 그래도 너랑 사이 나빠지는건 원하지 않아. 그래서 이 문제는 네가 나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다시 즣게 지냈으면 좋겠어




마무리하며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다. 화가 나고 속상한 상황이 잘만 마무리되면 서먹했던 관계가 더 돈독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적절하게 화를 내야 하는 것이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절대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참으면 상대방은 괜찮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계속하게 된다.

그러나 화를 필요 이상으로 격하게 내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킨다. 적절하게 내 분노를 드러내는 것, 꼭 배우고 실천해보자.


노하기를 맹렬히 하는 자는 벌을 받을 것이라 (잠언 19:19)
keyword
이전 08화사무실에서 손톱을 깎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