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극복하기
티키타카라는 단어를 아시는가요?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튀는 것을 묘사한 단어이다. 축구에서 패스가 끊어지지 않고 원활하게 끝에서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술이다. 최정상급 팀인 맨체스터 시티나 FC 바르셀로나가 즐겨쓰는 전술이기도 하다.
티키타카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 좋아하는 패턴을 사전에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물 흐르듯이 패스가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대화도 마찬가지이다. 티키타카가 제대로 되어야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과는 티키타카가 제대로 될 수 없다. 마치 축구에서 "아무나 받아라!" 식으로 롱 크로스 뻥뻥 차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상대방에 대한 민감성이 유난히 낮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상대방의 기분에 대해 잘 읽지 못한다. 잘 읽지 못하면 물어봐서라도 파악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조차도 없다. 그냥 자기 할 말만 하는 식이다.
"나 상품교육 하러 이 부서 온건데, 왜 내가 예산 보고서 쓰고 있는지 모르겠어"
이 직원이 말하는 의도가 무엇일까? 나에게 불합리함을 개선해달라고 요청하고자 함일까? 그건 아니다. 나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은 이 직원도 잘 안다. 그렇다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일까?
1) 내가 원하는 일과 실제 주어지고 있는 일이 다르다.
2) 고생하는 나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이 서운하다.
3)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세 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대답도 여기에 따라 이루어져야 티키타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 너도 힘들지만 우리 다 힘들어 (X)
-> 너 상품교육 잘 하는거 나도 잘 알지. 지금 업무가 그 쪽이 아니라 많이 힘들겠네 (O)
위로 받기를 원하는 그 직원의 의중을 읽은 대화가 당연히 바람직한 것이다. 이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아래 상황에서 바람직한 티키타카 대화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팀장이 나에게 점심식사를 사주는 상황이다.
"천 대리 요즘 상반기 영업 실적 보고서 만드느라 참 고생많아"
"감사합니다. 팀장님"
"뭐 먹고 싶은거 없어? 오늘 특별히 나가서 같이 점심 먹자고. 먹고 싶은거 뭐 있어?"
이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1) 저는 아무거나 다 좋습니다.
2) 팀장님은 어떤거 드시고 싶으세요?
3) 팀장님 시원한거 좋아하시죠? 요즘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음식으로 할까요?
4) 저는 추어탕이 먹고 싶네요.
이 중 모범답안은 무엇일까? 일단 1번과 4번은 모범답안에서 제외하자. 1번, 4번처럼 대답하면 더 이상 티키타카가 되지 않는다. 1번은 팀장이 알아서 정하라는 통보이고, 4번은 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가자는 통보이다. 여기에서 대화가 더 발전하여 나가기는 어렵다.
만일 2번, 3번처럼 대답했을 경우, 팀장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하자.
"날씨도 더우니까 시원한 것 어때? 콩국수도 있고, 모밀국수도 있고, 냉우동도 있지, 요 앞에 새로 생긴 중국집에 냉짬뽕도 있던데? 이 중에 먹고 싶은 메뉴 있어?"
응?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되어있을 것이다. 다 차가운 음식인건 알겠는데 뭐라고 하신거지? 특히 나처럼 ADHD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개의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면 극도로 당황하게 된다.
이 때 이미지 연상 기법이나 앞자 따기 기법이 효과적이다. 콩국수, 모밀국수, 냉우동, 냉짬뽕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아니면 앞자만을 따서 '콩모우짬' 이런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건 훈련이 필요하다. 평생 이런거 안 해본 사람이 갑자기 하려고 하면 절대 못한다. 하지만 이걸 숙달하는 순간, 기억력에 있어 엄청난 능력이 발휘된다. 이전에는 내가 50 정도만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이 방법 숙지 이후에는 능력치가 80 이상으로 수직 상승한다.
만일 이 방법이 쉽지 않다면 아래와 같이 이렇게 물어보자.
"팀장님, 역시 찬 음식을 좋아하시는군요. 콩국수 이런 메뉴들은 다 면인데 혹시 그러면 식사하고 디저트로 차가운 빙수를 드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이건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는 내가 잘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최대한 감출 수 있다. 차가운 면 요리로 그냥 뭉퉁그린 것이다. 둘째는 생각을 확장시킨 것이다. 꼭 식사를 찬 요리로 하면 되는 것에서 벗어나 디저트를 찬 음식으로 먹는 것으로 화제를 전환한 것이다. 찬 음식을 드시고 싶은 팀장님 취향을 배려하면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오는 것이다.
상대방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미리 알고 말하게 되면 티키타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조금 전 예시에서 팀장이 시원한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미리 안다면, 그 중에서도 콩국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내가 먼저 제안할 수 있다. 팀장 입장에서는 나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은 이 직원이 예뻐 보일 수 밖에 없다. 콩국수를 먹고 싶었는데 차마 혼자 먹기는 힘들고 누가 제안해주기를 바랬는데 먼저 말한다면 그것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을 것이다.
먼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자.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팀장이 점심 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아무거나 좋아요!", "김치찌개요!" 이렇게 말하기 보다 상대방 의사를 묻는 것이다.
"팀장님은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그러면 어떤게 먹고 싶다고 말 할 것이다. 꼭 그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먹고 싶은 것과 상대방이 먹고 싶은 음식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으면 된다.
아까 사례에서 팀장님이 "콩국수, 모밀국수, 냉우동, 냉짬뽕" 을 말했다면 그걸 잘 기억하자.
같은 면음식이라고 "아! 콩국수, 돈코츠라멘, 밀면 드시고 싶으시다고요?" 이렇게 기억하면 곤란하다. 뜨거운 밀면과 돈코츠라멘이라니..이건 "나는 당신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요!" 선포하는 것과 같다.
이미지를 연상하거나 앞자를 따서 외워보자. 그래도 안 외워진다면 내가 못 알아들은 것은 굳이 티 내지 말자. "시원한 면음식을 드시고 싶으시군요!" 이 한 마디만 해도 충분하다.
딱 정해진 것만 두고 대화하지 말고 화제를 넓히자. 시야를 넓게 바라보는 것이다.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방금 밥 먹고 와서 없어요"
이렇게 말해 버리면 대화는 여기서 끝난다. 상대방은 무안할 것이다. 사실 가까이 다가서고 싶어서 물어본 것인데, 진짜 물어본 그 질문에 대한 대답만 하고 만 것이다.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방금 밥 먹기는 했지만 시원한 커피라면 대환영입니다!"
이러면 화제가 커피로 넘어간다. 어떤 커피 마시고 싶니?, 분위기 좋은 카페로 갈까? 이렇게 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안 제시가 중요하다. 딱 물어본 것에 대해서만 대화하지 말고 비슷한 화제로 넓히자.
대화에서 티키타카가 중요한 것은 계속 대화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개팅 자리에서 대화가 안 되서 빨대만 쪽쪽 빨고 있으면 얼마나 어색한가?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아래 원칙을 기억하자.
이 방법을 통해 FC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시티 못지 않은 티키타카 축구를 구사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먼저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