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런 말 절대 쓰지 마세요!

일못러 일잘러 되는 방법

by 보이저

첫 직장생활을 했던 회사는 가부장적인 상명하복 분위기의 회사였다. 당시 직속 상무가 등산을 참 좋아했는데 주말에도 팀원들 데리고 같이 등산하는 일이 많았고, 심지어 매주 수요일에는 퇴근 후 회사 뒷산 등산에 팀원들을 동행시켰다.


당시 팀원 30명이 5조로 나눠져서 자기 조 차례가 되면 등산에 참여해야했다.


해가 이미 저물어 깜깜해진 뒷산을 등산하는건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광부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랜턴을 달고 등산을 했다. 그 때 왜 이런걸 하느냐고 내가 불평하니 당시 과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까라면 까는거지. 신입이 뭔 불만이 이렇게 많아?


그 말을 듣고 나는 더 이상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그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게 소원해졌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듣기 싫어했던 말 Best 4


평소에 늘 웃고 다니고 남들이 싫은 소리해도 왠만하면 허허 웃고 넘어가는게 내 성격이다.


그런 나도 참지 않는 말 네 가지가 있다.

직장에서 이 말이 내 귀에 들리는 순간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고, 그 즉시 대화를 중단해버렸다.


1.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
2. 티도 안나는데 대충해라.
3. 좋은게 좋은거다.
4. 위에서 까라면 까는거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살면서 위의 말들 많이 들으셨을 것이다. 물론 이 말들 말고도 많을 것이다. 이 말들은 듣는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 묘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위 네 가지 말들은 공통점이 있다.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불평없이 순응하고 따르라는 강요가 담겨 있다.


괜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건 그대로 하라. 그게 네 신상에 좋다는 의미가 있어서 내가 거부감을 갖은게 아니었을까?





위 표현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 전반적인 문화가 상명하복이 중시되고 있고, 그걸 거부하는 건 결국 직장에서 도태되는 것 아닐까? 라고..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을 보면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해야 하는 사람의 표본이다.

내 직장 경험 상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꼰대'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게 사실이다.


우리가 그 사람들을 바꿀 수는 없다. 그 사람들은 그게 생존공식이라고 믿고 있고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되지 말자. 남들이 그렇다고 나도 그러지는 말자.


인정사정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 배려하려고 하고 말 하나도 조심하는 사람들이 억지로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인간미를 잃지 말자. 맡은 일에는 최선을 다하자. 누가 보건 말건 대충하지 말자. 그게 결국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까라면 까", "좋은게 좋은거야" 이런 말은 나를 생각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바라볼 것이다.




1)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라


→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을 수 밖에 없다. 그걸 찰떡같이 알아들으려면 엄청난 수고가 필요하다. 내가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는가?



2) 티도 안나는데 대충해라


→ 티가 나건 말건, 누가 알아주던 말던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 남의 시선에 따라 내 일의 가치를 정하지 말자. 그 일 하나하나가 결국에는 내 피가 되고 살이 된다.



3) 좋은게 좋은거다


→ 이 말처럼 애매모호한 말이 없다. 도대체 누구에게 좋다는 것인가? 누구 맘대로 이게 좋다고 결론짓는가? 다른 사람 눈에 좋게 보이니 너도 알아서 따라라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게 아닐까?



4) 위에서 까라면 까는거다


→ 위에서 시키면 잔말말고 따르라는 건데, 누구나 자기 의견이 있는 법이다. 정당한 지시에는 따르는게 맞지만 아무 비판 없이 순종하라는건 전근대 왕조 시대에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마무리하며


구글에는 TGIF (Thank You God It's Friday) 회의를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한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 모여 허심탄회하게 자기 의견을 제시하는 자리이다.


당장 이런 문화가 뿌리내릴 수는 없다. 그리고 그걸 기대하는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직장 전반적인 문화가 까라면 까야하고 좋은게 좋은걸 강요한다고 해서 나마저도 그런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말자.


호되게 시집살이했던 시어머니가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다.


자기가 시집살이 때 보고 배운게 그것 밖에 없기에 그 문화에 동화되기 때문이다.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을 나도 모르게 닮아가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나는 그러지 말자.

다른 팀원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수용하는 사람이 되자.

우리가 직장 초년생 때 힘들게 했던 말들을 반복하지는 말자.







keyword
이전 06화한 번의 질문으로 끝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