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쓰는 글(중학생이었던 나에게)
느낌 있는 일상
안녕? 되게 오랜만이네. 그때가 언제였더라 네가 초등학교 졸업식에서 효행상을 받는다고 리허설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졸업사진을 찍은 날 말이야. 엄마 아빠는 바쁜 농사일로 못 왔고 대신 집에 가서 음력 보름날이라고 오곡밥에 된장국을 먹었잖아. 예비소집날 중학교에 처음 가서 인근 초등학교 졸업생들을 처음 보았지.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시골이라 학교가 멀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쪽 졸업생은 우리보다 숫자가 적었지. 말하자면 기죽지 않았다는 거지.
중학교 교과서를 받고 신기해서 여러 번 넘겨보다가 예쁜 책포장지에 싸고 비닐포장까지 해서 책꽂이에 꽂아놓고 가방도 사고 노트도 사고 새 학교에 가서 교복치수를 재고 작은 키에 큰 가방을 메고 터덜터덜 학교에 다녔지. 자주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기 지루하면 친구들과 집까지 걸어갔어.
중학교는 사립이었는데 한 학년에 3반뿐이었어. 따뜻한 봄날에는 친구들과 화단 잔디에서 책도 읽고 노래도 불렀어. 노래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일요일에는 그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 놀러 가서 찬송도 부르고 밥도 먹었어.
나는 조용한 편이었고 친구들과 잘 지냈어. 한 번은 시험 기간에 친구집에 모여 밤새 공부도 하고 다음날 친구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어서 다 같은 반찬을 담아 학교에서 먹기도 했지.
중학교 시절은 참 좋은 추억이 많았어. 생물시간에 토끼 해부 수업도 직접 참관했고 시험기간에는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서 공부했어. 2학년 때였나? 설악산으로 수학여행 가는데 관광버스 안에서 춤을 추었어. 전날 밤에 혼자 춤연습을 하기도 했어. 그날 찍은 사진들을 보면 무척 행복했던 거 같아.
그러다가 졸업시즌이 되었고 친구들은 인문계고와 실업계고로 나뉘었어. 나랑 노래 잘하던 친구만 인문계로 갔고 다른 친구들은 졸업 후 취업한다며 실업계고등학교로 갔어. 정말 똑똑한 여자애가 있었는데 아버지 반대로 여자가 배워서 뭐 하냐며 고등학교조차 보내지 않은 집도 있었어. 기가 막혔지.
졸업한 후에 친구들을 자주 보진 못했어. 고등학교를 나온 뒤 친구들은 모두 취업했고 나만 대학에 갔어.
그때 너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그 꿈을 이루었을까? 어여쁜 시절 영어 단어와 문법 공부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다른 거 안 해도 되었던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봄비 내리는 일요일 오후에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났어. 중학생이었던 너는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그럼 안녕 언젠가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