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까지 든든히 먹어둬야지 내일 아침 난자채취를 무사히 끝낼 거 같았는데 도무지 한식이 먹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오늘 급작스레 회식이 잡혔다고 연락이 왔다.
샌드위치와 우유로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샌드위치 반조각과 우유 한 컵을 먹었더니 적당하게 배가 불러서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고 보니 난 혼자 있을 땐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편이다.
한 접시에 먹을 수 있는 식단을 좋아한다.
'내가 어쩌다가 시험관까지 하게 되었을까?'
샌드위치를 천천히 베어 먹으며 생각했다.
난소 기능이 안 좋아진다고 느낀 건 해외유학 시절이었다.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크래커와 참치샐러드 아니면 도넛과 커피로 식사를 한 적이 많았다.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았으며 제대로 요리해서 밥을 먹지 않았다.
생리양이 줄었으며 생리기간과 간격도 불규칙해졌다.
그래도 그땐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여자로서의 내 몸은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일단은 공부가 더 급하니까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가지고 나서 몸을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생리양이 생리대도 안 해도 될 정도로 확 줄고 나서 '아이를 못 가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임신이 그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생물학적 노산의 나이가 35살이라고는 해도 나에게는 먼 이야기였다.
남편을 만났을 때 나는 35살 이하였다.
허니문 베이비를 꿈꿨으며, 1년 안에 당연히 임신을 할 줄만 알았다.
임신은 쉽지 않았다.
시골에 살면서 난임병원의 문턱을 밟기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난임병원을 다니면서 더 전문적으로 임신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시험관을 하는 과정은 아직까지는 힘들지 않다.
과거를 생각해 본다.
내가 계속 공부만 했다면?
남편을 더 늦게 만났다면? 아니 만나지 못했다면?
생각해 보면 지금 시험관을 하는 과정도 감사하다.
유학생활중 급하게 한국에 들어와서 취업을 하고,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했던 과정이 참 극적이다.
내일은 난자채취를 하고 나서 집에서 푹 쉴 생각이다.
사랑하는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침대에 오래오래 누워서 쉬고 싶다.
난자 채취 전날밤이다.
왼쪽 골반쪽이 욱신욱신 아팠다.
인공수정 때도 그렇지만 이번 난자채취 때도 그렇고 의사 선생님이 대단한 것 같다. 시술일 전날밤이 되면 어김없이 엄청난 배란통이 몰려온다. 그만큼 시간을 잘 맞추는 실력 있는 선생님이라 믿고 시술을 맡길 수 있다.
이틀 전 봤던 초음파에서 딱히 난포크기를 쟀던 것 같지도 않은데 시술경험이 많으셔서 딱 보면 아시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