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피검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어디가?"
남편이 옆에서 묻는다.
"임테기!"
화장실에 가서 첫 소변으로 임테기를 확인했다.
여전히 희미하지만 두 줄이긴 했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묻는다.
"임테기 어디 있어?"
"화장실이요."
남편도 임테기의 두 줄이 신기한가 보다.
"두 줄이야."
화장실에서 외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울려서 들린다.
주사실 접수표를 뽑고 대기한 뒤에 들어가서 왼 팔을 대고 피를 뽑았다.
"혹시 금식하고 피검사해야 하나요?"
"아니요. 임신수치만 보는 거여서 상관없어요."
바늘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금방 피를 다 뽑았다.
"만약에 수치가 좋으면 다음 주 목요일에 오면 되죠?"
"네. 일주일 후에 다시 피검사해요."
"감사합니다."
씩씩하게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서서 약국에 들러서 질정제를 사서 지하철역까지 걸었다.
보슬비가 오고 있었지만 우산을 펴지 않았다.
촉촉하게 젖는 기분이 좋았다.
메말랐던 나의 자궁에도 봄비가 내려서 촉촉하게 젖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도 비바람에 다 져서 꽃잎에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꽃잎을 밟으며 위를 올려다보니 이파리가 푸릇푸릇해진 게 보였다.
눈 내리는 겨울에도 같은 길을 걸으며 봄이 오길 바랐었고,
봄이 온 지금은 벌써 여름이 느껴진다.
나뭇잎은 점점 더 짙은 푸른색이 될 테고, 임신이라면 나의 배도 점점 더 불러오겠지.
노란 민들레가 있었다.
씨앗을 품는지, 아니면 씨앗이 날아가지 않는지도 모르고 제 자리에 있었다.
민들레에게도 드디어 하얀 씨앗이 생겼고, 병원에서 바람을 불어줬다.
드디어 민들레 꽃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소망이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