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어떻게 견뎠어요?

유산을 겪고 깨달은 것들

by 로에필라

카톡으로 엄마가 사진을 보냈다.

바위를 뚫고 자라고 있는 소나무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유산하고 아팠을 텐데 어떻게 견뎠어요?"

"옛날에는 다 아파서 기어 다니면서도 일상생활 했어."


다시 소나무 사진을 바라본다.

그 크고 단단한 바위 위에서도 거뜬하게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나도 이 고난을 딛고 짙푸른 생명력을 뿜어내야겠다.

바위 위에서 자라는 나무처럼......

오히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강하게 뿌리를 박은 나무처럼.


아무리 척박해도.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가야겠다.





아침에 남편과 새로 개봉한 "플래시" 영화를 보러 갔다.

첫 장면부터 신생아들이 높은 빌딩에서 떨어지는데 플래시가 구해주는 장면이 나왔다.

신생아들을 보니 조금은 슬퍼졌다.

플래시 영화에서 브루스 웨인이 말한다.


I lost my parents. That pain made me who I am.
난 부모님을 잃었어. 그 고통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었지.
-Bruce Wayne, The Flash-


난 아이를 잃었어.

그 고통이 나를 더 성장시킬 거야.

앞으로 생길 아이를 더 사랑하고 아껴줄 거야.

유산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위로해 줄 거야.

나라는 사람은 한층 더 깊어지고, 넓어질 거야.

아이를 잃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알게 되었으며, 그 경험은 고통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거야.


인생이란 언제나 정해진 정답이 없어. 내가 계획한 대로만 되지는 않아. 더 유연한 자세를 지니자.


고통은,

상처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 좋은 영양분이 될 수 있다.


나는 바꿀 수 없는 이 현실을 절망하며 원망하기보다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임신초기 계류유산을 하게 된 사람들 중에서, 약물배출을 고려한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고, 위안이 될 수 있다.

혼자서 슬픔의 벽을 쌓기보다는 유산의 경험을 나누면서 슬픔을 따뜻한 위로로 바꾸고 싶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내가 뭘 잘못했지?"

"왜 나만?!"

"왜 이렇게 세상은 내게 잔인할까?"


유산이라는 말을 듣고 분노하기도 했었다.

또한 미친 여자처럼 오열하며 세상이 끝난 듯 울기도 했었다.


모든 감정의 분출 후, 지금은 잔잔한 호수의 물결과도 같은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있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오고 싶지 않았다. 내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사람에게 나 또한 사랑과 좋은 감정만을 갖고 싶었다.


블랙 나를 다시 화이트 나로 만들어준 건 남편이다.

아이를 잃은 상실은 남편의 사랑으로 채워진다.

유산 때문에 미칠 듯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슬픔과 고통에 잠겨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에는 큰 힘이 있다.

나는 다시 희망을 품고 아이를 기다린다.



드라이브를 하다 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인 게 눈에 들어왔다.

노을 진 얕은 하늘로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보인다.

희망은, 이렇게 구름 사이에 숨겨져 있다.




한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아이를 갖고 싶어서 3년간 간절히 기도했어요.

아이를 기다렸던 한 여인의 소망은 결국 이루어졌어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아이의 심장이 멈췄어요.

슬픔에 잠긴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의 위로로 슬픔을 극복해 나갔어요.

한 달도 안 되는 임신기간에 너무 행복했었기 때문에, 차라리 없었던 일이기를 바라지는 않았어요.


잠시나마 엄마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고도 슬펐던 인생의 한 챕터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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