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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침 Jul 08. 2023

최초의 브런치북, 신추문예 등단하다


내가 평소 읊조리는 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이고 또 하나는 헤르만 헤세의 단계라는 시다. 


전자에서는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라는 부분. 시도 그리 지어야 할 것이라 여긴다. 

후자에서는 '대개 무슨 일이나 처음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다. 그것이 우리를 지키며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라는 구절. 그런 힘을 믿고 시를 써야 한다는. 

"나는 일출보다 일몰을 더 사랑한다 세상을 삼킬 듯이 힘차게 솟아오르는 피둥피둥한 아침햇살의 욕망보다 온몸을 불태운 장엄한 황혼의 처절한 모습이 좋다." 궂은비 내리는 밤의 가수 최백호의 말이다. 


신춘문예보다 신추문예에 더 농익은 시심이 있으리라 보고 오늘도 등을 달아맨다. 신추문예에 등단 시. 

삶의 2차 전지를 위한 리튬 같은 시어라도 한 삽 캐어보려 주섬주섬 곡괭이를 들고 나선다.




나의 최초 브런치북이다. 

그동안 쓴 글 중에서 시심이 흔들렸다고 본 글만 묶어 편집해 봤다.

시를 10년 넘게 공부하면서도 제대로 천착하지 못했다. 한참 부족한 줄 알면서도 신춘문예에 겁 없이 들고 나섰던 일도 있다. 일제강점기 때의 막강한 힘을 가진 신문의 잔재가 남아있는 신춘. 지금은 SNS의 작가가 더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시대. 어쨌든 나도 모 지방지에서 시니어 문학상도 타보고, 어떤 신문에서는 최종심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두 개의 문학지에서는 신인상을 주겠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런 게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매달린 적이 있다. 무언가 시어를 꼬아야 하고 어려워야 하고 문맥이 통하지 않아야 하고. 영미문학권의 시를 읽으면 편하다. 그런 시스템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시심이 발동하여 몇 글자 적으면 그대로 시가 된다. 그들 시인을 소개할 때 어느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등단했다는 프로필도 없다. 우리나라도 신춘문예로 등단하고서도 작품을 꾸준히 내는 작가가 드물다. 아직도 고시공부처럼 언론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작가가 많을 것이다. 물론 대단한 사람들이다. 몇백 몇천대의 1로 뽑힌 작가에겐 당연히 면류관을 씌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예술이다. 고대에도 문학을 음악, 미술, 무용 및 연극과 함께 4대 요소로 봤고 프랑스에서도 건축, 조각을 포함하여 5대 범주에 넣고 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아무 논란의 여지없이 순수하게 좋고 선한 것은 여름날 날벼락처럼 찾아오는 개인적 행복과 예술뿐이다."라고 알렉산드로 게르첸은 말했다. 예술은 미적작품을 형성시키는 개인 자신의 고유한 창조활동이다. 수준 낮은 예술가들은 언제나 남의 안경을 쓴다고 로뎅도 설파했다. 문학은 특히 언어와 문자의 예술로서 즐거움과 깨우침을 주는 역할을 한다. 지구상의 모래알수 보다 많다는 저 별도 다 개성이 있듯이 지구상 70억 인구의 생각과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만의 예술이자 문학인 것이다.

날벼락처럼 찾아오는 그 무언가를 찾아 오늘도 노력할 일이다. 


기존의 것을 벗어나보자라는 의미로 '신추문예' 운운으로 제목을 달아봤는 데 사실은 그 역시 신춘의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한다. 다음 브런치북은 철저히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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