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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완 Aug 30. 2018

장외인간




오랜만에 팬심이 폭발했다.

트와이스 얘기가 아니다. 물론 트와이스도 사… 아니, 좋아하지만 오늘은 소설가 김동식이 그 주인공이다. 김동식 작가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소설집 [회색 인간]을 읽게 되면서다. 별생각 없이 소파에 누워 그 책을 읽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 인간 뭐 하는 인간이지?‘


재밌어! 놀라워! 신선해! 이건 마치 외계로부터 한국에 ‘툭'하고 떨어진 것 같은 소설이 아닌가. 이런 소설은 없었다. 충격을 받은 나는 이 소설을 쓴 작가가 몹시도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김동식 작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의 소설이 왜 새로운지를.


김동식 작가는 소위 말하는 ‘등단’ 작가가 아니다. 우리나라 대부분 소설가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신춘문예나 문학상 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소설가라는 칭호를 얻는다. 이게 등단이다. 그리고 등단하지 않은 소설가는 소설가로 인정하지 않는 문단의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가가 되려면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해야 한다는 공식은 불문율(뭐 딱히 다른 방법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많은 소설가 지망생들이 계속 도전하다가 결국 등단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심사를 통해 역량이 갖추어진 사람을 발굴한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입성하기 힘든 ‘좁은 문’이 만든 폐쇄성이 결국 더이상 새로운 것이 없는 ‘문학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평도 있다. 문학의 위기야 내 알 바 아니고, 아무튼.

김동식 작가는 문학상 공모전에 작품을 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소설가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가 소설을 처음 쓴 곳은 인터넷. 그것도 문학인들이 들를 법한 곳이 아닌 ‘오늘의 유머’란 사이트의 ‘공포 게시판’에 글을 썼다. 아마 자신이 쓴 것이 소설이라 생각도 안 했던 것 같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김동식 작가는 잘 알려진 대로 중학교를 중퇴하고 이런저런 노동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평생 읽은 책이 열 권도 되지 않고, 글쓰기를 해 본 적도 없단다. 옳거니.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은 거기서 나오는 게 분명하다. 마치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달까.

그는 최근 10년 동안 지퍼나 벨트 버클을 만드는 주물공장에서 온종일 국자로 쇳물을 떠서 틀에 붓는 일을 했다. 무료한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포 게시판’에 짧은 소설을 올렸고 그렇게 올린 글이 점점 반응을 얻고 댓글이 달리자 오직 ‘댓글 보는 재미‘에 계속해서 글을 썼다는 그. 아아, 이토록 단순하고 무모한 동기라니.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올리며 그는 2년 동안 무려 340여 편의 단편을 썼다.


‘공포 게시판’에서 김동식 작가의 글을 눈여겨본 이가 있었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 사회]를 쓴 김민섭 작가다. 이런 재미있는 글은 꼭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아는 출판사에 소개했고 본인이 기획을 맡아 김동식 작가의 글들을 책으로 내게 된다. 김동식 작가가 써놓은 글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세 권의 소설집을 출간했는데 그중 하나가 [회색 인간]이다. 책은 엄청나게 잘 팔렸다. 그래서 추가로 두 권의 책을 더 출간했다. 김동식 작가는 데뷔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5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되었다. 이 대목에서 출판사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단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작가의 책을 낸다는 건 출판사 입장에서도 굉장한 모험이었을 텐데 말이다.

최근 소설 [곰탕]을 쓴 영화감독 김영탁의 인터뷰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출판사 대표가 자신의 소설을 읽어보더니 문학상에 응모해 보는 게 어떻겠냐 권유했다고 한다. 분명 상을 받을 것 같으니 상을 받은 다음 출간하자고. 상을 받으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모험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검증이 필요했던 걸까. 김영탁 감독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단다. 그는 문학상 공모전을 통하지 않고 ‘카카오페이지’에 연재해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후에 책을 냈다. [회색 인간]과 [곰탕]을 읽으며 나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용도 신선했지만 두 작가는 문단이라는 철옹성에 들어가지 않고도 소설을 쓰고 소설가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문단에선 두 사람을 소설가라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독자들이 인정하고 있다. 문단의 검증은 됐다. 문단보다 독자의 권위가 강력해진 세상.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말하면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


10년 전, 나도 소설을 썼다.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글쓰기를 배우지도 않았지만 무작정 썼다. 3년 정도 소설 쓰기에 매달렸는데 내 목표는 등단이었다. 그러나 몇 번인가 공모전에 무참하게 탈락하고 나자 소설을 더 쓸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내가 봐도 형편없는 소설인데, 심사위원들 눈에는 쓰레기로 보일게 분명했다.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선 몇 년을 더 써야 할까, 계속 쓰면 될 수는 있는 걸까.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소설가 되기를 포기했다. 그 이후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가끔 쓰는 일기가 글쓰기의 전부였다.

사실 잘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능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열망보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컸다. 왜 소설가가 되고 싶었냐고? 소설가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냥 멋져 보였다. 동기가 불순하다. 물론 불순한 동기로도 좋은 소설을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솔직히 나는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다. 3년 동안 쓰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그냥 등단을 위한 소설쓰기였다.

등단을 포기하면서, 나야 뭐 하나도 아까울 게 없는 경우지만 진짜 재능 있고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단지 그 소설이 너무 낯설어서. 혹은 심사위원들 취향이 아니라서. 또는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아서 계속 탈락한다면 그 사람은 계속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 말이다.


유튜브에서 김동식 작가의 북콘서트 영상을 본다.

영상 속 김동식 작가는 외계인이 아니었다.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외모다. 말투는 약간 어눌하고 수줍음이 많은 성격인지 목소리가 떨린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 미소를 짓는다. 그가 달변가였다면 좀 별로였을 것 같다.

질문시간에 이런 질문이 나왔다.


“김동식 작가의 인생 자체가 작품이다. 흙수저 문학청년들의 우상이다. 힘들어하는 흙수저 문학청년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린다.”


그 말에 김동식 작가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답했다. “힘내세요.” 관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는 자신의 대답이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이어서 이런 얘길 한다. 자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불행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서 불만이 없다고. 자신은 학교 다니기 싫어서 학교 안 다녔고, 그래서 건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을 하면서도 괜찮았다고 한다. 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니 이렇게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그.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면 후회는 없어요. 다만 그 책임은 본인이 지세요. 그렇게 살면 되게 재미있어요."


아! 그가 더 좋아져 버렸다. 나는 그가 여러모로 장외(場外)에 선 인간이라 생각했다. 아웃사이더. 그는 장외인간이 맞다. 하지만 그가 장외에 서 있는 이유는 장에 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는 장외홈런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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