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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wk eye Oct 26. 2022

19. 들기름은 쉽게 먹을 수 없다.

농사일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이유

나의 부모님은 올해 69세 내년에 70세가 되신다.

아버지는 지금도 은퇴라는 말이 무색하게 여러 가지 일을 하신다.

금년에는 지역의 향교에서 쉽게 말해 교장을 하고 계시고, 다른 일도 맡아서 하신다.


그리고 가장 힘든 농사

이건 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해오시던 게 이제 거의 전업일 정도로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맡아서 하고 계신다.

몇 년 전부터 아버지 무릎이 안 좋으셔서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서 하시는 농사일을 종종 거들고 있다.

 나이가 40이 넘으니, 부모님이 주시는 농작물에 대해 때로는 고맙기도 하지만, 뭘 얼마나 많이 드시겠다고 농사를 지으시는 건지 참 의문일 때도 있다.

그래도 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와 어려 반찬들이 농사지어서 해주시는 게 많아 군말 없이 도와드리고 있다.


난 농사일하기 싫지만, 이제 농사의 기초 상식은 알 정도로 주말 농사일 일일 인부가 된 거 같다.

감자와 고구마 언제 심어서 언제 캐는지는 대충 감으로 안다. 그리고 이게 배춧잎인지, 고구마 잎인지, 참깨와 들깨도 어떻게 생겼는지 구분할 수 있다.

농사일을 하는 분들에게는 바보 같은 이야기 겠지만, 어릴 때 할아버지가 벼농사 지으셨던 기억 이외 농사는 나와 먼 이야기였다.


지난주 어머니가 "주말에 들깨 털어야 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라고 전화가 왔다.

아버지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하신 지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하시는데 무리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난 일일 인부로 하루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




"일요일 10시까지 밭으로 와라"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일요일 아침 청소기 돌리고 뒹굴뒹굴하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갔다.

지난주 형이 도와줬다기에 이번 주는 어쩔 수 없이 도와 드려야 했다.

밭을 보니 들깨는 벌써 누가 다 베어서 군데군데 누워 있었다.

그 모양이 꼭 "날 어서 옮겨줘" 하는 느낌이었고, '나다 싶으면 어서 하시게' 하고 비웃는 거 같았다.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부랴부랴 깨 터는 위치로 옮겼다. 작년에도 털어 봐서 대충 작업공정은 알고 있었기에

빨리 끝내려고 열심히 했다.

부모님이 오신 후 바닥에 천막천을 깔고 마른 들깨 가지를 널고 도리깨로 털기 시작했다.

타포린 천막에 우수수 들깨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빗물이 바닥에 튕기듯 제법 구분되어 들린다.


도리깨(도리깨 : 곡식의 이삭을 두드려서 알갱이를 떠는데 쓰는 농기구) 질을 하며, 아버지는 힘으로만 하려 한다고 잔소리를 하셨다.

작년에도 그러시더니, 여전히 내가 하는 작업이 마음에 드시지 않으신가 보다. ㅎㅎㅎ

아버지는 무릎이 다 회복되지 않으셨음에도 직접 도리깨질을 하신다.

도리깨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만들어 놓은 기구로 여전히 짱짱하고 견고하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가끔씩 그리우신 거 같았다. "노인네가 손재주가 참 좋으신 분이셨어 이걸 다 깎아서 만드시고....." 하시며, 할아버지를 회상하신다.

아버지의 웃으며 하는 잔소리와 생전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시며, 도리깨질을 오후 3시나 되어 끝마쳤다.

수확물은 깻대의 부피에 비해 생각보다 적어 보였지만, 어머니는 올해가 작년보다 괜찮아 보인다고 하신다.  들깨 수확은 털고 줍고 끝이 아니다. 체망으로 중각에 불순물 제거하는 공정을 지나 선풍기로 먼지와 깨를 분리하는 작업까지 참 잡일이 많았다. 우리가 먹는 들기름, 참기름은 전부 이러한 공정을 거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니 마트에서 파는 들기름 참기름 가격이 싸다고 느껴졌다. 

참기름, 들기름을 요리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식재료이지만, 사 먹을 때는 항상 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주기적으로 주시기에 그 과정의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고 먹었던 거 같다.

도리깨질하시는 아버지


농사

나하고 아직 거리가 먼 일이다. 그리고 나도 늙으면,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다.

고추, 상추, 가지, 토마토 이러한 작물들은 따먹는 재미에 키울만한 거 같다.

하지만, 깨 농사 이건 좀 생각과는 다르다

아버지에게 농담조로 난 나중에 깨 농사는 안 짓는다고 이야기했다. 파스 값이 더 들겠다고,

그러나 아버지는 너도 나도 다 안 한다고 하면, 농업경제는 어떻게 되냐고 하시며, 너도 나중에 늙으면

하게 될 거다 하시며 조언하셨다. 그리고 웃으시며, 농사지을 땅이나 있냐? 하고 놀리기까지 하셨다.

ㅎㅎㅎ 그렇다 난 땅도 없다.




아무튼 이러한 잡담을 하며, 주말의 깨 털 기는 마무리를 지었다.

이제 수확한 들기름과 들깨 얻어먹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허리를 필 때쯤 엄마가

" 저 아래에  가면 토란 있어 10개 심었느니 그것 좀 캐와라"

오 마이 갓

토란 이건 또 뭐냐? 더 센 놈이 기다리고 있었다. 난 진흙 밭에서 또 삽질을 시작했다.

에고~ 주말에 이게 뭔 삽질인가~~

수확한 들깨


그날 난 다시 한번 회사 다니고 월급 받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겨났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직까지 건강하신 것에 감사하고 이 순간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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