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벌레에서 나비가 되기까지
일요일 저녁 마지막 시간 수업 중,
나에게는 한 주의 마지막 수업시간이다.
오랜 제자 한 명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지금 동생들 몇 명 있어용?"
원하는 대학 입학을 위해 삼수 중인 제자인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서당 기념일(10월 10일이 서당의 26주년 기념일^^)은
꼭! 축하해야 한단다.
잠시 뒤에 동생들 주고 싶다고
도넛 잔뜩 사들고 찾아온 녀석.
수능이 한 달 여 남은 시점이라, 얼굴 봤으니 얼른 가서 공부하라고 할까 하다가 수업하는 동안 뒤에서 자습하겠다길래 요 녀석이 뭔가 할 얘기가 있구나 싶어서 그러라고 하고는 수업 마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가고......ㅎㅎ
7살, 미취학 아동 꼬꼬마 시절부터 봐 온 아이가 지금은 21살 숙녀가 되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야기 나누는 내내 뭉클한 감정이 들었다.
나는 이 아이가
꼬물꼬물 조그만 애벌레일 때 처음 만나
고치를 틀고 번데기가 되었다가
이제 곧 고치를 뚫고 나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시간들을
모두 함께하고 있구나.
지금은 고치를 겨우겨우 찢고 나와
물기를 말리고 있는 시기구나.
청소년기에 이런저런 일들로 야단도 많이 쳤는데 (공부시키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 미안 ㅎㅎ) 그 잔소리들을 애정으로, 사랑으로 소화해 준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과 그 사이 잘 커서 자신도 돌아볼 줄 알고 주변도 살펴보고 품을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있구나, 싶다. 이보다 더 기특하고 대견하게 클 수 있을까 싶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중학생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지금의 대화는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는데 이 아이가 이렇게 잘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나 귀한 마음이구나, 하는 것을 제자를 보며 느꼈다. 마음의 방향이 어느 쪽을 향하는지가 삶 전체의 지향을 결정하고 나아가게 한다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된다. '선과 악'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선함'을 마음에 두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이 계속 대화하고 싶은 선생으로 찾아올만한 곳이 되도록 나도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좋아하는 괴테의 문장이 떠오른다.
인간은
지향이 있는 한
방황한다.
괴테, 『파우스트』 中
학생들과 수업을 하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들과 맞닥뜨릴 때가 있다.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은 자신의 마음에 왜 이리 거센 폭풍과 성난 파도가 치고 있는지 본인들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럴 때면, 내 눈앞에 있는 이 학생의 모습은 지금 완성된 모습이 아니라 변화하는 중이며 고치 속에서의 모습까지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곤 한다. 이 변화의 시기를 함께하며 내가 해 줄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지 고민하며 아이들과 만난다.
곧 펼칠 날개는 또 얼마나 예쁠지, 기대하면서.
요 올망졸망 귀요미들 중 한 명, 무려 12년 전의 사진이라니...!
수능까지 잘 집중하여 다음 산으로 나아가기 위한
삶의 한 과정을 멋지게 넘어설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