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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윤 Apr 10. 2022

(14) 인간의 편측성,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나-(2)

하윤의 Resolution

왼손잡이들은 소중하다. 그들은 남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곳에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빅토르 휴고




이번에는 그렇다면 인간에게서 편측성이 나타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비교적 최근에 시작되었는데, 최근에는 여러 분자유전학적인 방법 등에 힘입어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 먼저, 인간은 ‘’ 편측성을 보일까? 누군가는 왼손, 누군가는 오른손을 쓰면 안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한 가설로는 두뇌의 편측성에 이은 신체의 편측성이 생기게 되었으리라는 가설이 있다. 상식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인간의 좌뇌와 우뇌는 약간의 특화를 보이는데, 예컨대 좌반구는 대개 논리 및 언어와, 우반구는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관련된 간단하고 재미있는 예시 중 하나로, 우리의 우반구가 조절하는 왼쪽 얼굴은(엄밀히는 얼굴 근육의 상/하부는 다르게 조절되지만, 넘어가자) 오른쪽 얼굴에 비해서 감정 표현을 더 잘 드러낸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Sackeim, 1978, Science, (그림 1)). 초상화 등에서 왼쪽 얼굴이 더 흔하게 그려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지 모른다!


그림 1. 감정을 드러내는 얼굴을 절반으로 잘라 대칭시킨 사진. 대개 사람들은 왼쪽 얼굴을 더 '감정적' 이라고 보고한다(Okubo, 2013, Brain cogn).


(그러나 지나친 일반화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뇌 특화성은 일부에 대해서만 나타나며, 모든 인간의 두뇌 기능에 대하여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뇌 정보 처리는 어느 한쪽에 특이적이라기보단 양쪽 반구의 긴밀한 협업을 통하여 일어난다¹. 예컨대 여러 연구들은 감정이 전적으로 우반구에서 처리된다기보다는, 좌반구와 우반구에서 (특히 감정에 연관된 뇌섬엽에서) 긍정, 부정적인 정보를 나누어 표상한다는 것을 보였다. 같은 맥락으로 특정 손을 널리 사용해서 뇌를 발달시킨다는 것, 그래서 왼손잡이들은 천재가 많다는 주장들 또한 증거 없는 유희적 낭설에 가깝다². 많은 지능 검사를 이용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를 확인하려는 연구는 명백한 차이를 얻지 못했다)


이 중 인간의 경우, 협력적 의사소통, 공유된 지향성, 복잡한 문법 구조를 바탕으로 다른 어떤 동물들과도 다른 방식으로 복잡한 언어를 발달시켰고³ 그것을 위하여 좌반구의 복잡한 언어기능이 발달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좌뇌가 더욱 발달하게 되어 좌뇌가 관장하는 오른손의 정밀한 활동이 가능해지며오른손의 편측성이 나타났다는 가설이 있다(그림 2,3).

 

그림 2. 언어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의 두뇌 활성화. 좌측 반구가 더 활성화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Somers, 2011, Front. Hum. Neurosci).
그림 3. 인간에게서 제일 처음 알려진 언어 중추인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각각 말을 만들고, 이해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고전적으로 좌반구에 위치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뿐 아니라, 인간은 타 동물에 비해서 굉장히 큰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는 동물임과 동시에 그 어떤 동물보다도 협력적이다(토마셀로를 비롯한 일부 과학자는 이것이 인간의 언어와 지능이 탄생한 비결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인간은 서로 비슷한 방법으로 일할 일이 많았고, 이러한 경우 모두 같은 도구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그리고 효율적으로 늘어서서 같이 협업할 수 있도록 같은 방향의 손을 이용하는 것이 모두에게 편리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편향성이 진화 과정 속에 선택되었으리라는 가설 또한 존재한다.




여기에서 던져 볼 수 있는 의문이 있다. 그렇게 다들 똑 같은 손을 사용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이점이 있었다면, 모든 사람이 오른손잡이여야지 왜 애매하게 일부는 왼손잡이로 남아 있는 것인가? 이것에 대해 답하기 위해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스포츠로 넘어가 보자. 야구에서, 좌완투수, 그러니까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는 굉장히 중요한 선수로 취급 받으며 높은 몸값을 가지곤 한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그림 4)?


그림 4. 좌측 손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 영어로는 이와 같은 왼손잡이 선수들을 southpaw라고 부른다(공을 던지기 위해 준비할 때 남쪽을 보기 때문).


왼손은 상대방에게 변칙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늘 오른손잡이만 상대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왼손을 이용하는 상대방에게 잘 대응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변칙성 때문에 왼손잡이는 전투와 같은 경쟁적인 상황에서 다소의 이점을 가진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오른손잡이가 됨으로써 얻는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이 이득과 손해는 서로 맞붙어 대략 10% 가량의 사람들만 왼손으로 남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스테파노 걸란다 교수는 또한 물고기에서도 이러한 경향성을 보였는데, 물고기가 떼를 지어 움직일 때 대부분은 오른쪽으로 회전할 때에 일부는 변칙적으로 왼쪽으로 회전해 도망간다면, 포식자는 더 큰 무리인 오른쪽을 쫓아가므로 왼쪽으로 움직이는 물고기들에게 생존율을 높여주는 행위가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측성은 어떻게 생겨날까? 아주 오래된 고전적 질문처럼, ‘자연적일까 양육에 의한 것일까Nature of nurture’? 이것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아주 근본적인 유전학 통계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제일 간단한 것은, 부모-자식의 관계이다. 이에 대한 통계는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이 왼손잡이일 경우, 자식이 왼손잡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는 일관적 결과를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양 부모가 모두 오른손잡이인 경우 자식이 왼손잡이일 가능성은 9% 가량이지만, 양 부모가 모두 왼손잡이일 경우 이 가능성은 대략 25% 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이 결과는 유전적인 것인지, 혹은 부모가 왼손을 쓰도록 양육했거나 왼손 사용을 보고 배웠는지에 대한 두 설명 중 한 가지를 지지하지는 않는다. 이를 연구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쌍둥이 연구이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는 80% 가량은 사용하는 손이 같지만, 20% 가량은 한 명은 왼손잡이, 한 명은 오른손잡이로 사용하는 손이 다르다. 이는 (대부분의 인간 특질이 그러하듯) 손 사용 방향은 뚜렷한 유전적 영향을 가지지만, 양육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최근의 많은 연구는 이러한 편측성에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는 데에 집중되었는데,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굉장히 많지만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PCSK6와 같은 다양한 후보들이 십여 년 전부터 제시되어 왔었지만, 옥스포드대의 최근 연구는 4만 명 가량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4가지의 유전자가 왼손잡이에 연관성이 있으며, 이 중 세포의 모양과 특성을 만드는 세포 구조 단백질이 대다수임을 밝혔다. 또한, 이것이 왼손잡이 특이적인 두뇌 연결성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연구들이 있다. 그것은 아직 자궁 속에서 성장 중인 태아들이 가지는 편측성인데, 이제 수정 후 13주가 지난 태아에게서부터 이미 오른손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측성이 관찰된다는 것이다. 오른손을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빨고, 얼굴이나 자궁 내벽을 만지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 관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태어난 이후에도 이어져서, 임신 18주차에 더 많이 사용했던 손이 생후 10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 최근 몇 년 전 밝혀지게 되었다(그림 5). 이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시기는 아직 두뇌와 사지가 올바르게 연결되어 발달하는 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림 5. 초음파 스캔을 통한 자궁 속 태아의 손 선호도. 이를 통해 태어난 이후의 손 선호도를 예측할 수 있다(Parma, 2017, Sci. Rep).


 우리가 의식적으로 팔과 다리, 몸통을 움직이는 것은 대뇌의 일차 운동피질(Primary motor cortex, M1) 에서부터 척수로 뻗어 나가는 신경 회로(Corticospinal tract)가 명령을 내리기 때문인데, 이 신경 회로는 수정 후 24~26 주차가 되어야만 연결되기 시작한다. 즉, 몸의 특정 부위를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는 것은 사실 뇌와는 상관 없이, 척수 수준에서 나타나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다. 실제로 척수의 좌측과 우측은 여러 유전자 조절 요소에 의해 이 시기에 변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인간 사회에서 나타나는 편측성과 그 이유, 그리고 원인까지 알아보았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어떤 역사와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 그를 통해 한번 더 사회의 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세계 왼손잡이의 날은 매년 8월 13일이다. 몇 달 후, 문득 이 날이 생각난다면 세상의 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들의 세상을 생각해 보자.



미주 Endnote


1. 이것을 명백하게 볼 수 있는 예시가 마이클 가자니가 등이 선도적으로 연구하였던 분리뇌 환자이다. 양쪽 뇌 반구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신경 다발들이 바로 뇌량인데, 이것을 절단하면 좌반구와 우반구의 의사소통이 끊어지므로 이 두 반구를 고립하여 실험할 수 있다. 상기한 좌반구는 언어 기능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 또한 분리뇌 환자에게서 얻어졌는데, 좌반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면’-좌반구와 연결된 눈에만 보여주면-그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지만 우반구에게만 보여주면 말하지 못한다.


2. 그러나 분명히 특정 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일정량 뇌의 구조를 변화하는 데 기여하긴 한다. 대표적으로,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에 비해 언어 능력을 좀 더 좌-우 반구에 나누어 가지며 좌-우 반구의 언어 중추가 좀 더 조화롭게 작동하는데, 이러한 능력 덕분에 뇌졸중과 같은 두뇌 손상에 대한 저항성이 조금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C. Bareham, 2015, Scientific report).


3.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부하여 다음에 깊이 있는 글로 다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보 참고를 원한다면, 마이클 토마셸로의 통찰력 있는 저술 ‘Origins of human communication’ 을 추천한다.


4.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시피, 우리 몸의 왼쪽 부분은 오른쪽 뇌가, 오른쪽 몸은 왼쪽 뇌가 관장한다. 이는 교차decussation 현상 때문인데, 척추 동물의 조상은 뇌가 척수에 비해 모종의 이유로 180도 회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과정에서 마치 반 바퀴 비튼 꽈배기처럼 신경이 뒤틀려서 상식과는 반대의 조절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꽈배기’ 모양 교차 현상은 뇌의 가장 아래쪽인 연수 부분에서 볼 수 있다(pyramidal decussation).


5. 스포츠는 곧 전투의 문화적 연장선이라는 주장을 고려하면, 이러한 가설은 더욱 힘을 얻는다. 에릭 더닝의 말을 빌리면 "스포츠는 문명화 과정에서, 억압된 공격성을 비적대적이며 합법적인 경쟁으로 제한적이나마 표출하게 하는 사회적 행위"라는 것이다. 몇몇은 많은 남성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또한 이와 같다고 본다.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공격성을 스포츠로 해갈한다는 것이다.


6. 우리는 뇌, 그 중에서도 인간에게서 고도로 발달한 대뇌가 생명에 필수적일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생명에 필수적인 여러 기능들은 대뇌 이하의 수준에서 대개 조절된다. 예컨대 동물에서 대뇌와 전뇌 부분을 모두 절단해도 각성, 호흡, 심박수 조절, 걷기와 뛰기, 내장 기관 조절, 여러 반사적 작용이나 얼굴 표정, 수염 움직이기, 씹기와 삼키기와 같은 수많은 기본적 작용들은 그대로 남는다. 동물들의 걷기 패턴은 척수에서 형성되어, 척수 이상의 모든 뇌를 잘라내어도 트레드밀 위에서 잘 서서 걷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들은 초기 발달이 척수 수준에서 일어날 것이라는 상기 연구 결과를 좀 더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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