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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이 May 15. 2023

[마음] 스트레스성 폭식 끊어내기

자기조절감 높은 사람의 의사결정 과정

지난 이야기 복습


현대인이 자기조절감을 지키기가 왜 지독하게도 어려운지를 살펴봤다.

https://brunch.co.kr/@hayun2e/22 - 충동과의 전쟁
https://brunch.co.kr/@hayun2e/23 - 현대사회의 오지라퍼들

자기조절감이 무엇인지 한 번 더 짚어보자. 자기조절감이란 쉽게 말해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감각이다. 여기서 “원하는 대로 삶을 만들어 간다"라는 것은 본인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치와 일관된 방향으로 원하는 삶을 꾸려나간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본글!


그런데 막막하다. 어떻게 이제 와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당장 직장부터 그만둬야 하는 걸까?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먼저 일상의 작은 판단과 결정들에서부터 내가 진정 원하는 것들에 귀기울여 보자.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자존이의 하루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다시 보는 자존이의 하루


직장에서 돌아온 자존이는 몸도 마음도 지쳤다. 오늘 힘들게 일한 만큼 맛있는 저녁으로 보상 받고 싶다. 습관적으로 배달 앱을 켠다. 그런데 잠깐, 음식을 통해 보상 받는 것이 자존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일까?


자존이는 먼저 충동의 원인에 집중한다. 골똘히 생각해보니 자존이는 오늘 직장에 있는 내내 상사에게 치이고 동료의 일을 떠안으며 스스로를 전혀 돌보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공허하다. 자존이는 충동의 원인에 “공허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벌써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공허함을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좋은 방법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음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항상 과식으로 이어졌었다. 과식은 자존이의 내면 깊숙이 있는 중요한 가치인 <건강한 생활>에 반대된다. 자존이는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산책을 좋아하는 자존이는 천천히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공원을 걸어볼 생각이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친구에게 연락을 해볼까 한다. 산책으로 한결 마음이 산뜻해진 자존이는 기분이 좋아지니 스스로를 더 잘 챙겨주고 싶다. 오늘 점심 식사가 부실했으니 저녁에는 신선한 야채가 많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어야겠다.


자존이와 충동이의 하루: https://brunch.co.kr/@hayun2e/21 - 체중과 자기조절감


자존이의 사고 흐름 들여다보기


자기조절감을 기르기 위해 어떤 연습을 해야 할지 힌트를 얻기 위해 먼저 자존이의 의사결정과정을 뜯어보자. 


위 다이어그램은 자존이의 의사결정과정이다.

자존이는 행동(배달음식 시키기)을 하기 전에 멈춰서 천천히 상황을 검토했다. 일단 행동을 일으키는 자극을 인지적, 감정적으로 파악했다. 다음으로는 원인 자극이 되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 한결 다루기 쉽게 만들었다. 이후에는 자극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에 대처했던 방식과 가능한 대안들을 검토하여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았다.


자기조절감이 높은 자존이가 자기도 모르게 적용한 전략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간차 두기: 어떤 상황에 반응하기 전에 먼저 차분히 생각함.

트리거 정의: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트리거를 찾아냄.

마음챙김: 최선의 결정을 위해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을 판단하지 않고 관찰함.

감정지능: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식별하고 이해하는 능력.

인지재구축: 사고과정에서 건강하지 않은 부분을 발견하고 건강하게 재구성함.

이제 이 방법들을 일상의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자. 


부끄러운 저자의 자기성찰 공유 - 체중관리에 실패한 나


자기조절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최근에 자기조절감을 상실하면서 두 달만에 체중이 5kg 늘었다고 언급했었다. 저자는 반복적으로 자기조절감의 상실이 곧 체중증가로 이어지곤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스스로를 파악하고 필요한 노력을 하여 이 굴레를 끊어내기로 결심했다. 



시간차 두기


저자는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에 대한 갈망이 올라오는 경우가 굉장히 잦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뭔가를 먹고 싶을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보다는 일단 멈춰서 내가 얼마나 배가 고픈지를 점수로 매겨 보기로 했다. 0~10 중 0은 아예 배가 고프지 않은 것, 10은 배가 고파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을 때로 정했다. 점수를 매겨 보니 음식이 땡길 때 실제로 배가 고픈 정도는 1~2밖에 되지 않았고, 0일 때도 많았다. 그럼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자극 파악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는 주로 일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음식을 먹고 싶었다. 연관되어 있는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휴식을 취하고는 싶은데, 그냥 쉬면 죄책감이 드니 뭔가를 먹는다는 핑계로 합법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뇌에는 일이 지쳐 잠깐 쉬고 싶은 상황과 음식을 먹는 것이 아주 강하게 조건화되어 있었다. 이렇게 왜곡된 조건화가 어떻게 이렇게 강하게 뇌에 뿌리박히게 되었을까 그 기원을 골똘히 파헤쳐보니 의과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효과적인 인지재구축을 위해 자극을 더 깊게 들여다보기


의학과는 2주, 또는 1주에 한 번씩 시험이 있고 공부의 양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의대생에게는 시간이 금이다. 시험기간에는 매 순간 뭔가를 머리에 욱여넣고 있지 않으면 아까운 시간을 흘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렇다보니 한창 공부해야 할 때에는 밥 먹는 시간이 유일한 낙이자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처리해야 할 학습량을 빠르게 치워 나가기 위해 긴장상태를 유지하다가 밥을 먹을 때 잠깐 긴장을 푸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이러니, 과로로 뇌가 지치거나 귀찮은 일들을 모른채하고 싶을 때 음식 생각이 날 수밖에.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잠시 '시간차 두기'를 하고 스스로의 생각, 감정, 행동을 판단 없이 관찰하는 '마음챙김'을 통해 충동을 일으키는 자극의 인지적, 감정적 요소들을 파악했다('트리거 정의'). 이제 다른 대응책을 모색하고 원래 있었던 조건화를 끊어내는 '인지재구축'을 실행할 차례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이제는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음식이 땡기면 휴식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그냥 쉬어도 돼."라고 말해주고 있다. 지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낀다. 충동과 관련된 부정적인 감정은 '죄책감'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나니 별거 아닌 감정이 되었다. 쉴 때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는데, 라는 생각만으로도 감정은 한없이 작아진다. 


새로운 대응책 선택 및 결과 관찰


대응책으로는 음식을 먹기보다는 밖에 나가 바람을 쐬거나 잠시 누워 제대로 휴식을 취해주는 쪽을 선택했다. 이 때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전에 음식을 먹는 것으로 쉬고 싶은 상황을 해결했을 때에는 음식을 먹는 시간만으로는 충분한 휴식이 되지 않아 오히려 한참을 더 쉬고 시간을 허투루 쓴 것과 의미 없는 칼로리를 식단에 추가한 것 둘 다를 후회하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충분한 휴식 후에 기분 좋게 다시 일을 시작한다. 


후기


뇌가 알고 있는 것의 효과는 정말 대단하다! 불필요하게 음식이 먹고싶을 때 왜 그런지, 충동에 굴복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대안으로는 어떤 행동이 가능한지를 머리로 알고 있을 때와 모르고 있을 때의 차이는 너무나 극명하다. 쉬고 싶다 -> 음식을 먹는다 의 연결이 일어났을 때 뇌가 이를 파악하고 제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결정 하나 하나에서 자기조절감을 익히다보면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챙기는 법을 배우면서 더 큰 결정들에서도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instagram: http://instagram.com/unnie_for_youhttp://instagram.com/dr.yu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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