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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즐넛커피 Jun 05. 2023

헤이리마을에서의  휴식

쉬어가기 + 추억 남기기

  휴일이다!

매주 돌아오는 휴일이지만  집에만 있는 날도 아직 더 많은데 오늘은 잠깐 외출을 했다.  점심에 약속이 있어 일산의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이후에 별다른 계획은 없었지만 갑자기 헤이리마을 얘기가 나와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기온이 조금 올라 낮에 28도가 체크된다. 걷기에는 살짝 더운 날씨지만 최근에 흐린 날이 많았어서 그런지 화창하게 느껴진다. 바람이 살짝 불거나 그늘 밑을 지나면 더욱 상쾌하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주차장 입구에서 들어가며 주차하기가 편하지는 않았다.  블로그 리뷰나 인기 있는 장소 등을 검색하고 간 게 아니어서 그냥 둘러보려는 목적이 컸다.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매표소 같은 것이 있고 여기에서 헤이리마을 안에 있는 여러 공방이나 박물관처럼 꾸며놓거나 주변으로 즐길거리의 입장권 같은 것을 사는 곳이 있다.  우리는 특별히 표를 사거나 하진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즐기기 위해 지나쳤다. 참고로 매표소 앞에 서있으면 안에 계신 분이 사진 찍기 좋은 곳 등을 알려주신다. 이렇게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 오면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누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사람들이 놀러 올 걸 알고 있었던 거처럼, 아니면 당연히 오게끔 만들 수 있었던 것처럼 잘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가족단위로 나들이 온 무리나 커플도 많았다. 사람은 많지만 공간이 여유 있고 골목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주변에 상점도 많고 플리마켓처럼 운영하면서 가벼운 액세서리나 옷 등을 파는 곳도 많았다. 박물관이라고 즐길거리도 있으니 아이들과 걷고 즐기며 휴일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여러 가게 중 특별히 크지도 않고 튀지도 않는 '편백향'이라는 가게로 들어가니 편백나무 향이 가득 퍼진다. 에어컨도 나와 시원하게 가게 안을 돌면서 편백나무 향을 즐기고 마지막에 차에 아로마처럼 사용할 편백오일 한 병을 사서 나왔다. 같이 간 와이프도 오래간만에 릴랙스 한 느낌을 느끼는지 사지도 않을 편백나무 베개와 액세서리 등 다른 상품들을 만지작거리며 즐긴다.


길을 계속 걷다가 마을 위쪽에서 그냥 지나치던 건물이 나온다. 주변에 공방들도 보고 걷고 하다 보니 좀 더 더워졌고 갈증이 나서  시원하게 음료를 마시려고 둘러보니  베트남 식당과  카페인가 보다.  들어가 보니 베트남연유커피가 있었다. 베트남에 가본 적이 없던 터라 그 맛이 궁금했다.  전에 여행 관련 프로그램이나 다큐나 예능을 보다 보면 현지인들이 길가에서 파는 연유가 들어간 커피가 맛있다고 많이 들었어서 기대가 됐다. 물론 현지인이 파는 현지 커피의 느낌과 비교할 수 없고 같지는 않겠지만 그냥 마셔보기로 했다. 주문받는 곳 옆에 진열장에 베트남에서 온 맥주도 팔고 있었다.  운전하고 온 터라 바로 마실 수는 없어서 하나 사서 집에 들고 가기로 한다.  


  나는 블로그나 SNS를 운영하지 않기에 평소 사진 찍는 것에 크게 공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필요해서 참고용으로 사진 찍을 때 남들이 불편할 것을 고려해서 무음카메라 어플을 사용하는데 특별히 효과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실제보다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나올 때도 있다.  연유커피도 커피잔이 크고 이쁘면서 얼음이 찰랑찰랑 가득 들어 보기만 해도 더위가 날아가게 생겼는데 사진에는 그런 느낌이 다 담기지 않는다. 일단 한 모금 마셔보니 연유가 들어서 확실히 엄청 단맛이  나는 커피였다. 연유의 단맛이 압도적이지만 커피와 섞이면서 단맛의 끝을 커피가 잡아주면서 그저 끝까지 달큼하게 지속되는 게 아니라 단맛의 끝에는 살짝 담백한 느낌이 느껴지는 착각이 든다. 평소 단 커피는 좋아하지 않지만 더운 날 먹기에는 꽤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눈앞 테이블에 놓인 맥주병이 시원함을 더했다.  


  주말에 집에만 있기 싫을 때 특별히 멀리 가지 않더라도 동네에 있는 카페 가서 잠깐 차 한잔하고 와이프와 대화를 하고 오면 오래간만에 데이트를 한 것 같이 좋은 느낌이 든다.  꼭 멀리 비싼 곳을 가지 않고도  그저 시간을 같이 하고 이 분위기를 즐기고 같은 추억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아직은 집순이여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와이프지만 가끔 이렇게 계속 다녀야지 하는 생각은 내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잠깐씩 하는 외출 때마다 더 들게 된다. 요즘은 예전처럼 앨범이라는 것에 사진을 꽂아 모아놓고 과거를 간직하거나 추억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SNS나 블로그 같은 것에 더 공을 들이는지는 모르겠다,  아직 그런 것들을 할지 신경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각자의 머리와 마음속 기억에서 흐릿하거나 빛바랜 오랜 사진처럼 남아있더라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추억사진이 더 중요하다,  그것도 꺼내보지 않아도 알 수 있고 같이 있거나 시간을 정하지 않아도 어 각자 회상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걸 남기는 것보다 제일 중요할 것이다. 또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주중에 가득 받았던 스트레스를 잊을 수 있어서 좋다.  다음에 가볼 곳을 또 찾아보며 다음 한 주도 잘 보내봐야겠다.


 

                - 2023.06  헤이리마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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