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스

감정이 없기에 모두가 '이퀄'인가

by 하누

인간은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다. 그런데 인간에겐 알고보니 무의식의 영역이 있더라. 꿈도 꾼다더라. 계몽주의로 대두되었던 이성과 합리성 신화는 무너진지 오래다. 현대에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늘 실패하고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매 순간 내린다. 멀리 가지 않아도 covid-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집단적으로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이퀄스 역시 인류의 어리석은 전쟁으로 지구 영토의 99퍼센트가 소실된 세계가 배경이다. 인류는 '반도국'과 '선진국' 이라는 두 국가가 존재한다. 반도국은 그저 선진국의 시선으로만 잠깐 나온다. 폐허가 된 도시속에 살고있는 미개한 원시인들 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이 영화의 무대는 선진국이다. '사일러스'와 '니아'는 성실하게 선진국 속의 톱니바퀴 역할을 하고 있지만 뭔가 다르다. 선진국은 인간이 감정을 가지는 것을 '결함'으로 파악했고 감정을 가지는 유전자를 제거해 버렸다. 흔한 할리우드 미래 배경 영화의 설정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 감정 억제 약을 매일 복용해야 하는 영화 '이퀄리브리엄'과 제목도 비슷한데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 디자인도 비슷한 느낌이다. 여기서는 태어날 때 부터 이미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약을 먹는 번거로움은 없지만.





감정을 가지는 것은 진화되지 못한 인류의 모습이다. 영화는 이 명제에서 시작한다.

감정을 가진 반도국 밖의 인간들은 원시적인 결함인이다.


미니멀한 것이 SF영화의 유행인건지 이 영화 역시도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모든 시스템은 AI로 자동화 되어있으며 인간은 철저하게 국가 통제하에 있다. 감정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누구도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발화를 하지 않는다. 감정의 높낮이를 1~10 정도로 표현한다면 그저 5~5.5 정도로 보인달까. 건물에서 떨어져 자살한 시체를 보고 하는 멘트들이 주옥같다.

22.JPG

"콘크리트 바닥과 시체가 안어율려." " 대체 노동력을 찾아야겠네요." 등


그리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니아와 사일러스는 이 광경에 위화감을 느낀다. 바로 SoS였다. Swtched on Syndrome '감정통제 오류'라는 증상은 이 곳에서 공익을 위한 격리 대상자다. 이 결함인들은 격리되어 수용된다. 이들을 국가가 직접 죽이지는 않지만 자살을 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격리시킨다. 니아와 사일러스는 같은 부서의 동료지만 사일러스는 왠지 모르게 니아에게 계속 눈길이 가도 니아 역시 그를 알고 있다. 그들은 서로를 SoS 확진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에상하기 쉬운 전개지만 둘은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아무도 없는 곳 둘만의 공간을 찾아서 사랑을 하지만 그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SOS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의무적으로 모두가 맞아야만 하는 상황. 때 맞추어 니아는 국가의 '의무임신'의 부름을 받는다. (성행위를 통한 임신이 아닌 정액을 주입해서 임신하는 제도로 이 기간에는 직장을 비롯해서 모든 일상적인 행동에 제약이 따른다.)


모든 통제는 '안전부'라는 기관에서 이루어지는데 병에 걸린사람, 이성끼리 접촉을 한 사람 등 법에 위배된 행위를 한 시람들을 수용소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둘의 탈출 계획은 안전부 소속하에 있던 공무원들과 의사 베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니아와 사일러스 뿐만 아니라 SoS에 걸렸음에도 비밀리에 모여서 감정을 공유하는 모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꽤 오랜 시간 모임을 유지해왔고 서로와의 신뢰도 두터워 보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안전부 소속 사람들이 SoS 감염자일줄은 정부도 몰랐던 것 같다. 이들의 도움을 받아 니아와 사일러스는 황무지와 폐허 밖에 없다고 알려지는반도국으로의 탈출을 할 수 있을까?


333.JPG 안전부 소속 베스와 피터, 토마스



감정과의 첫 만남


영화는 전체적으로 잔잔하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영화다. SF, 미래 배경,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영화임에도 강렬한 사운드, 폭발 신, 액션신, 추격 신 등은 없다. 그렇다고 강력한 국가 통제를 하고 있는 권력자들이나 악역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비슷한 분위기의 '이퀄리브리엄'이나 '더 기버: 기억전달자.'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서사는 사일러스의 시선으로부터 니아의 응답으로 이루어진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비정상인' 취급을 가진 연인의 숨막히는 탈출극을 예상했다면 추억의 영화 '아일랜드'를 보기를 권한다. 대신에 감정이 없는 세계가 '정상'으로 작동하는 곳에서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되어 위화감을 느끼고 괴로움을 느끼는 등의 '희노애락'을 느껴나가는 것이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33.JPG 둘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이다.


사일러스가 처음 니아를 계속 떠올리고 무의식적으로 눈길을 주는 장면은 마치 짝사랑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사일러스는 '감정'이라는 것을 처음 받아들이면서 괴로워한다. 둘이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꽤 신경써서 그려낸 느낌이다. 감정없는 선진국 사람들이 볼 때 우리 '반도국'들의 로맨스 영화는 사랑에 빠진 인물둘이 눈빛은 주고 받다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격렬한 키스를 하지 않던가. 선진국에서 '사랑을 모르고 사랑에 빠져버린 연인'들의 첫 교감은 그렇지 않았다. 굉장히 머뭇거렸고 느렸다. 둘이 교감하는 순간에도 두려워했고 어설픈 느낌도 났다. 여기서 반도국처럼 둘의 사랑을 능숙하게 묘사했다면 아마 몰입이 안되서 영화 보기를 도중에 포기했을 수도 있겠다. 물론 후반부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반도국 연인들처럼 사랑을 한다.



희망과 기쁨만 있지는 않지만.


영화를 본 후 여운이 짙게 남았다. 그리고 돌고 돌아 나에게 온 답은 "감정은 어쩔 수 없구나." 였다. 영화 중간에 안전부 소속 의사 베스의 이야기가 어쩌면 영화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부 소속의사는 SoS, 즉 감정이 있는 환자들 옆에서 그들을 치료를 돕는다. 물론 그들의 감정을 억제하려는 표면상의 이유때문에 더 힘들지만, 베스는 "감정있는 사람들 가까이 있고 싶다."는 말을 한다. 강하게 감정 교류를 하면.. 사람이 사는 것 같다는 이유로 말이다. 자신이 누군지 왜 살아야 하는지까지도 알게 해준다고. 감정은 인간의 본질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선진국'의 관점에서는 온통 불온한 얘기들이 오가는 이 모임은 결국 감정이 있기에 인간이 인간답다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고 심지어 가리는 편에 가깝지만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시간이야 말로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모두가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현실은 마음 안맞는 사람들과의 연속이지만 그 역시 어쩔 수 없다. 필연적으로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들과도 부대끼며 살아야 하니까. 감정은 그 때마다 더 요동칠거고 감정 쓰레기통의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때도 있을 것이다.

555.png 반도국에 가면 정말 행복할까?

만약, 미래가 되서 감정을 조절하는 탁월한 기능이 있는 약이 나온다 한들 복용하고 싶진 않다. X같은 상사와의 조우라던가, 안 좋게 헤어진 옛 연인과의 우연한 만남이라던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게 우울에 가깝고 절망에 가깝더라도 회피하고 싶진 않다는 것. 이퀄스의 아쉬운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니아와 사일러스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전개는 결국 사랑을 위한 '도피'니까. 아마 탈출에 성공했다 한들 그 역시 낙원만은 아닐 것이다. 뭔가 이퀄스 2,3가 나온다면 SoS 감염자 지하조직이 무장투쟁에 나서는 쪽으로...(헝거게임을 너무 재밌게 봐서 그런것 같다) 감정 때문에 고생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은 때지만 더 행복할 때도 분명 있음을 믿는다. 약자로 대변되는 그룹에 있는 우리들은 누구나 겪으니까 공감해 줄 수 있고 누구나 겪으니까 함께 분노 할 수도 있다. 공감 능력을 상실한 소수와 강자에게 상처도 많이 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게 사람들이 싸워서 만들어온 세상이니까 감정이 통제된 사회는 디스토피아에 가까울거라고 믿는다.



keyword
이전 10화처음 겪어보는 일상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