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글] 11_오늘 사랑할게

by 벼르
9de86a0199b6ee920a58e5c29db37c12f269b503
13a56149d2e79da322cd3517f6eb5df636cb03c7

얼마 전 트위터에서 의견이 갈렸던 사진이라고 한다. '영원히 사랑하지는 않겠지만 오늘은 사랑할게'라는 말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낭만적이라 했고, 어떤 사람들은 서운하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서운하다는 쪽이긴 하다. 가끔 과하게 솔직한 나머지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첨언해서 괜한 서운함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 인터뷰의 주인공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저 마음은 진심일 수 있지만 진심 중 절반만 드러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사랑의 전제는 영원할 것만 같은 착각이다. 영원할 거라는 말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랑에 과몰입해주는 게 사랑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영원히 사랑한다고 외치고 나서 영원히 사랑하지 않게 될지라도 잃는 게 뭐가 있을까 싶다. 내가 그런 기분이라면 그게 맞는 것을.


어쩌면 사랑에 퐁당 빠지기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오늘은' 사랑한다는 말을 고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너무 좋아해서 영원히 사랑할 것만 같지만, 언젠가 사랑이 식어버리는 경험을 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사랑이 의도치 않게 끝났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영원히 사랑한다고 했던 내 말이 조금은 민망하고 부끄러울 수도 있다. 너, 그 사람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며?라는 말을 듣기가 무서울 수도 있다. 나도 원래는 그런 감정이 들었다. 그러니까, 상황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핑계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별로 부끄럽지 않다. 그때는 영원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고 가볍게 대답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 인터뷰 응답자의 말은 사실에 가깝다. 내가 오늘 너를 사랑한다는 상태가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내가 오늘 너를 사랑했다는 진실은 내가 알고 세상이 아는 영원 속에 각인되어 버린다. 무언가의 A를 좋아하는 나는 기껏해야 내일 'A를 좋아했던 사람'이 될 수 있을 뿐이다. 'A를 한 번도 좋아한 적 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나라면 '영원히 사랑하지는 않겠지만' 부분을 굳이 말하지는 않겠다. 오늘'은'이 아니라, '오늘' 너를 사랑한다. 결국 영원한 사랑이란 오늘에서 출발해 하루하루를 이은 반직선일 것이므로. 종이에 그린 좌표평면이 유한하다고 방정식이 짧게 잘린 선분이 아니듯, 내가 출발시킨 오늘의 반직선이 끝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내 삶이 끝나도 이어지는 반직선일 수도 있고, 결국 긴 선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선분이더라도 점에서 이어지는 도중에는 끝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접어두는 일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영원한 사랑을 떠올리면 늘 함께 생각나는, 나와 나의 엄마와 외할머니(엄마의 엄마)의 대화를 끝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할머니, 할머니는 엄마가 그렇게 귀여워?"

"그럼, 귀엽지."

"엄마가 이렇게 오십 살이 넘었는데도 계속 귀여워?"

"(헛웃음) 죽어야 끝나지, 죽어야."

"과연 죽는다고 끝이 날까?"

할머니와 내가 대화를 나누던 중 엄마가 마지막 말에만 끼어든 대화다. 과연, 사랑은 죽는다고 끝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별글] 09_ 친구가 나를 살린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