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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소리 Oct 22. 2023

파티원을 구합니다.

[초등 육아휴직이라는 정서적 보상]   #6

 학부모총회를 참석한 덕분에 아이 교실을 방문해 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아이 책상에 앉아보았다. 높이가 생각보다 많이 낮아서 내 무릎이 책상 아래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비스듬히 다리를 뻗어내어 책상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청소 도구, 정성스럽게 색칠한 이름표, 어지럽혀져 있는 책상 속 서랍 모두 우리 아이 그대로였다. 아이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책상에서 일어나 교실을 둘러보았다. 뒤편에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그려진 그림이 걸려있었다. 빨강 티셔츠와 파랑 반바지를 입고 축구공 곁에 둔 모습이 영락없이 축구선수였다. 집에 다녀와서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예전에는 집 짓는 아저씨가 꿈이었는데 이제 장래희망이 바뀌었어?"

 "응. 나는 이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유치원 졸업하기 전부터 초등학교 1학년을 보내본 선배 엄마들로부터 많은 꿀팁을 전수받았다. 그중 하나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바로 축구 학원과 숲체험을 다닐 반 친구들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나에게는 두 가지 숙제가 생겼다. 동네 엄마들을 잘 모른다며 내가 걱정을 했다. 그러자 하나같이 입을 모아 나를 달래주었다.

"3월 첫째 주 학교 적응기간 동안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놀이터가 있어요.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반 친구 엄마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숙제는 빠르게 해결하게 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그런데 아무리 아이 초등학교와 근처 아파트 놀이터를 배회해 봐도 또래 친구들을 볼 수 없었다. 어느 날 우연히 옆 반 친구의 엄마를 작은 놀이터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초면이었지만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1학년 친구들이 다 어디서 노는지 도무지 마주칠 수가 없네요."

 그러자 1학년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는 놀이터로 같이 가주셨고 드디어 아이와 함께 나와 있는 1학년 엄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아이와 서성거리던 놀이터와는 정 반대쪽 놀이터였다.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그곳에서 연락처 교환을 하게 되었다. 연락처 교환을 마친 후 축구와 숲체험을 할 친구들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마침 나처럼 축구 인원을 모으고 있던 같은 반 친구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학원을 매일 가는 바람에 시간대가 맞지 않아 그 축구팀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방법으로 학부모총회에 참석하여 내가 주도적으로 함께 축구를 배울 친구들을 모으려고 했다. 3월 15일 D-day가 되었다. 체육관에서 시작된 학부모총회가 끝나고 각 교실로 이동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25명 중 5명의 학부모만 참석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전화번호 교환은 커녕 인사도 제대로 못 나누고 나는 녹색어머니회 반대표 모임에 가기 위해 먼저 교실에서 빠져나왔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 답답했고 아이를 위해 축구팀도 만들어주지 못한다는 것이 미안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친구들은 이미 유치원 때 친했던 친구들을 주축으로 축구팀과 숲체험팀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어차피 같은 반 엄마들에게 물어봐도 이미 다른 축구팀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축구팀으로 옮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새로 만나게 되는 엄마들마다 축구 수업을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봤다. 다행히 아이와 시간이 맞는 태권도 친구 1명이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축구 학원에 연락을 했더니 축구 수업은 최소 6명 이상의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나는 좌절했고 축구를 꼭 시켜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원천적으로 축구를 배워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신랑이 말해주길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축구를 잘하면 무조건 친구들이 놀고 싶어 하는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책에서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축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찾을 수 있었다. 물론 몸싸움을 싫어하는 아이라면 억지로 축구를 시킬 필요는 없다고 한다. 축구 이외에 혼자 할 수 있는 수영이나 줄넘기 등과 같은 운동으로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축구를 매우 사랑했으며 조금 더 많은 친구를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기 때문에 축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직접 축구팀을 모집하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이미 결성된 축구팀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가 들어간 축구팀에는 같은 반 친구들과 태권도 친구들이 있어서 아이도 즐겁게 다니게 되었다.

 축구 수업 시간을 결정하고 나니 4월쯤 숲체험팀을 구성해보고자 하는 여유가 생겼다. 숲체험의 좋은 점은 아주 많다. 우선 자연을 듣고 마시고 밟으며 놀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근시가 빨리 발생했기 때문에 햇빛을 쬐며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내가 꼭 숲체험을 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에게 그 흥미를 유지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듯이 자연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과학적 사고에 밑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알게 된 아이 친구 엄마들에게 숲체험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함께 체험하고 싶어 하는 남자친구 6명이 빠르게 확정되었다. 문제는 여자친구 2명을 모으는 일이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아이는 남자친구들과 어울렸고 여자친구랑은 인사도 잘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는 여자친구 엄마가 없었고 남자친구 2명을 추가로 모집해서 8명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했다. 이에 대한 5명 엄마들에게 의견을 물어봤고 반대 의견이 나왔다. 선생님 한분이 짓궂은 남자친구 8명으로 구성된 팀을 인솔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다는 피드백이었다. 그 친구만 빼고 숲체험을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실망할 친구의 마음이 안타까웠다. 결국 반대 의견이 있어서 숲체험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다른 엄마들에게도 알렸다. 막상 숲체험이 무산되니깐 아쉬움이 컸다. 그 뒤로 하교 후 교문에서 만나는 엄마, 놀이터에서 만나는 엄마, 축구팀 엄마 등등 만나는 엄마마다 숲체험을 정말 하고 싶다고 광고를 하고 다녔다. 몇 개월이 지나고 이미 여러 번 숲체험을 진행한 팀 멤버 중 한 친구가 그만두게 되었다며 나에게 같이 할 생각이 있냐고 질문을 받았다. 나는 불교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질문을 받자마자 나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해맑게 대답했다. 그렇게 나의 또 다른 숙제를 끝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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