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서점을 다녀옵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몇 개월만 지나면 사그라들 것이라 기대하고 집콕을 했으나, 여전히 코로나는 퍼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자주 갔던 식당, 카페도 코로나 덕분에 손님이 뚝 끊겼지만, 그렇다고 확진자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의 힘든 상황은 지속되었다. 단골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시작했고, ‘언젠가는 꼭 방문해야지!’라고 생각했던 서점도 문을 닫기 시작했다.
과거에 특색 있고 예쁜 동네서점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방문을 미뤘지만, 이름이 익숙한 대형서점도 폐업을 할 정도로 코로나가 서점에 미치는 악영향은 꽤 컸다. 어쩌면 유명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을 제외하고 동네서점의 자취가 없어지는 것 아닐까.
서점이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한 후부터 나는 서울에 있는 서점 리스트를 뽑아 방문할 곳을 정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 6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국내 동네서점을 가고, 방문한 서점을 네이버 블로그에 리뷰 했다. 비록 학위논문을 구상하고 있었지만 실상 집에 누워있던 백수인지라, 나는 이름이 알려진 여러 동네서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매했다. 새로운 동네서점에 방문할 때 적어도 책 한 권 정도 구매했다.
그 이유는 서점에 큰 이익을 주진 못해도 책 한 권 구매하는 것이 서점 사장님에게 큰 보람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네서점에 방문할 때마다 책을 구매하고, 나중에라도 그 책을 읽고 감상을 서점 리뷰와 함께 쓰곤 하였다.
방문할 서점을 찾아보기 위해 서점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대부분 서점 사장님들의 인터뷰집 혹은 사장님 본인이 쓴 창업 에세이가 많았다. 나는 책에서 우리나라에 동네서점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서점 운영에 관한 사장님의 현실적인 걱정과 그럼에도 꿋꿋이 서점을 이끌어가겠다는 굳은 각오를 읽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하나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손님의 입장에 본 서점의 모습이 어땠는지 읽어볼 수 있는 책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책은 서점 관계자가 다양한 서점을 소개하고 서점의 현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쓰인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사장님이 하루 종일 서점을 지키고 있을 때 우연히 방문한 손님은 서점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혹은 단골손님은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무엇을 보는지, 독자의 입장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물론 서점을 좋아하는 나 같은 손님이야 책장과 공간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지만, 사장님에게 서점이 밥벌이하는 현실 공간인 것처럼 손님도 서점에서 낭만적인 환상만 갖지는 않는다.
분명 동네 서점인데 동네 사람들도 접근하기 힘든 곳에 위치해있던가, 높고 가파른 계단 때문에 조심해서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 곳도 있다. 가끔씩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에 나온 운영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문을 닫은 경우도 보인다. 서점 사장님 입장에서는 최대한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야 하니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위치에서 운영할 수밖에 없고, 갑자기 문을 닫아야 하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 인건비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사장님 홀로 서점을 지킬 수밖에 없고, 서점 운영만으로 수익을 낼 수 없으니 부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생각보다 동네서점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은 은근히 많다. 평소에는 파리 한 마리도 서점 안으로 안 들어오는 것 같은데, 어쩔 때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서점을 좋아하지만 가고 싶은 서점이 저 멀리 있어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많은 동네서점을 방문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큰 기쁨과 자잘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이 지면을 빌려 풀어보고 싶다.
서점 탐방을 하면서 많은 책들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도 만났다. 서점 사장님을 비롯하여 나보다 책과 서점을 더 좋아하는 분들, 성격과 스타일은 다르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 거리가 멀어도 화상 모임에서 만날 수 있는 분들 등, 서점을 통해 만난 소중한 사람들이 많다. 책을 읽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동네서점 다니면서 책을 사랑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계에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언가를 연구할 기세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꽤 있었고, 선뜻 펼쳐보기 두려운 두꺼운 벽돌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나보다도 더 많은 서점을 방문하고 책을 구매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비록 내가 서점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지만, 서점 방문자의 입장에서 동네서점이 어떤 공간인지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다. 보이지 않을 뿐이지 우리 주변에는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