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법
오늘 아침에도 건물에서 차가 빠져나가는 양쪽 입구 출차 공간에 포드와 소나타를 대어 놓았다. 차들이 주차장을 빠져나오려면 도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출차 공간으로 남겨진 곳에 영낙없이 챠를 주차한다. 때로는 전화를 걸어 “여기 세우시면 안 됩니다. 차 좀 빼주세요” 이야기해도 막무가내로 다음날 또 세운다. 나중에는 아주 전화를 받지도 않는다. 이럴 때는 정말 화가 난다. 화가 나지만, 참는다. 개운치 않지만 그 정도로 남기고 현장을 벗어난다. 바둑에서도 수가 어려우면 다른 곳을 두라고 한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는 더욱 이 말이 진리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한 번도 헬스 세션 시간에 다른 일로 수업 집중을 흩트리는 일이 없었던 사범이 오늘은 양해를 구하더니 세션 중 전화 통화를 한다. 나중에 이야기가, 접촉 사고를 당했는데, 범퍼 교환 정도로 해결한 크지 않은 사고였는데 그 처리가 복잡해졌다고 한다. 차는 거의 필수품이 되었지만 쫓아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 때문에 나는 아예 차를 갖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오랫동안 차 없이 지나는데 한 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 차 문제로 골치 아픈 일을 볼 때마다 “내가 선경지명이 있었어”하며 자존감을 확인하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화는 우리에게 가장 원초적 감정의 하나다. 편도가 스트레스를 느꼈을 때의 반응 중 하나이다. 싸우기-도망 상황에서 싸우기 모드로 전환 직전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화가 조절되지 않으면 싸움, 전투로 이어지게 된다. 결국 자신이 제압되거나 상대를 파괴할 때까지 공격 충동이 나타난다.
분노할 때는 평소 불가능했던 초인적 능력이 가능해진다. 높아진 아드레날린 레벨 효과다. 육체적 힘이나 지속력 등이 올라간다. 심장 박동은 증가하고 호흡은 빨라진다. 감각은 예민해지고 시야는 좁아지고 통각은 둔해진다. 시간 감각에도 영향을 미쳐 상황이 슬로모션 영화 보는 것처럼 시간 지연이 생기며 이성적 사고나 분별력은 저하되고 파괴적 충동으로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모두 높아진 아드레날린과 산소 공급 효과이다.
화는 단계가 있는 것 같다. 내차가 나갈 길을 막는 무단주차 차량을 본 순간은 약간 화가 난 상태라 할 수 있고, 빨리 빼 달라는데 얼른 차 룰 빼주지 않으면 수위는 올라가게 되고 큰소리가 나오고 점점 에스컬레이트되며 드디어는 언어든 완력이든, 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을 너무도 많이 듣는다. 이때, 폭력으로 이어지기 직전, 터트리느냐 마느냐를 (나의 경험으로) 잠깐 생각할 시간이 있는 것 같다. 뇌의 전두엽 cpu가 지휘권을 편도로 넘기는가 마는가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지휘권이 편도로 넘어가면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 적인가 아닌가, 싸움이냐 도망이냐만이 주제가 된다. 싸움 모드로 들어서면 이제 일방통행이 되어 아드레날린이 펌핑되고 심장 박동수는 급격하게 오른다. 그러나 이러한 비상 상태는 임기응변 상황이고 지속되면 혈압이 오르고, 손 떨림 현상이 나타나고, 호흡 부조 같은 건강에 극도로 해로운 현상들이 나타난다. 건강에 아주 나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좀 지혜로와지기를 강요받게 된다. 다음번 터트리는가 마는가를 결정하는 시점에는 싸움보다는 도망 전략을 쓴다. 입을 닫고, 자리를 피하고, 밖으로 나가서 산책이나 뛰거나 목욕 등을 하며 뇌가 현장을 떠나도록 유도한다. 내가 그동안 터득한 지혜이다. (이는 공식적인 의사의 스트레스 처방법과도 상당히 유사한 방법이다.)
그러나 조금 진정이 되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또는 나와의 관계에서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며 화를 내어 흥분된 편도를 리셋해 놓는 것이 낫겠다 생각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