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를 가지는 직통 처방 (감사하는 마음 II)
건너편 탁자에서 마주 앉아 웃으며 조용히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녀의 대화가 간혹 들린다. 연인 관계는 아닌 것 같다. 잘 들리지는 않으나 대화가 약간은 사무적인 듯하면서도 친근하고 평화스럽다. 여자는 서른 정도로 보이며 일어로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심성스러운 전형적 일본 여자의 태도다. 피부는 희고 투명하며 약간은 가냘픈 체격에 회색 줄무늬 흰 원피스를 입고 있다. 가끔 팔을 괘고 빤히 상대를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캐주얼 차림의 남자는 별로 살찌지 않은 중 키의 체구를 가지고 있다. 피부는 좀 거므스럼하고 건강해 보이는 모습이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며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조금 지나 보니 둘이 다 우리말을 하고 있다. 일본 말과 달리 우리말을 유창하게 쓰고 있다. 두 말을 섞어가며 쓰고 있다. 여자도 남자도 한국인인 모양이다. 보니 책을 한 권 앞에 놓고 여자가 남자에게 일어를 가르치는 중이다. 그러나 대화 내용은 대체로 일반 대화인 듯하다. 아무튼 나는 이들의 대화 내용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둘의 평화스럽고 비교적 활발한 대화 분위기를 보며 언뜻 드는 생각이 있어서다. 내가 보기에 이렇게 평화스러운 남녀의 대화는 아마도 둘 간의 좀 여유로운 관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의 여유롭고 평화스러운 대화 분위기를 보며, 우리 사회의 스트레스와 갈등이 필연적인 것인가?라고 반문해 본다. 두 남녀의 대화처럼, 약간 여유를 가지면 우리 사회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잘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갈등과 대결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일까? 왜 우리는 그렇게 여유가 없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스탠리 탠에게는 불치병과 죽음까지도 갈등이 되지 않고 있다. [참조; 지난번 브런치 '뇌로부터의 자유' 매거진 글, "감사의 마음이 어떻게 불치병을 낫게 하는 것일까?"] 삶의 여유를 가지는 직통 처방은 스탠리 탠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을 앞에 둔 탠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탠은 몇 개월 시한 선고를 받았지만 사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은 비슷한 처지 아닐까? 스탠리 탠처럼은 아니더라도 당장 나를 움켜쥐고 있는 생각을 조금 여유를 갖고 늦출 수 없을까?
많은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에는 여행이 꼭 들어가 있다. 왜 사람들은 여행을 그토록 갈망하는가? 나는 그들이 버킷 리스트에 적어 놓은 그 특별한 곳도 이유가 되겠지만 못지않은 이유는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의 여유를 맛보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의 밀착에서 잠시 벗어나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 상황을 사람들은 열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일상생활에서 좀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가? 물론 스트레스 상황에서 마음이 평화스러울 수는 없겠으나 이런 힘든 상황이 아닌 경우에도 서로를 각박하게 몰고 가는 경험을 종종한다. 사람들의 걷는 습관에서 사회의 여유 없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조금씩만 피해 가고 양보하면, 양보해보았자 1초도 안 되는 시간인데, 서로 평화스러운 마음을 유지하며 출근할 수 있는데 양보할 줄 모르는 우리의 어처구니없는 걷는 습관은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킨다. 이렇게 갈등 신호가 뇌에 발생하고 나면 쉽게 가라앉지 않고 하루 종일 왠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다. 1초와 24시간을 바꾸고 있다. 얼마나 손해 장사인가? 왜 이런 손해 거래를 하고 있는가?
우리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보면, 우리는 정말로 신비하고 고귀한 존재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우주는 처음 빅뱅의 대폭발로 시작된다. 우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온도에서 시작하여 팽창하며 식어간다. 식으면서 (기본)입자들이 만들어지고 더 식으면서 수소원자가 만들어진다. 우주는 수소 원자의 세상이 되고 드디어 별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별의 중력에 의해 수소원자들이 응축되고 핵융합이 일어나며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된다. 태양이 바로 이러한 별이다. 별은 엄청난 핵융합 에너지를 방출하며 새로운 원소들을 생성한다. 별이 태어나서 마지막 백색 왜성이나 수퍼노바 폭발 과정을 거치는 일생동안 많은 원소들을 생성한다. 지구와 태양계를 구성하는 물질들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지구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100억 년이 걸렸다. 즉 우리 인체에 필요한 물질들을 만드는데 약 100억 년이 걸린 것이다, 빅뱅때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을 제외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풍부한 물질들이 탄소 질소 산소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기 화학물들은 이 세 가지 원소들을 주로 이루어진다. 지구가 생기고 초기의 높은 온도와 가혹한 기후 환경에서 이들 물질로부터 각종 유기화학물질들이 만들어지고 다시 이들로부터 초기 생명체가 만들어지는데 또 약 10억 년 그리고 이 생명체가 진화하여 인류가 만들어지는데 약 30억 년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우주가 (또는 신의) 140억 년을 거친 작업 끝에 만들어낸 존재들이다. 우리라는 존재는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진 존재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탄생시킨 우주의 생성과 변천과정 그리고 생명이 출현하고 우리로 진화하는 그 과정까지도 파악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드라마적 존재들이다. 이 세상은 그리고 우리라는 존재는 신비 그 자체 아닌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어도단이다. 주상절리를 보기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어디 있는가? 이 엄청난 드라마를 보게 되고 주연이 될 수 있는 이 선물. 인생은 정말 엄청난 선물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출근길에 한 발자국 먼저로 싸우다가 하루를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허비하고 만다. 커다란 생일상을 받아놓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철없는 우리 아이들과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서 내일 아침에 아마 또 되풀이할 것이다. 마치 클린치의 엉긴 상태에서 복싱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주먹을 주고받으며. 너무 일상에 휩쓸려 있다. 조금 뒤로 물러서서 부글거리는 우리의 생각들을 좀 재우고 세상을 바라보자. 이 소중한 시간을 하찮은 다툼으로 보내버리고 말 것인가? 스탠리 탠처럼 한번 훅 털어버리면 탠의 시각이 이해되지 않을까? 탠도 타성으로 붙들고 있던 생각들을 내려놓고 나니 인생이 훨씬 여유롭게 보인 게 아닐까? “인생은 이미 나에게 커다란 축복이었다. 다만 감사할 뿐이다.”
우리 인생을 버킷리스트 여행이라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버킷리스트 우주여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탠리 탠은 이 버킷리스트 여행을 깊이 감사하고 있다. 우리도 좀 여유를 가지는 것이 인생 여행을 후회 없이 할 수 있는 방법 아닐까? 이마에 딱 붙여놓은 이 생각들을 좀 떼어놓고 보자. 이 생각들이 정말로 필요하고 중요한 생각들인가?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잊어버리자. 잊히지 않으면 제1인칭 내 시선을 조금 떼어내어 3인칭 여행객 시선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생각이 차츰 조용해지고 차분해지고 평화스러워진다고 명상법은 가르친다.
우리는 140억 년을 기다려 바야흐로 우주여행 중이다. 너무 사소한 일들에 한눈팔지 않아야겠다. 생각 재우기가 지금은 잘 안되어도 곧 방법을 터득하리라 믿으며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평화로움을 맛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