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활동의 뇌과학 모델

기억, 학습 그리고 창조

by 방석천

기억과 ’나‘; 기억(장기)은 모든 인간(사회) 활동의 기반이다. 기억은 단순히 정보양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문명, 거의 모든 것이 이 기억으로부터 생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억이 없다면 ’나‘라는 존재는 의미가 있을 것인가? 기억이 없다면 ’나‘는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H.M. 환자의 경우[Henry Molaison, 그는 2008년 사망할 때까지 이니셜로만 알려져 있었다. ]이다. 그는 간질 치료 목적으로 해마 부위를 외과적으로 제거한 환자이다. [사진 참조] 그는 건강하였으며, 뇌의 활동도 장기 기억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이었다. 그는 어제 만난 사람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에게는 단기 기억만이 존재한다. 매일이 새로운 하루이며, 그에게는 일생이란 의미가 없으며 자신의 일생을 관통하는 일생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따라서 일생의 주체인 ’나‘도 존재할 수 없다.


억의 저장; 그러면 이러한 기억은 어떻게 저장되는가? [ ‘신경 구조와 특성’ 글 올릴 예정]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기억은 컴퓨터의 기억과 전혀 다른 구조를 가진다. 그러므로 인간 뇌의 기능과 컴퓨터의 기능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컴퓨터의 기억이 정보의 (비트로 디지털화된) 단위마다 특정한 장소에 물리적으로 저장됨에 반해, 즉 배타적 공간이 필요함에 반해, 뇌의 경우는 신경들의 연결 루프(네트워크)가 기억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컴퓨터의 기억이 정보의 숫자(N)가 늘어남에 따라 N개의 메모리가 별도로 필요한 반면 뇌의 경우 기억 용량은 N개의 신경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수에 따르므로 둘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근본적 차이를 갖는다. 컴퓨터의 경우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새 저장 공간이 필요하나 뇌의 경우 새로운 신경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신경간 연결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기억 용량은 무한하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인간 사회가 현재와 같은 상태로 진화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기억 용량이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 이후 AI를 장착한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실제로, 물론 커다란 영향을 미치겠으나 (아니 이미 우리 사회에 이 ‘4차 혁명’의 효과는 이미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 컴퓨터 또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억 용량이 인간의 두뇌를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인 대체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신경의 연결; 신경간의 연결은 시냅스라고 하는 연결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억(장기)은 이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며 만들어진다. 연결이 약하면 신경 신호가 잘 끊긴다. 기억하기는 신호가 끊기지 않도록 고속도를 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경험으로부터 알고 있는 바이지만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산만한 상태에서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기억으로 남지 않는다. 그리고 한번 기억했던 것을 다시 떠올리며 연습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곧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기억의 특성은 바로 시냅스 연결 특성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시냅스 연결의 강화는 신경의 생체 조직이 새로 만들어지는 생리학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 과정이다. 신경 세포의 핵 속 DNA 유전자 스위치를 조절하는 과정이 수반되며 단백질이 합성되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이 생기는 과정이다. 기억 과정의 규명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에릭 칸델 교수는 이러한 과정을 극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지금 이 연구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의 당신과 나갈 때의 당신은 다른 사람이다.”라고.


기억과 학습 요령, 주의집중과 연습; 이러한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주의집중(attention)을 하여야 한다. 즉 우리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많은 정보 가운데 일부 정보들에 초점을 맞추어 집중할 때, 이 집줏된 정보들이 우리 뇌 깊숙한 중앙부에 위치하는 해마에 의해 장기 기억 과정이 실행되며 기억된다. 그러므로 정신이 산만하면 기억과 배움(학습)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시냅스가 강화되어도,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고착화 과정이 필요하다. 일정기간 동안 되풀이 연습과정이 있어야 고착화된다. 따라서 주의집중과 연습이 장기 기억 만들기의 기본 요령이다. 배움(학습)이란 기억하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주의집중과 연습은 배움(학습)의 요령이기도 하다.


창조란?; 인간은 이렇게 학습한 내용 자체를 추후 떠올리며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들 학습 내용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엄마‘라는 기억을 바탕으로 ’ 가족‘을 만들어낸다. 개념 창조의 과정이다. 창조는 필요가 생기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다. 창조는 새로운 필요가 생길 때 일어난다. 필요는 목표가 되고 창조는 이 목표를 향한 길 찾기라고 할 수 있다. 필요 또는 목표가 설정되고 나면 이제 창조는 탐색, 서치 과정이 된다. 탐색은 생물체의 원시 생물 이래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먹잇감을 탐색하고, 추적하는 원초적 본능이 창조 활동의 원동력 아닐까?


뇌신경의 창조 과정; 그러면 어떻게 탐색, 추적이 우리 뇌에서 이루어질까? 우리 (뇌)신경의 신호전달은 기능적으로 입력(dendrite), 출력(Axon terminal), 조절(중간신경; interneuron connection) 신호로 이루어진다. 중간신경(interneuron)은 신경들의 회로를 만드는 신경이다. 그러므로 감각신경과 운동신경 사이에 연결되며 다양한 정보들을 전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들을 일컫는다. 조절 또는 중간신경은 훨씬 다양한 피드백 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으나. 전자 회로에서의 피드백 신호와 아주 유사하다. 전자회로 피드백에 음의 피드백과 양의 피드백이 있듯이 우리 뇌조절신경에도 음의 피드백과 양의 피드백이 존재한다. 신경의 피드백도 전자회로의 피드백과 같은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 참고; 본 매거진 '뇌로부터의 자유' 글 중 "양의 피드백과 시너지 효과" 글 참조). 음의 피드백은 실내 온도 조절 장치에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피드백이며 뇌에서도 유사하게 우리 신체의 체온조절, 심장박동 조절, 호흡조절, 내분비 조절 등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반면에 학습, 창조와 협업들은 양의 피드(백)를 사용하며 이루어진다. 사냥개의 추적 과정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냄새 피드백 신호가 들어 모면 냄새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즉 양의 방향으로) 추적한다. 그러면 냄새는 보다 강해진다. 그래서 먹잇감의 방향으로 가속하며 순식간에 찾아낸다. 이러한 양의 피드백 과정이 배움 창조 협업 등 문명을 창조하는 우리 뇌의 작동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목표가 설정되면 양의 피드백 작동 방향이 설정되고, (예를 들어, 지난번 먹잇감의 냄새가 지금 내가 맡는 미약한 냄새와 일치한다. 이를 양의 피드백 신호로 사용.) 그다음은 단지 양의 피드백을 이용한 추적 과정일 뿐이다.


생각의 마술; H. 포드는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당신 생각이 맞다. 당신이 생각한 대로 될 것이다.”라고 갈파한다. 이는 뇌에서 일어나는 양의 피드백의 강력한 역할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면 어떻게 생각대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의 행동은 감각 기관을 통해 들어온 감각 정보들의 인식, 종합, 예측, 판단, 결정 과정을 거치며 그려지는 뇌지도 상의 길 찾기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과정에서 막힌 길, 연결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길은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이가 창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포드가 말한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목표(지점)가 정해진다. 이것이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와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일단 목표가 정의되고 나면 나머지는 탐색과정일 뿐이다. 탐색은 인간의 본능적 양의 피드백 작동 과정이다. 일단 양의 피드백이 작동하게 되면 그 결과는 폭발적이다. 대표적 양의 피드백 과정이, 사냥개의 추적, 미사일 요격 시스템, 뇌의 감각 정보 인식 과정, 아이들의 재능 발전, 고래를 춤추게 하는 칭찬 등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마술은 마술이 아니고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창조는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천부적 재능을 갖는 사람들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창조는 우리의 일상이다. 단지 우리는 이러한 양의 피드백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저 습관에 젖어있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양의 피드백 사용법을 한번 경험하면 그리고 그 요령을 한번 터득하면 우리는 평생 창조를 자신의 일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들이 양의 피드백 작동을 배울 수 있도록 아이의 재능을 찾아 양의 피드백 경험 기회를 찾아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 우리 인간 존재의 신비로움은 간단한 구조를 갖는 그러나 많은 신경들이 이루어내는 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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