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숙제 문제

삶이 묻는 질문

by 방석천


“짹짹짹”

아침 햇살이 화사한 아침이다. 화장실 쪽창으로 보이는 베란다 난간에 나란히 앉은 세 마리 참새가 머리를 요리조리 도리질 짹짹이는 모습이 아직 덜 깬 내 정신을 튕겨준다.

요즈음은 카페가 내 아침 출근 장소가 되었다. 지난 봄부터 다니기 시작한 오페트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받아놓고 다크 쵸코렛 3조각으로 내 입맛에 맞춘 진한 커피를 마시는데 전화 신호음이 들린다.

“아빠, 할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전화했어.”

선혜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몇분만에 울리는 신호음이다. 선혜가 이렇게 선선하게 하는 이야기를 듣는 내 마음이 감격스럽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그널인가?


아침에도 선혜가 이것저것 시켜 먹고 남긴 일회용 용기들을 치우며 아내가 하는 걱정소리에 오페트로 출근하는 내 마음도 내려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도돌이가?”

선혜가 3년전부터 아토피 피부염으로 잠도 못잘 정도로 가려워 긁고 진물 나고 아침에 보면 피부가 눈 온듯 되며 몇 개월 고생고생 홍역을 치르고는 거의 년례 행사처럼 고생하고 있다.

“선혜야, 음식을 가려 먹거라, 나쁜 음식 먹지 마라. 특히 가공음식 먹지 말고, 밀가루 음식, 단것 먹지 말거라.”

그러나 선혜에 가려 먹기그렇게도 힘든 모양이다. 언젠가 선혜 말이 생각난다.

“아빠, 난 맛있는 것 먹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야?”

평범한 이 소리에 내 머리에 교차했던 여러 생각과 걱정들이 아직 생생하다.

"선혜가 먹는 습관 고치기가 쉽지 않겠구나..."

그러니 몸에 좋지 않은 음식 자취를 보면 아내와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한다. 음식 조심 하지는 못해도 동하는지 별 대꾸를 안 하곤 했으나, 작년 여름 아토피가 발발해 아토피 상담의에게 진료받은 후에는 아예,

“의사가 음식은 괜찮다 했어. 마음대로 먹으라고 했어!”

라며 아예 을 막아버린다.

의사가 한 이야기라고 자기 편하게 이용하고 있으나 잔뜩 짜증 나있는 아이와 메주알고주알 따지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부글부글 넘어가곤 하는 상황이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가장 중요한데 먹고 싶은 것 못 먹어 스트레스 받느니 오히려 마음대로 먹는 게다는 이야기인 듯하다. 그러나 아이는 거두절미하고 지금 당장 자기 먹고 싶은 욕망을 지지해주는 의사의 말로 사용한다. 말하자면 호가호위다. 고액 상담의를 찾았다가 오히려 붙이고 온 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침에 아내가 다시 하소연을 하니 내 마음도 막막하다. 어쩌면 좋은가? 나는 뾰족한 수단이 없고 감염이라도 심하게 되면 어쩌나싶어 매번 아슬아슬한 마음으로 두 손 마주 잡고 조마조마하면서도 어쩌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뜩 떠오른 생각이 빅터 프랭클의 "삶이 묻는 질문"이다. [브런치 매거진 ‘뇌로부터의 자유’ 중 “양의 피드백과 시너지 효과”글 참조] 지금 고통과 어려움의 의미를 우리는 대답할 책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문뜩 떠올랐다. 나는 지금 선혜와의 어려움에 어떤 의미를 말할 수 있는가? 의미를 찾아야 하는 내 책임을 하고 있는가? 내가 이 어려움의 의미를 찾았는가? 자문하는 나의 가슴에는 “내가 정말로 선혜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그저 건성의 노력이 안되니까, ”선혜가 받아들이지 않아. “하고 구실만 내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이 어려움의 의미를 찾아낼 만큼 정말 노력하고 있는가? 그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를 변명삼아 뒤로 물러서곤 하지 않았던가? "지금 어려움은 결국 이런 내 자세에 대한 시련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문뜩 떠올랐다.

“아, , , ”

당장 입구 옆에 있는 오페트 높은 의자 책상에 앉아 선혜에게 보낼 메시지를 시작했다.

“선혜야, 아침에 네 방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보았는데 걱정이 되는구나. 선혜야, 건강은 약을 먹어 얻는다든가 건강식품 하나 골라 먹이루어지는 게 아니야. 가령 네가 조각을 한다고 해봐. 그러면 대리석 같은 조각 재료도 중요하지만 네가 어떻게 깎아 나가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겠니? 조금 깎고 나서는 살피고 삐죽 나온 게 있으면 쳐내고 이러기를 수도 없이 하면서 훌륭한 조각이 되는 거야. 네 건강이 바로 이 조각이야. 하나씩 한 부분씩 잘 만들어 거야.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야. 이렇게 자기 건강을 만들어 가는 거야. 조각네가 깎지 않으면 아무도 너 원하는 대로 만들어줄 수가 없어. 그리고 네 조각 만들 시간이 무한히 있는 게 아니야. 조각을 할 수 있을 때마다 열심히 해야 원하는 조각을 간신히 만들 수 있는 거야. 네 손바닥에서 물이 새어 내리듯 시간이 사라져 버려. 선혜야, 이제는 결심을 하고 네 건강 조각을 만들어가도록 하거라. “


이렇게 보내고 나서 몇 분 있 선혜가 전화를 한 게 아닌가? 내가 메시지를 보내면 늘 꿀꺽 삼키다가 오늘은 어쩐 일로 전화까지 걸었는가? 너무 기대를 올리지는 말자. 그러나 희망으로 부푸는 내 마음을 어쩔 수 없다. 빅터 프랭클의 말이 좀 이해가 되는듯하다. “고통과 어려움의 의미를 우리는 답할 책임이 있다.” 선혜의 시그널이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또 한 가지는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아 뿌듯함이 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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