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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Feb 10. 2020

이 도시에서 개가 사는 법(2)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21

중성화 수술은 상당히 예민하고 논쟁적인 주제다. 우선 동물의 생식 기능을 인위적으로 없앤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철저히 사람의 편의와 욕심에 의한 것이고 잔인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옹호하는 측에서는 발정에 의한 동물의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동물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설명한다. 또 암컷의 경우 자궁축농증이나 유선종양, 수컷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같이 생식기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사람의 피임 방법과 유사하게 동물의 번식을 막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는 수컷의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나 교미 후 수정체의 착상을 방해하는 사후피임약 같은 의약품이 상용화돼 있다. 2005년 미국에서는 개 전용 콘돔이 판매된 적도 있었다. 콘돔을 사용했는데도 새끼를 배는 문제와 개가 콘돔을 삼키는 질식 사고가 여러 번 생기면서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판매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방법은 물리적인 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비켜가기는 하지만, 사람이 동물의 생리 작용과 행동을 억제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인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성화 수술을 권장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개체수 조절이다. 유기동물로 포화된 보호소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안락사 문제로 오랜 어려움을 겪은 미국은 70년대부터 중성화 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 왔다. 중성화 수술만이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그리고 ‘인도적인(humane)’ 방법이라고 본다. 중성화 수술을 통해 공격적인 행동과 같은 ‘문제’가 개선되면 키우다 버려지는 동물의 수가 줄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다. 현재 미국의 가정에서 키우는 거의 모든 개와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을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새끼 강아지를 입양할 때부터 중성화 수술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 등을 통해 유기동물을 입양할 때에도 중성화 수술을 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Los Angeles County)에서는 마이크로칩 동물등록과 더불어 4개월 이상 된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2008년부터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거기에 반드시 예방접종까지 마쳐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대신에 중성화 수술의 비용 일부 또는 전액을 지원한다. 많은 세금이 사용될 것 같지만,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보호하고 안락사를 시키는 데 드는 돈보다 적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같은 이유로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이 중성화 수술을 권장한다. 미국처럼 구조됐거나 보호받고 있는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면 중성화 수술에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끼를 낳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끼를 주변에 나눠 주거나 입양을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버려지는 동물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새끼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기동물을 데려가려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다.


유럽은 미국에 비해 중성화 수술이 일반적이지 않다. 특히 북유럽 국가에서는 중성화 수술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중 노르웨이에서는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에 의해 동물 본래의 능력, 몸의 일부를 제거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귀나 꼬리를 자르는 것뿐만 아니라 중성화 수술도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성적 충동으로 다른 개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거나, 도시처럼 상대적으로 짝짓기 대상이 많아서 받는 스트레스가 클 경우 등 동물 복지나 사회화에 해가 될 만큼의 사유가 있을 때에는 중성화 수술이 가능하다. 물론 교육을 통한 행동 교정과 사회화 과정이 반드시 우선되어야 하며, 교육의 대안으로 수술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북유럽 국가에서 중성화 수술이 드문 이유는 유기견이나 많은 개체수로 인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르웨이에서는 ‘유기견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개는 전문 브리더(breeder)를 통해서만 번식되고 까다롭게 입양된다. 혹여 길을 잃은 개가 있더라도 마이크로칩 확인을 거쳐 보호자에게 되돌아가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니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 요구 또한 없다.      


얼굴에 도깨비바늘 붙이고 와서는 좋단다. ⓒ bi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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