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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Oct 14. 2019

이 개는 '혁구'가 되었다(1)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4

구청에서 개를 데려올 때 반드시 동물등록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동물등록제도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세부 내용과 절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아래의 세 가지 등록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 반려견 피부 아래에 마이크로칩을 삽입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 : 무선식별장치가 내장된 펜던트 형태의 인식표를 목걸이 등에 부착

등록인식표 부착 : 등록번호와 연락처 등이 기재된 인식표를 목걸이 등에 부착


큰 망설임 없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방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탈출’을 하지는 않을지,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등록할 수 있는 곳은 많았다. 근처 동물병원 대부분이 대행기관이었다. 그중 꾸준히 다닐만한 동물병원을 정하고 싶었다. 동물등록과 함께 기초검진도 하고, 이후 필요한 접종도 하나씩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근처 동물병원 두 군데를 추천받았다. 사료를 사러 갔던 동물병원까지 세 군데에 전화를 걸어 문의를 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들었다.



“저희는 내장칩 시술 안 해요.”


“아, 동물등록을 안 하시는 거예요?”

(동물등록대행기관인 것을 확인한 후에 전화를 건 것이기 때문에 약간 의아했다.)


“아뇨, 하는데요. 내장칩 시술을 안 해요. 강아지한테 안 좋아서요.”


“제가 괜찮다고 해도 안 해주시나요?”


“네. 하는 거 자체를 안 가지고 있어요.”



통화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걱정이 몰려왔다. 그래, 몸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건데 당연히 좋을 수가 없겠지. 혹시 마이크로칩 삽입을 했다가 부작용이 있으면 어쩌지?


동물등록제는 동물을 돌보는 사람의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동물의 유기를 막는 목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택 등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3개월 이상의 개를 등록 대상으로 한다. 반려견 소유주가 동물등록 대행을 하는 동물병원 등에 방문해 반려동물의 이름, 품종, 성별, 털 색깔, 출생일, 중성화 여부와 함께 소유자의 이름, 주소,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를 적어 신청하면 15자리의 동물등록번호와 등록증을 받는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http://www.animal.go.kr/)에서 등록대행기관을 검색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매 해 발표하는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전국에 3,498개소의 대행기관이 있으며 그중 92.8%가 동물병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동물등록제가 도입됐다. 동물등록제 실시 여부를 시·도지사가 결정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2011년 8월에 인구 10만 명 이상 시·군·구에서 의무 시행하도록 한 차례 개정이 됐고, 2014년에는 전국으로 확대 실시됐다. 동물등록은 법적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동물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8년까지 등록된 반려견은 130만 마리를 넘는다.

하지만 몇몇 통계에서 소유주의 절반가량만이 동물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농촌진흥청의 조사에서는 51.7%(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반려동물 양육인 1천 명 대상),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서는 50.2%(개를 사육하고 있는 360명 대상)만이 동물등록을 했다고 응답했다. ‘2015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동물등록 대상의 개를 1,778,747마리로 보고 동물등록률이 55.0%라고 파악한 바 있다.

일부에서는 동물등록 대상 추정치에 대한 신뢰성 문제와 함께 동물등록률이 실제 더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에 동물등록 대상의 개가 얼마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정확한 동물등록률도 계산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위와 같은 표본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뒷산을 가겠다고, 계단을 내려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고 있는 중이다. ⓒ bichum



참고

농림축산식품부(2016), 2015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농림축산식품부(2018),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보고서

농림축산식품부(2019),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농촌진흥청(2018), 2018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양육 현황 조사 보고서

"슬쩍 사라진 동물등록률 통계..'정부도 정부를 안 믿는다'". 반려동물 뉴스 노트펫. (2018.8.8). https://www.notepet.co.kr/news/article/article_view/?groupCode=AB120AD120&idx=12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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