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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Oct 07. 2019

돌아다니는 개는 위험하다(3)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3

“혁신파크에 있는 개 유기견으로 신고 돼서 잡으러 온 듯합니다. 파크에서 키울 거면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그물로 잡은 것 같은데...”


“지금 차에 실어요!! 119차”



10월 16일 오후 3시쯤, 그 개가 잡혀 갔다. ‘혁신견을 지켜보는 사람들’ 오픈채팅방의 멤버 한 분이 이 소식을 다급히 전했다. 메시지를 읽자마자 놀란 마음과 함께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회사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다행히 혁신파크에 있던 다른 멤버 한 분이 현장으로 나가서 출동한 경찰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오늘 중으로 데려 가서 목줄을 채우고 제대로 관리를 하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개는 이미 차에 실려 가 구청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나는 퇴근하는 대로 구청에 들러 개를 데리러 가겠다고 했다. 무조건 개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개를 데리고 오기 위해 필요한 목줄을 사고 구청에 도착했다. 그 개는 케이지 안에 긴장한 채로 서 있었다. 다행히 잡히는 과정에서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근처 아파트 주민 한 분도 소식을 듣고 달려오셨다. 그분도 나처럼 돌아다니던 개를 지켜보셨던 모양이었다. 그분의 도움의 받아 목줄을 조심스럽게 채웠다. 혹시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살짝 겁이 났지만, 녀석은 자신에게 벌어진 갑작스러운 일에 진이 빠졌는지 처음 곁에 다가간 우리에게 저항 한 번 하지 않았다.


개를 집에 데리고 와서 씻겼다. 화장실 바닥으로 구정물이 흘렀다. 밖에서 지낸 것을 내가 본 것만 두 달이 넘었으니 그럴 만했다. 이렇게 목욕을 하는 게 처음인지 오랜만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 개는 몸을 씻는 게 썩 나쁘지 않았는지 아니면 낯선 환경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지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욕조 안에서 잠자코 있었다. 목욕을 마치고는 물을 조금 마셨고, 담요 위에 앉더니 곧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그제서야 나는 한숨을 돌렸다. 오픈채팅방에 소식을 전하고 나니 밤 10시. 피곤함이 몰려와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그러자 그 개는 '낑낑' 소리를 내면서 낮은 소리로 '워' 하고 짖었다. 하는 수 없이 내려와 가까이에 앉으니 숨을 푹 내쉬고는 몸을 다시 웅크렸다. 잠이 든 것 같아 다시 침대에 누우려 몸을 살짝 일으켰더니 어떻게 알고는 번득 일어나 또 '낑낑' 소리를 냈다. 몇 번을 그랬을까... 결국 나도 바닥에 이불을 깔고 옆에 누웠다. 고단하고 피로할 텐데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물과 철장뿐만 아니라 ‘안전한 집’까지도 개에게는 낯설었을까? 내가 편히 쉬고 잘 수 있는 내 방은 떠돌이 개에게는 안전하지 못한 곳이었을 것이다.

 

돌아다니는 개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다. 그리고 도시는 돌아다니는 개에게 위험하다. ‘언제부터 개는 사람에게 보호 받아야만 살 수 있게 된 걸까?’ 하는 궁금증이 한참 머릿속을 맴돌아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맛있는 거 줄 거야? ⓒ bi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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