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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우주 Oct 21. 2019

이 개는 '혁구'가 되었다(2)

저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은데요 5

내장형 마이크로칩에 대해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앞서 살펴봤던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만 보더라도 ‘양육 중인 개를 등록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36.8%)라는 응답에 이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삽입 후 부작용 우려’(20.3%)가 두 번째로 많았다.


실제로 마이크로칩 삽입 후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칩을 삽입한 부위가 곪으면서 터졌다’ 거나 ‘지름 3cm가 넘는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부터 ‘시술 당일 저녁 쇼크로 사망했다’는 끔찍한 이야기까지. 또한 문제가 됐던 마이크로칩이 국산품으로 등록됐으나 조사 결과 중국산이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인과관계와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도 타당한 지적으로 보였다.


잃어버린 개를 찾는 데에 마이크로칩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대부분은 연락처 등이 적힌 인식표를 통해 주인을 찾게 되며, 스캐너로 마이크로칩의 동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해당 소유주에게 연락을 취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미 「동물보호법」 제13조에서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우 소유자의 연락처 등이 표시된 인식표를 부착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칩 삽입을 강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칩 제거 수술 또한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식표가 임의로 제거될 수 있다는 문제만으로는 마이크로칩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동물복지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평가 받는 유럽 몇 개국의 제도를 알아봤다. 대부분 생후 8주에서 12주 이내에 마이크로칩 삽입과 동물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영국은 2016년, 오스트리아는 2014년에 마이크로칩을 반드시 삽입하도록 했다. 벨기에, 스위스, 독일은 마이크로칩 삽입이 기본 원칙이나 문신으로 표시하는 방식이 일부 쓰이고 있었다. 개 허벅지 안쪽이나 귀 안쪽에 식별번호를 문신으로 새기는 식이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며 흐려지거나 누군가 다른 문신을 덧입혀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영국은 등록을 해야 하는 시기에 개가 너무 작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 수의사의 인증을 거쳐 마이크로칩 삽입을 한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는 예외규정을 같이 마련하고 있었다.


영국의 제도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이크로칩을 포함한 동물의약품 관리체계였다. 수의사는 진료 중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이 생기면 3주 이내로 관리기구 Veterinary Medicines Directorate(VMD)에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 마이크로칩 시술에서 문제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삽입 과정에서 염증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때는 물론이고 삽입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마이크로칩이 자리 잡는 경우, 마이크로칩 스캐닝 오류가 있는 경우도 보고 대상이다. 보고를 받은 VMD는 내용을 검토한 후 제조업체에 문제사항을 전달한다. 이 정도의 관리체계라면 마이크로칩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상당 부분 덜어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개의 등록방법을 결정할 때가 됐다. 선택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이파이브! ⓒ bichum

참고

"2014년 말 개 문신 등록방식 폐지'". 벨기에 로펌 avolink 법률정보. https://avolink.be/fr/blog/fin-du-tatouage-des-chiens-mais-enregistrement-en-ligne-des-la-fin-2014/

독일 동물등록시스템 tasso. https://www.tasso.net/

독일동물복지협회 동물등록시스템 FINDFIX. https://www.findefix.com/

"동물등록제용 마이크로칩 진실을 아십니까?". 동물병원 리얼스토리 네이버 카페. (2013.1.28). https://cafe.naver.com/meshabber/10569

"마이크로칩 삽입 안내". 영국정부 공식 홈페이지.  https://www.gov.uk/get-your-dog-microchipped

미국수의학협회(AVMA,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https://www.avma.org/

스위스동물관리센터(STMZ, Schweizerische Tiermeldezentrale). https://www.stmz.ch/

"애견 잡는 등록칩…뇌·피부 망가뜨려". SBS뉴스. (2012.5.16).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192745

영국소동물수의사협회(BSAVA, British Small Animal Veterinary Association). https://www.bsava.com/

"외국인 생활 안내-반려동물'". 오스트리아정부 온라인플랫폼 서비스. https://www.help.gv.at/Portal.Node/hlpd/public/content/133/Seite.13300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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