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다

어린이집을 보내고

by 한 작자

월요일 아침은 회사를 갈 때도 피곤했지만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요즘도 만성적인 피로감이 있다. 아마 주말이랍시고 아이를 데리고 외출해서일 것이다. 스트레칭을 하면 도움이 될까 해서 한쪽 구석에 둘둘 말려있던 요가매트를 아주 오래간만에 펼쳤다. 거실은 아이의 장난감 천지라 옷방에 널려있는 빨래 건조대를 접어서 한쪽 구석으로 밀어 넣고 몸을 뉘일만한 자리를 확보했다.


어려서부터 빠르고 격한 운동, 특히나 땀을 흘리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 같은 게 있었다. 운동에는 소질이 없어 체육 시험은 실기보다 필기가 자신 있었고 초록불이 깜박거려도 빨리 걸을 뿐 뜀박질 같은 건 잘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내가 20대 후반에 접어들 무렵 요가를 시작했다. 대학병원에서 피 말리는 3교대 근무를 해서였을까 먹고 놀고 마시는 것 말고 쉴 곳이 필요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무언가를 참여하기 힘든 한 달짜리 스케줄표에 맞춰 살던 나에게 요가 체인점에서 만든 시간표는 꽤 매력적이었다. 오전이나 오후 상관없이 미리 예약만 하면 일주일에 3회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등록하였다. 주로 쉬는 날이나 밤 근무가 끝난 날, 늦은 오후에 요가를 하러 갔다. 요가를 하는 동안은 내 숨과 한 동작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그러면서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신체부위를 풀어 주고 경직된 마음을 이완시킬 수 있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그 위에 동작이 얹어지는 오십 분이 그 시절 나의 힐링타임이었다. 일주일에 3회를 채운 적은 많지 않지만 계속 재등록을 하며 몇 년을 다녔다.


몸으로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요가센터를 그만 둔지 꽤 되었지만 한 시간은 혼자 거뜬히 동작들을 이어 나갈 수 있다.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다음 동작으로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다. 요가를 배울 때 강사마다 틀어주는 BGM이 달랐다. 그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명상과 이완을 돕는 여러 가지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하면 집중도 더 잘 되고 몸에 힘을 빼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 생각이 나서 핸드폰에 깔려있는 음악 앱을 눌러 요가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등을 검색했다. 강사들이 틀어 준 노래들 중 좋았던 곡의 제목들을 알아둘 걸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다. 하지만 그때만큼은 아니어도 비슷한 음악을 틀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작은 옷방이 요가원이라도 된 듯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은 마지막에 요가 매트 위에 팔다리의 힘을 모두 빼고 편안하게 누워 있는 자세이다. 그때 좋아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주로 푸른 숲이나 초록 초록한 너른 들판을 상상한다. 초록빛이 보이고 내 몸은 힘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마치 땅과 하나가 되는 듯한 느낌을 잠시 동안 가질 수 있다. 센터에서도 마지막에 잠깐 누워서 이런 시간을 갖는데 마음이 풀린 나머지 잠이 든 적이 몇 번 있다.


오전 10시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내고 집에 와서 시작한 스트레칭은 11시가 지나서 끝이 났다. 나는 요가 전문가도 명상 전도사도 아니지만 이런 스트레칭이 나 대신 지친 마음을 풀어준다고 믿는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시간 동안 내 몸을 돌아보고 숨을 돌렸다. 움직이는 동안 어쩌면 몸이 마음보고는 쉬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를 어린이 집에 보낸 지 1시간이 조금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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