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문학동네 #올리브키터리지 #소설 #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
[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른다. ] p 483
아침저녁으로 날을 더해 떨어지는 기온처럼 잎을 떨구기 시작하는 나무들을 볼 때면 해를 거듭해서 해마다 봄이면 마치 처음 잎을 피워낸 듯 설렘 가득한 연둣빛으로 시작해서 뜨거운 햇살처럼 치열한 녹색으로 빛나다가 그 힘을 끝내 소진한 듯 잎을 떨구는 그 무수한 반복의 과정이 우리네 삶 같아서 마음이 묵지근하게 아파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동안 보석처럼 빛나지 못한 채 무수히 많은 나뭇잎처럼 일정 시간 나무에 매달렸다가 바닥에 떨어져 흙이 되고 만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미국의 바닷가 마을에서 교사로 재직했고 주변인들에게 호평을 받는 약사 남편인 헨리와의 사이에 의사 아들을 두었다. 그녀는 아들이 결혼해서 살 집을 남편과 함께 지었고 아들 집 주변을 튤립과 꽃으로 꾸며 놓았다. 그녀는 앞으로 태어날 손자, 손녀와의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아들과 결혼한 똑똑한 의사 며느리는 아들을 데리고 머나먼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렸다. 아들 부부는 일 년 남짓한 시간이 지나 이혼을 했고 아들은 올리브에게 돌아오지 않고 뉴욕에서 병원을 개업했다. 이후 아들은 올리브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아버지가 다른 두 명의 자녀를 둔 여자와 재혼을 했고 자신이 엄마인 올리브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토로하여 올리브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올리브는 그저 남편과의 행복한 결혼생활과 아들과의 행복한 앞날을 꿈꿨을 뿐인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엇나가기만 하는 삶이 버거웠다. 설상가상으로 노년을 함께 의지하던 남편 헨리마저 뇌졸중으로 쓰러져 요양병원에서 수년을 투병 후 세상을 떠나게 되자 내일을 위해 희망할 무엇도 없다는 슬픔 속에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 크리스토퍼는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살 필요는 없다.
뭐든 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사람은 자기가 뭐든 다 안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니까. ] p 133
<올리브 키터리지>에는 바닷가 마을에 사는 올리브를 중심으로 그녀와 그녀의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기엔 초록은 동색으로 같아 보이는 한 그루의 나무에 달린 이파리들도 저마다 크기와 모양, 색깔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그냥 겉보기에는 사람이 좋게만 보이는 올리브의 남편 헨리도 끝내 드러내지 못한 채 묻어버린 사랑이 있고 올리브에게도 가정을 버리고 함께 따라가 살고 싶은 유부남이 있었으며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올리브의 의사 아들도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완전하지 않은 존재인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는 혼자가 되겠지만 죽음을 맞는 그 순간까지 타인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하는 필멸의 존재인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에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보다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를 밀어내고 넘어지게 만드는 삶이기에 다시 안간힘을 써서 원하는 곳으로 나아가려다 내가 놓치고 만 것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어쩌면 신혼집을 꾸미며 들여놓은 가구처럼 가족도 매일 누워 자는 침대나 매일 편하게 앉는 소파처럼 그냥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밤이 되면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자는 침대처럼 남편도 엄마도 아이도 내 삶에 속한 일부가 되어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착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작중 인물 올리브가 남편인 헨리를 잃고 난 후 그를 더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던 것처럼 나도 막연한 행복을 꿈꾸며 오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올리브가 아들 크리스토퍼에게 헌신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일방적인 어머니의 거침없는 훈육 속에서 아들은 소통의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단절을 선택했던 것처럼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 누가 뭐래도 삶은 선물이라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수많은 순간이 그저
찰나가 아니라 선물임을 아는 것이라고. ] p 227
<올리브 키터리지>는 미국의 바닷가 마을에 사는 올리브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나는 그녀를 통해 나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나마 작중 인물 올리브처럼 내 삶이 그리 많이 늦은 건 아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미국 할머니 올리브가 내게 준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