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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May 03. 2018

안 될 회사, 조직을 고르는 한 가지 방법

사람의 태도는 숨길 수 없다.


1. 면접은 굉장히 특이한 탐색전입니다.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서로 거짓말은 안 하는지, 역량은 되는지 굉장히 심도 있게 탐색하죠. 하지만 일단 계약서에 도장 찍으면 같이 달려가야 할 파트너입니다.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 외교를 하듯, 관계를 잘 두는게 중요해요. 


면접장에서 관계를 조절하는 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간혹 가다 보면 면접관들이 갑질 면접을 일삼는 경우가... 아니 제법 많이 포착되는군요.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이것을 회사 상태를 나타내는 단서로 보고 있습니다.


2. 일본 닌텐도의 CEO로써 무너진 닌텐도를 부활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고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은행 직원의 태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90년도 초, 그는 HAL연구소라는 프로그램 개발 전문업체의 임원이었죠. 경영진이 잘못하여 회사가 파산 직전에 갔지만, 닌텐도의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의 지원에 힘입어 겨우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그가 대표가 되어 기업회생에 나서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망해가는 회사의 사장으로 자원합니다.


말이 사장이지 망해가는 회사의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주된 의무, 이와타 사장은 시중은행을 돌면서 꼭 갚겠다고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했죠.


이와타 사장은 그때 은행 관계자의 태도가 굉장히 신경 쓰였다고 말합니다. 어떤 은행은 힘내세요 대표님! 하고 응원을 해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은행은 망할 회사가 무슨 큰소리냐고 호통을 쳤다고 하네요. 


이와타 사장은 이 회사들을 주의 깊게 봐 뒀다고 합니다. 상환계획은 분명히 같고, 이를 위한 거래처도 탄탄한데다 보증인이 무려 천하의 현금황제 닌텐도인데 이렇게 태도다 극과극이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던거죠.


이후 이와타사장은 7년만에 막대한 빚을 정리, HAL연구소를 되살리고, 이후 닌텐도에 스카웃됩니다. 그리고 2년뒤 닌텐도의 CEO가 된 시점에서 보니 


큰소리치고 윽박지르던 은행들이 예외없이 다 망해버렸다고 합니다.


거품경제 이전에는 부동산, 미술품 투자가 한창이었고 일부 은행은 이에 취해 검토없이 대출을 해주고, 나아가서 스스로 부동산 투기, 미술품 투기에 나섰죠. 하지만 거품경제 사태가 터지자, 부동산의 값어치는 떨어지고, 미술품은 돈으로 상환할 수 없는 담보로 전락한겁니다.


이렇게되자 부실은행이 생겨났고, 이후 은행/금융 통폐합에서 살아남지 못한 것이죠. 이와타 사장은 그때 


여유없는 은행 직원들이 자신의 발에 불이 떨어지자 강압적이 되었다고 이해했다.


고 말 했습니다.



3.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봅시다. 회사가 잘 됩니다. 급여도 오르고 성과급도 잘 나오고 인지도도 올라가고 동료들도 좋습니다. 그런데 면접관 들어 가라네요? 기분 좋은 상황의 면접관이 갑자기 면잡자에게 윽박지르고 갑질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출처 : K-LAN TV


반면 회사가 안됩니다. 자기 자리가 불안합니다. 성과는 다 위에서 뺏어가고 실적 압박은 장난이 아닙니다. 이런 총체적 난국인데 경영진은 삽으로 삽질도 아니고 춤을 춥니다. 


이 와중에 면접을 보래요. 그러면 짜증이 절로 나지 않겠어요? 사람이 속이 복잡하면 멀쩡한 말도 곱게 안 들립니다. 회사에서 상사 기분 봐가면서 말 걸어야 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잘못 말하면 되로 당하거든요. 면접자가 무슨 말을 해도 짜증이나고 그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아예 악으로 깡으로 화풀이하게 되는 경우도 있죠.


경우에 따라선 하도 회사가 이상해서 사람들이 자꾸 그만둡니다. 그런데 면접을 보라니 의욕이 안 나는 걸수도 있어요. 어차피 나갈거 그냥 오지마라는 식이 되는 거죠.


어쨌든 빛좋은 개살구 같은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나서면 그 스트레스가 그대로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안 좋은 환경이니 만만한 면접자에게 화풀이를 하고 쌓인 걸 풀어내는 겁니다. 


네? 회사가 잘 나갔다고요? 에이 상관없어요. 그 사람이 면접관이라는 이야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당신의 상사가 될 사람입니다. 그 회사는 잘 나가도 그 부서는 망가져 있을겁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부서이동신청이 줄을 잇고 있을거에요. 경우에 따라선 그 사업이 사라지고, 다시 백수가 될수도 있습니다.



4. 그래서 저는 


면접 보러 갔을 때 면접관의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그 회사는 문제 있는 회사


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잘 나가도 그 부서는 망한 부서라고 생각해요. 아마 그 프로젝트가 무너지는 순간 당신도 같이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아주 오래 전에 고마운 형이 바쁜데도 힘써줘서 아주 잘 나가는 선망의 기업의 임원면접까지 올라간 적이 있어요. 기대를 안고 갔는데 뜬금없이 대표님 옆에 있는 사람이 '이 따위도 스펙이냐', '어휴, 생긴 거 하고는' 하고 막말 퍼레이드를 하는 겁니다.


결국 당황해서 면접을 생으로 망치고 말았죠. 한참 후에 그 형한테 물어보니


 <아 그 인간, 대표님 고등학교 동창 빨로 임원 타이틀 달고 들어왔는데 일을 좀 못해야지? 대표님 퇴임하신 후에 바로 잘렸어.>


라고 답변 주더군요. 


이 이후로 면접을 보든, 업체 미팅을 하든 면접관의 태도와 성향을 일기에 적는 버릇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관련기사를 스크랩해왔는데 정말로 면접관 상태가 메롱한 회사들은 상태 관계없이 큰 위기를 맞거나 무너지더군요. 물론 아직 버티는 기업도 있긴 있습니다만 의외로 적중률이 높은 방법입니다. 딱히 경험이 많거나 통찰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활용하기 좋고요.


만약 면접에서 실마리가 안 잡힌다면, 면접관의 태도로 회사의 상태를 엿보면 어떨까요? 

의외로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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