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특집 (1)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TvN의 기대의 신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의 신작 '미스터 션샤인'이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반응이 굉장히 뜨거워서 보통 케이블 시청률이 5%만 넘어도 대박인데 이 녀석은 10%대를 넘어가네요.
일단 드라마를 보니 요즘 인기 있을 코드 (러브라인, 액션, 역사)는 다 들어가 있는 게 인상적이네요. 물론 이걸 다 집어넣는다고 작품이 되겠습니까? 잘 만들어야 이야기가 될 텐데, 4편까지 보니 완성도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단 박효신 씨의 OST '그 날'을 들어보니 해피엔딩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겠네요. 게다가 4화에서 자꾸 '새드엔딩'이라는 키워드가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저는 아무래도 역사 관련 기고, 강의를 하는 사람이라 '역사 관련 콘텐츠'는 꼭 챙기는 편이고 미스터 션샤인도 그래서 챙겨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드라마를 보면서 이것저것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4화까지 내용 중에서 '일본의 야욕'에 관한 몇 가지 키워드를 한 번 적어봅니다.
역사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을사오적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이 '이완용'밖에 기억을 못 합니다. 박제순, 이지용, 이근택, 권중현은 저 세상에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으려나요? 이 을사오적은 '을사조약을 체결할 당시 조선인임에도 이를 찬성한 다섯 명'을 말합니다.
그러면 을사삼흉은 혹시 아세요?
을사삼흉은 민영기, 이재극, 이하영의 세 명을 말합니다. 이 사람들은 비록 을사조약에 서명은 안 했지만 조선의 대신으로써 반민족 친일을 한 사람들인데요, 미스터 션샤인에 이 중 한 사람이 모델이 된 인물이 나옵니다.
이하영(1858~1929)은 이항복의 직계 10대손입니다. 원래 이쪽 가문은 당시에도 잘 나가서 명동 대부분의 땅을 가졌지만 이를 다 팔고 신흥 무관학교를 만든 이회영 선생님, 그리고 이회영 선생님의 동생이자 초대 대한민국 부통령 이시형 선생님이 유명하죠. 하지만 이하영은 이들과는 아무 연이 없었습니다.
그는 소작인의 아들로 태어났고, 이후 떡장사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 일본인의 상점에서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죠. 비록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습니다만 머리는 나쁘지 않았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일본어를 절로 깨치고 26세엔 자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물건을 사서 조선에 파는 것이었는데 지금이야 그게 뭐? 하기 쉽지만 당시에는 대형 상단조차 생각도 안 하던 일이었죠. 조선이 그만큼 닫혀있는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후 동료가 돈을 떼어먹고 도망가고, 어쩔 수 없이 발만 동동 구르던 중 선교사인 알렌과 만나게 됩니다.
알렌은 단순한 선교사가 아니라 의사이기도 했기에 진료소를 설립, 의료활동을 했습니다. 이하영은 알렌 밑에서 요리사로 일했죠. 다만 알렌이 한글을 모른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수준으로 보면 유치원생 수준밖에 안 되겠지만 당시 조선땅에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도 영어 수준으로 고종황제를 배알 하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갑신정변 때 알렌의 환자였던 민영익, 명성왕후의 조카 민영익을 알렌이 살려냈기에, 이 과정에서 통역을 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한 덕분에 얻어낸 행운이죠.
뭐든지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이 이기는 모양입니다. 일개 떡장수가 대한민국의 대신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후 그는 보빙사의 일환으로 따라가서 고종황제의 밀명 하에 ‘대조선 해륙군 대도원수(大朝鮮海陸軍大都元帥)’라는 타이틀을 받고 미군을 빌려오라는 밀명을 받는 등 대활약을 하죠. 이렇게 짧은 영어를 활용한 덕에 그는 외무아문 참의, 즉 외무부 대신까지 올라갔고 훗날에는 한성판윤(오늘날의 서울 시장)까지 올라갑니다. 이렇게 그는 대지 1500평에 이르는 대저택을 지닌 갑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칭찬해줄 부분은 여기까지, 그는 급여만 조선에서 받았을 뿐, 조선의 대신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외무아문에 있을 때 한 일은 충청, 황해, 평안 3도의 어로권을 일본에게 완전히 넘기는 것이었고, 한성판윤 때는 일본 헌병대에게 한양의 치안도 시원하게 넘겨버렸습니다. 비록 을사조약은 반대했지만 역사상에는 이런 치명적인 조약에만 반대했지, 나라 팔아먹는데 기여한 사람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 사람도 을사조약에만 반대했을 뿐 나라를 팔아먹는데 주저함이 없었죠.
이후 조선을 일본에 넘기고 받은 천황의 은사금으로 고무신 공장을 세워 대부호가 되어 떵떵거리면서 살았습니다.
많은 언론 기사, 소개글에서 이완용을 떠올린다고 하는데 이완용은 친일파였음에도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했습니다. 작중 캐릭터인 이완익이
미국 선교사에게 영어를 배웠다는 점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으로 미뤄 볼 때 이완용과 이하영의 캐릭터를 섞되 이완용을 캐릭터로 만들면 너무 이미지가 식상해지니까 이하영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캐릭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격동의 시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서 여러 가지 형태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고증 오류가 튀어나옵니다. 이 사람이 굳이 도자기를 사러 올 필요가 없거든요.
조선 초기의 백자 기술은 당대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진왜란 후 많은 도공이 죽거나 끌려가면서 조선의 도자기 기술은 많이 쇠퇴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도공을 잡아가서 발전시켜 아시아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죠. 이러니 작중 미국인이 대원군의 '척화령'까지 어겨가면서 사러 올 필요가 없죠.
정작 조선의 도자기가 미국인에게 Top Class가 된 시기는 일본군이 조선 도굴을 본격화 한 뒤였습니다. 마구 파헤치니까 고려청자가 대량으로 튀어나왔고 이걸 마구잡이로 팔아치우는 과정에서 미국인의 인식이 '조선 도자기가 세계 최고'로 바뀌어버렸죠.
아마 이 에피소드는 유진 초이가 미국에 가는 개연성과 을사조약(늑약)이 체결되는 전환점을 연결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듯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 (테디)는 원래 일본의 한국지배를 인정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전부터 일본의 활동을 묵인하더니 1905년에는 아예 조선땅에서 미군을 철수하게 지시시키죠. 그에게는 필리핀을 위시한 동남아가 더 맛있는 떡이었거든요.
그래서 유진의 앞날은 밝지 않습니다. 그는 조선, 미국과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에요. 이 사람 작중에 여러 행동을 보면 '조선은 날 가진 적이 없다'라고 하지만 조선땅에 굉장히 애착이 많습니다. 어렸을 때 자신이 숨어 지내던 곳을 열심히 찾아다녀요. 황은산(김갑수)을 찾아가는 것도 그중 하나죠.
역사적으로 볼 때 유진의 앞날은 밝을 수 없습니다. 19세기, 미국은 유색인종의 장교 임관을 아예 내규로 막았습니다. 로자 파크스가 '흑인도 버스 자리에 앉을 권리'를 주장해서 자리에 앉은 게 불과 1955년, 미국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엄청났어요. 아마 유진은 장교에서 퇴출되어 낙동강 오리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강이 이권을 위해 조선을 요리하고 있습니다. 고종은 동학난을 제압하기 위해 청군을 끌어들이고, 이에 일본군이 진출하고 미국군도 덤으로 진출합니다. 그 과정에서 한몫 챙기려는 사람이 있죠. 이완익이 5만 원(현재 대략 25억)에 조선을 팔기 위해 앞장서고 조선에 귀국,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인정하고 이후 당선된 태프트 대통령은 아예 일본과 '가츠라 태프트'밀약을 맺고 일본 조선의 지배를 인정해버립니다.
이렇게 열강의 이빨 앞에 유진과 애신의 삶은 소용돌이 속에 빠져듭니다.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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