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조선을 어떻게 괴롭혔나
미스터 션샤인 특집 (3)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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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특집>
1. 드라마에서 나오는 고사홍 대감, 백성들 구휼도 많이 하고 하인들에게도 너그러운 사람인데다 무려 고종의 스승이죠. 대체 누구를 모델로 했는지 궁금했는데 17화를 보니 연암 최익현 선생이 모델이었던 모양입니다. 왜냐하면 도끼를 들고 상소하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출처: 미스터 션샤인]상소를 올릴 때 도끼를 드는 것, 드라마에선 지부상소라고 나왔는데 정확히 말하면 지부복궐상소(持斧伏闕上疏)라고 합니다. 상소의 내용이 그르다고 생각하면 이 도끼로 목을 치라는 각오를 보여주는 것이죠.
최익현 선생은 조선의 정신, 유교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보수적인 선비이자 독립운동가였습니다. 1905년 의병을 조직, 본격적인 의병투쟁을 시작했지만 고종의 의병 해산명령이 있었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이 의병을 토벌하기 위해 일제가 고종에게 압력을 넣어 대한제국군을 파견하게 합니다. 최익현 선생은 대한제국군에게 총을 겨눌 수는 없다며 투항하지요. 이후 일본은 그의 의지를 꺾기 위해 단발을 강요합니다. 그러자,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일본은 최익현 선생이 이렇게 죽으면 안 된다고 생각, 단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회유책을 쓰지요. 하지만 일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최익현 선생을 압박과 고문으로 결국 죽이고 말죠. 이에 당혹한 일본, 조선사람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스스로 한 단식 때문에 죽었다고 거짓 정보를 날조합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이 일화가 변형되어 들어가 있습니다. 고사홍 대감이 옥에 갇히자 이완익(김의성 분)은 고사홍 대감을 석방해야 한다고 하지요. 왜냐하면 고 대감이 옥에서 죽으면 조선 백성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일제가 최익현 선생의 죽음을 단식으로 포장한 것과 비슷하지요.
일본은 조선인의 투지가 불타오르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정작 이 악랄한 분의 속 사정은 [출처: 김의성 배우 페이스북]멀리 갈 것도 없이 9년간이나 식민통치를 당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3.1운동으로 일본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도 했죠.
2. 일본의 침략은 굉장히 치밀했습니다. 오랜 전쟁 탓인지, 임진년의 경험 탓인지 일본은 조선이 힘으로만 누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정신을 짓밟기 시작합니다.
18화에서 이완익은 고사홍을 압박하기 위해 철도부설을 빌미로 고사홍 대감의 집을 부숴버립니다. 결국 고대감은 자결하고 말죠. 우리 입장에서는 집 하나지만 조선의 사대부인 고사홍 대감의 입장에서는 집은 가문이 이어져온 얼이며, 이는 조선의 선비에겐 죽음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또한 이 집에 얽매이다가는 다른 가족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겠죠. 결국 그는 가문의 얼을 정리하고 자신의 생명을 마무리합니다.
이런 식의 탄압은 실제로 일본이 자주 했던 일입니다. 자주독립을 외치는 선비들을 정신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였죠. 아마 드라마의 사례는 일본이 안동 고성 이씨의 저택인 임청각을 철도부설을 빌미로 부숴버린 것을 모델로 삼았을 겁니다. 안동지역은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지역이죠. 이렇게 가문의 자존심과 얼을 부숨으로써 그들은 저항의 정신을 굽히길 바랬습니다.
집을 부수는 것은 양반, 나중에는 아예 총살해 버립니다.3. 정신을 짓밟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일제는 '우리가 지배해야 조선이 잘 나간다' 뻥을 치기 위해 1907년 경성 박람회를 개최합니다. 전시한 것은 일본의 산업 문물, 전시장은 조선왕조의 중심이자 상징인 경복궁. 일제는 이 박람회를 띄우기 위해 하층민에게 '덴노의 은사금'까지 내려가면서 박람회에 동원합니다. 일종의 바람잡이지요.
경복궁을 훼손, 정신을 짓밟고
돈과 부를 바탕으로 조선인을 굴복시키려 한 것입니다.
이후 1929년에는 조선박람회라는 행사를 경복궁에서 열기도 하고, 나중에는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드는 등 정신을 짓밟는 정책을 주로 쓰지요.
사람은 힘든 상황을 버텨낼 수 있는 정신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신력을 무너뜨리면 사람은 버틸 수 없습니다.
네? 그래도 돈은 줬으니 투자한거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일본은 이렇게 뿌린 돈을 조선에 차관으로 지웁니다. 즉 조선에게 강제로 빚을 지게하고 그 돈을 뿌려서 덴노의 위엄을 살린거죠. 정말 꼼꼼한 놈들입니다.
4.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완전한 안티테제인 '모리 다카시(김남희 분)'은 조선의 정신에 대해 언급합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제가 생각해도 진짜 끈질깁니다. 절대 굽히지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그리고 일제강점기까지 그렇게 지배층이 정신을 흔들고 돈으로 유혹하고 총칼을 들이대서 무너져나가는 와중에도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들은 꼭 있습니다.
다 그런 것 아니냐고요? 이 아시아권 국가 중에서 독재 군부를 시위로 몰아낸 국가는 오로지 대한민국뿐입니다. 4.19의거, 5.18 민주화 운동, 6.10만세운동 그리고 2016년 촛불혁명까지 지치지도 않고 싸우는 사람들이죠. 이런 기록 세운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 있나요? 이건 정말 굉장한 기록이에요. 멀리 갈 것 없이 옆나라 일본은 총리가 학원부지비리, 부동산비리 등 사건이 끊임없이 터지고, 심지어 국가가 하는 일에 상관말라고 갑질을 해도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수 당선이 유리할 지경입니다.
이걸 임진왜란, 정유재란때 겪었으니 조선의 정신이 두렵지 않았겠습니까?
김남희씨는 연기가 정말 뛰어난 만큼 욕은 더 드시게 되는데 [출처: 미스텨 션샤인]그래서 모리 다카시는 조선인의 정신을 경계하고 무너뜨리는데 힘을 쏟습니다. 아마 김은숙 작가가 이 캐릭터에게 '모리'라는 성을 붙인 데는 이 정신이 관계있을 거에요. 후손을 잘 둔 관계로 유력 가문을 제외, 영향력이 있던 것도 맞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모리 가문에서 제일 유명한 전국시대 무장인 모리 모토나리가 제일 잘 하는 게 내부의 정치적 알력을 키우고, 싸울 의지를 무너뜨려서 항쟁할 준비를 못하게 한 다음에 무너뜨리는 것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실제로 전국시대에서는 이에야스보다 모략에 뛰어나다는 평가까지 받았죠. 이런 책사의 후예가 책사처럼 활동하는게 당연할거라는 생각을 했을거에요.
실제로 모리 다카시는 모리 모토나리가 그랬듯이 책략으로 조선을 부숴나갑니다. 본인의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을 충분히 활용한 모략으로 일본의 지배에 방해가 될 만한 사람들을 흔들죠. 그것도 그들의 정신적인 기반을 흔들어가면서요. 그래서 쿠도 히나, 구동매, 유진 초이, 고애신 등은 다카시의 책략에 흔들리게 됩니다. 한 방 먹인 사람은 김희성 뿐이네요.
5. 전 이렇게 드라마를 보면서 하나 배워나갑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지요?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미스터 션샤인, 20화에서 한일의정서를 가져오고 사인하는 장면이 나왔으니 (전 이걸 일제가 조선의 친일파에게 강제로 서명하게 한 것처럼 연출한 건 마음에 안 듭니다만, 실제로는 좋아라 사인했거든요) 21화부터는 본격적인 의병 숙청이 일어날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군대를 파견한 이후, 그냥 합방하지 않습니다.
정신을 완전히 꺾고자 합니다.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의병 토벌을 시작합니다. 아마 임진년에 끊임없이 솟아나는 의병에게 시달린 것이 원인이었겠지요? (일본은 그때 기록을 바탕으로 꾸준히 조선을 연구해 왔습니다) 결국 1907년에는 호남 의병을 마지막으로 조선의 항전 세력은 꺾이고 맙니다.
하지만 미스터 션샤인의 OST인 박효신 씨의 '그 날'의 가사에도 나와 있듯, 아무리 어둠이 짙어지더라도 푸르름은 영원합니다. 조선의 정신은 이런 일본의 전략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타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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