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특집 (4)
<미스터 션샤인 특집>
1. 저는 제가 애국심이 넘치는 사람이라고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스터 션샤인 22화를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보고 있자니 정말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주위 사람들도 다 비슷한 반응이더군요. 역시 답답해서 죽는 줄 알았답니다.
사실 그럴 만도 합니다. 대한민국 미디어 콘텐츠가 일제강점기, 한일합방은 많이 다뤄봤어도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압적이고 야만적인 과정, 의무를 잊어버린 변절자들의 뻔뻔함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낸 적은 없었거든요. 그러니 충격이 클 수밖에요.
2. 일본은 무식하게 점령하는 식으로 전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책략을 잘 활용하죠. 임진왜란 때 조선 백성들의 귀와 코를 베었다고 해서 지능 없는 야만족 취급을 하지만, 이는 조선의 저항이 격렬하고 의지가 꺾이지 않으니까 일본이 제 화를 못 이기고 저지른 패악이죠. 원래 목적은 다 우리 백성이 될 테니까 온건하게 가자였습니다.
러시아와 전쟁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훗날 대한민국 조선 헌병대의 대장이 되는 아카시 모토지로(明石元二郎)는 러일전쟁 전에 러시아 혁명세력들, 반정부 세력을 만나면서 서로 이간질시키고, 피의 일요일에는 혁명세력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등 국가 분열을 조종합니다.
이 공작이 러일전쟁의 승리로 이어집니다. 민중의 항거에 놀란 러시아는 일본과의 전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죠. 까딱 잘못하다간 혁명군에게 끌려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이렇게 조선을 점령할 준비를 하죠.
이 과정에서도 역시 공작이 펼쳐집니다. 드라마 상에선 이완익(김의성 분)이 열심히 공작해서 친일 할 사람을 골라내는 걸로 나오죠. 그리고 이완익이 키워낸 그들은 조선의 신하로써 조선의 녹을 받아먹으면서 일본이 주는 이권을 위해 조선을 짓밟기로 결정합니다.
이 이권에 눈이 먼 모리배들은 자신의 의무, 사명은 벗어던지고 부귀만을 추구합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을 총괄하는 군부대신 이병무는 일본이 시키는 대로 군을 강제 해산하고 저항하는 세력을 무력 진압합니다. 드라마에서 처럼 저항하는 세력은 가차 없이 사살합니다. 이완용은 교육을 주관하는 학부대신 씩이나 되는 사람이 자신의 왕이 일본 덴노에게 불충했으니 물러나야 한다고 밀어붙입니다.
이렇게 자신이 어느 나라의 관리 인지도 모르는 부패한 기득권은
더 큰 부를 위해 자신의 나라를 송두리째 일본에게 가져다 바칩니다.
드라마에선 잠깐 '은사금'이라는 게 스쳐가는데요. 이 돈의 출처가 더 어이없습니다. 이 돈은 덴노가 내려주는 돈이라는 형식이지만 실은 일본의 돈이 아니라, 조선 돈이거든요. 즉 조선의 곳간을 일본이 마음대로 빼쓴 셈입니다. 그리고 친일파 관료들은 이 돈으로 은사금도 받죠.
나라를 팔아먹는데 그 나라의 돈을 횡령한 셈입니다.
이완용이 받은 '덴노의 은사금이지만 사실은 조선 돈'은 300만 원인 데요, 지금 돈으로 보면 450억 됩니다. 이렇게 은사금을 타 먹은 친일파들은 일본을 등에 업고 알짜배기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멋대로 개발하면서 자기 재산을 불려 나갑니다.
급여는 조선에게 받고, 나라를 일본에게 팔아치운다?
요즘같으면 월급받는 회사 기밀 팔아치우는 비리사원인 셈이죠.
3. 보통 이완용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리 역사교육도 이들의 행적에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친일파가 나라를 팔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 계기는
보통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시점입니다.
드라마에 직접 언급된 사람만 다뤄보죠. 드라마에서 이완용이 할 때마다 한 마디씩 해가며 받쳐주던 송병준,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농상공부대신이자 정미칠적인 송병준은 러일전쟁에 통역으로 따라갔다가 적극적으로 친일을 합니다. 그 송자라던 송시열의 후손인데 그 자긍심은 없었나 봅니다. 이름을 노다 헤이지로로 바꾸기도 했죠.
이완용보다 더 개념 없기로 유명했습니다. 역사상 아무리 막 나가도 왕의 궁녀를 왕 바로 앞에서 건드린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이 사람이 그 거의에 들어갑니다. 순종의 궁녀를 건드렸고 이를 말리는 무관을 칼로 베려고까지 했으니 애초에 높은 자리에 올라갈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군부대신 주제에 나라의 군대에 적이 총이 겨누는 것을 종용하고 흐뭇하게 바라본 이병무, 훗날 일본군에 자랑스럽게(...) 입대합니다. 나라를 팔고, 군이라는 핵심을 꺾어낸 덕분에 일본군 중장자리를 달죠.
3. 드라마 마지막에선 대대적인 전투가 일어납니다. 남대문 전투, 조선왕조에서 유일하게 한양에서 벌어진 전투죠. 드라마에서 보셨듯이 박승환 소령이 차마 군대해산을 병사들에게 알리지 못하고 자결하자 이에 분노한 군대가 일본군과의 교전을 시작한 사건입니다.
일본은 이런 사태를 예측한 모양입니다. 아예 주요 거점에 호치키스라 불리는 기관총까지 준비하고 있었죠(드라마에도 나왔습니다). 다만 고증은 부족해서, 아니 어쩌면 재현한 물건을 제작하기 어려웠던 건지 당시 물건 치고는 세련된 기관총이 나와버렸습니다. 숭례문 위에 설치한 것을 난사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렇게 조선군은 학살당하고 포로가 되고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무사히 도망친 사람들은 훗날 정미의병에 참가, 항일운동의 전선에 서게 되지요. 즉 준영 (유진이 가짜 추천서를 써 준 청년)은 이후 의병이 될 겁니다.
나라 지키라고 감투준 사람들이 나라를 팔아먹는 가운데
버림받은 백성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떨쳐 일어납니다.
4. 이 이후의 전개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 밝지만은 않을 겁니다. 1907년 이후, 일본군은 '조선주차군'이라는 부대를 둡니다. 말이야 조선의 발전, 이를 돕는 일본의 외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지만 그건 이리의 거짓말, 진짜 이유는 러일전쟁 승리 후 대륙의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과 러시아로 침략하기 위한 교두보 건설 그리고 항일세력을 무력 진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1916년에는 아예 조선군으로 이름을 바꿔버리죠.
아마 유진 초이(이병헌 분)는 복장도 복장이겠다 고애신(김태리 분)과 함께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을 할 듯합니다. 22화의 대사는 사실 카일과의 작별 인사겠죠. (사실 나의 보스라는 대사에서 뿜었습니다. 이건 태양의 후예 대사잖아요?) 구동매와 쿠도 히나도 같이 커플이 되어 독립운동에 매진할 듯한데 어째 이 커플은 불안 불안합니다. 가장 위험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리고 신문사 사장인 희성은 유진에게 카메라를 선물 받고, 졸지에 좋은 색시감을 얻었습니다. 속은 꽉 들어차고 정신이 곧지만 자유분방한 게 좀 단점이었는데 그녀 같이 심지 곧은 여우는 좋은 배우자가 될 듯하군요.
그녀는 역사 속의 어떤 인물일까요? 열심히 추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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