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특집 (5)
<미스터 션샤인 특집>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재미입니다. 제가 요즘 역사 공부가 너무 재미있거든요. 책도 한 권 썼고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드라마에서 판타지처럼 그려넣은 역사가 실제로는 어땠는지, 드라마속 인물 모델이 누구인지 연구하는게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연재한 이 시리즈, 미스터 션샤인이 24회로 대망의 막을 내리면서 마지막회가 나가게 되네요. 솔직히 마지막 여러가지가 작위적이긴 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작품의 무대는 유진이 1863년에 출생, 9살인 1871년에 미국에 건너가고 미군 영사대리로 돌아온 1890년부터 1907년까지의 격동의 한국입니다.
사건의 빌미는 고종이 만듭니다. 조병갑은 정말 창의적으로 백성들을 등쳤습니다. 땅을 개간하면 세금면제로 소작하게 해준다더니 정작 개간되면 백성들을 내쫓거나 무거운 세금을 물리거나 멀쩡한 저수지가 있는데 만석보를 만들게 하더니, 만석보가 완성되자 멀쩡한 저수지는 못쓰게 하고 만석보를 비싼 돈을 주고 이용하게 만들었죠. 재산이 탐나면 무고죄를 즤워 재산을 뺏거나 때려죽이는 짓도 서슴치 않는 진정한 악마였습니다. 결국 이 조병갑의 악행이 동학농민운동을 낳았습니다.
동학군을 제압할 수 없었던 고종은 동학농민운동을 제압하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청나라 군대를 불러서 자국 백성을 진압해달라고 한거죠. 물론 동학군은 제압당했습니다. 하지만 청나라는 조선에 군대를 둘 구실을 얻었고 <한쪽 군이 조선에 진출하면 다른 쪽이 진출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텐진조약을 맺은 일본도 조선땅에 발을 붙이게 됩니다.
이렇게 조선에 일본의 검은 손이 미치게 되죠.
자, 어떤 회사에 엄청난 투자금이 몰려온다고 쳐요. 그래서 좋은 건물도 사고, 사무기기도 좋은 걸로 바꾸고 급여도 좋아져서 옷을 잘 입는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그 회사는 수준높은 회사가 될까요? 정답은 아닙니다. 조직 구성원이 그 시스템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에요.
조선을 지배한 일본세력, 이런 저런 타이틀이 붙어있지만 실체는 일본의 육군 세력과 해군 세력이 돌아가며 감투를 썼죠. 그런데 이렇게 감투를 쓴 이 사람들, 민심을 얻는 법 존경을 얻는 법을 전혀 몰랐습니다.
그들은 정복지의 치안을 안정시킨다던가 더 나은 삶을 살게해줌으로써 지배층의 마음을 돌린다는 사고가 전혀 없이 살육에만 취한 사람들이었어요. 극중에서 나온 저런 대사는 실제 있었다고 합니다. 남경대학살때는 아예 자신들이 직접 자랑스러운 듯 기록을 남겼죠. 그들에게 이는 올바른 성전이었던 듯 합니다.
그런데 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민중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게 있었으니 자기보다 강한 나라 되겠습니다. 앞에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은 러시아를 제일 무서워 했습니다. 그래서 아카시는 유신 삼걸인 오오구보 도시미치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무려 일본예산의 250분의 1에 달하는 예산을 공작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혁명세력에게 보급을 해줌으로써 러시아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지금 러시아에 반일 감정이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복에만 집중한 일본에게 러시아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꺼꾸러뜨려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죠. 훗날 러일전쟁(1904~1905)의 승리도 러시아 내부의 혼란으로 인한 휴전이었지, 제대로 싸웠다면 아마 일본은 제대로 깨졌을 겁니다. 러시아가 파병한 인원은 15만인데 일본은 고작 2만 보내는데 그쳤거든요.
약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서, 이 정도로 파워밸런스가 명확한판에 민비가 러시아를 끌어들이려고하자 일본은 다급해집니다. 청나라만이라면 몰라도 러시아를 끌어들이면 절대 이길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1895년, 일본은 흥선대원군 등 권력을 탐하던 조선인 협력자들의 힘을 빌어 한나라의 궁궐에서 왕비를 살해합니다.
그런데 어이없는 건, 일본은 이 사건이 반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걸 전혀 예상못했다는 겁니다. 왜인이 궁을 총칼로 점령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2차 농민봉기가 일어났거든요.
그제서야, 조선인의 기세와 저항을 깨달은 이토 히로부미는 이 기세를 막기 위해 농민군과 동학도를 철저하게 탄압합니다. 토끼몰이라고 표현된 그 전투는 전남은 물론 나중에는 섬에 사는 주민 모두를 몰살할 정도로 잔악했습니다. 그 규모는 20~30만 정도, 당시 조선인구가 2천만 정도라고 하니 한 나라 인구의 1%를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죠.
전 개인적으로 제일 답없는 사람이 목표만 이루기 위해 일을 저지르고 뒷 수습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그랬어요. 명성황후 시해사건, 군대해산, 문화통치 등 다른 사람을 탄압하고 억누르려고만 생각하지 그게 무슨 결과를 낳을지는 전혀 생각치 않았어요.
게다가 일본군은 통제가 안되는 군대였습니다. 우리가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긴 것 + 전국시대를 거친 싸움꾼이 임진왜란때 벌인 행동을 생각해서 일본군은 전투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아래 소개할 쇼와 육군 등 제국주의 시대를 다룬 책들을 보면 일본군은 통제가 안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남경대학살도 상하이에서 중국군의 저항이 거세자 화풀이를 하기 위해 상층부의 지시도 무시하고 남경으로 진격한 것이 원인이었어요.
열강의 말석에 꼈지만 일본군은 당나라 군대였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제대로 묘사하죠. 극 중 글로리 호텔에서 한 짓도 그렇고, 해산하는 군대를 진압하랬더니 도망치던 민간인까지 같이 학살해서 폭동을 일으키는 등 제대로 통제가 안되는 부대였어요.
극중에서 모리 타카시가 열받는다고 부하를 죽이죠. 드라마 시청자들은 코미디 수준으로 보신 모양이지만 관동군의 만행을 아는 사람이라면 납득할만한 장면입니다. 전국시대때부터 모리 가문은 수군으로 유명했습니다. 모리 모토나리가 임진왜란때 참전하기도 했죠. 이후 후손들의 활약으로 개화 일본의 유력가문이 된 모리가문은 미국과 전쟁할때도 별 두개로 함대사령관으로 참전했는데 무려 군대 사기를 높인다고 병사들에게 미군 포로를 안주로 먹일 정도로 개념없는 사령관이었습니다. 그런 가문 사람들이니 열받는다고 사람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 드라마에서 나오는 광기어린 모습도 이게 모티브겠죠?
실제로도 보고가 어설프다던가, 원하는 결과 즉 까라면 까지 못했다고 부하를 죽이는 사건은 일상다반사였다고 합니다. 션샤인 6화에서도 하야시 공사가 부하인 야마다 하사를 칼로 베어죽이죠. 이런 문화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반도에도 그대로 전염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있죠.
일본은 이런 근시안적인 국수주의에 취한 댓가를 지금도 치르고 있습니다. 뭘 하려고할때마다 주변국의 격렬한 반대를 받거든요. 아마 그들이 제대로 된 제국주의(?)를 실행했다면 그렇게 원하던 엔화 기축통화를 80년대에 이뤘을 것이고, 지금 주장하는 EU같은 경제공동체도 10년전에 만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역사는 반드시 죄값을 치르게 합니다.
평상시에 잘 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죠.
이런 막가파식 행동은 반감을 낳습니다. 특히 우두머리가 없어도 저항하는 성향을 지닌 이 땅의 민족들은 더더욱 그렇죠. 극중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본 사람들이 울분을 못이기고 독립군에 합류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극중에서 잠시 언급되었듯 독립군 활동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고금동서의 전략가들이 입을 모아 전투의 핵심은 '보급'이라고 말하듯, 그들은 보급받을 길이 없는 괴로운 싸움을 하게 되죠. 친일하고 떵떵거리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았고 이는 탈주병이나 친일전향자가 나오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끝까지 독립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 대단한 겁니다.
이들에게는 앞으로 더 고달픈 역사가 기다릴 겁니다. 남대문 전투, 정미의병 등 온갖 고초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훗날 정치싸움에 휘말려 서로 총칼을 겨누는 상황에까지 몰리게 됩니다. 이른바 자유시 참변, 이로 인해 한일투쟁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오늘날의 분단의 아픔의 계기가 생기고 맙니다.
이걸로 드라마 + 역사내용 컨설팅은 이걸로 마치기로 하고, 만약 호응이 있으면 극중의 인물 분석을 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석달간 즐거웠습니다. 안녕, 미스터 션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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