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그 길 위에 있었다.
지난 1월부터 'PCT 하이커 되기'라는 제목으로 '마운틴'에 연재를 해왔다.
어느덧 마지막 연재다.
마지막 워싱턴 구간.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웠던 그 구간을 써 내려가며,
나는 다시 그 길 위에 있었다.
구간 초반 어떻게 해서든 그 날에 꼭 완주를 하고 말겠다 하는 욕심을 부리기도 했고,
어느 순간 갑작스레 - 아마 욕심에 가려 알아보지 못 했을 - 찾아온 발목의 부상.
스틱에 의존하며 절뚝거리며 걷기를 한 달.
양말을 벗으니 드러난 퉁퉁 붓고 멍든 발을 보고 있자니......
'여기서 그만둘까?'
'그만두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에
모텔 침대에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포기하는 게 더 겁이 났는지 결국에는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마지막 캐나다 국경의 포스트를 멍하니 바라보며,
'내가 겨우 이거 보려고 이 개고생을 하며 걸어왔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매닝파크 표지판 앞에서 더이상 걸어갈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지금껏 온갖 고생과 감정들을 경험하며 결국에는 끝을 바라보게 된 스스로가...
대견했고, 자랑스러웠고, 사랑스러웠다.
카페에 앉아 홀로 울컥하고 있는 스스로를 보자니,
내가 참 많이 변했구나 싶다.
연재는 이제 끝이 난다.
그나마 내게 정해져 있던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끝이 난다.
조금 더 깊은 방황을 시작한다.
다시 '나만의 일'을 찾아서.
20160517
by 히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