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 완전 힐링이네요!

히맨 이즈 인 제주_Day#12_20170506

by 히맨

잠에서 깬지 얼마 되지 않아 울린 전화를 받은 창섭이 형이 분주해졌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나와야 했다. 그렇게 조금은 급하게 형의 차방 앞에서 헤어졌다.

성판악으로 향하는 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내 앞에 멈춰 섰다. 버스 안은 한라산으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름의 한라산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겨울에 한라산에 올랐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눈 쌓인 한라산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김밥을 두 줄 사서 배낭에 챙겨 넣고서는 입구 주변을 둘러본다. 무언가는 확실히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자 이제 올라볼까?’

마지막으로 전화를 한번 확인하고 오르자며 잠금을 풀었는데 페이스북 메시지가 하나 와 있다.

협재 해변에서 촬영합니다.
제트보트. 스키. 타는 장면 스쿠버 등. 짬되면 오세요. 배 실컷 태워드릴게요. ㅎ
낼은 한라산 퍼밋 받고 밤까지 위에서 촬영해요.

그걸 읽은 나는 5초 정도 생각을 했다.


“협재 해변이요~”


나는 성판악 입구에 도착한지 20분도 안 되어 다시 버스에 올라 목적지를 말했다. ‘그래 언제 늦은 밤까지 한라산에 있어보겠어’가 첫 번째 이유였다. ‘간만에 물에 좀 들어가 보고 싶다.’가 두 번째, 그리고 멋진 영상과 사진도 남기고 싶다는 생각까지...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 힘들었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 여행의 정의를 뭐라 내리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게 아마도 여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긍정적인 기분이었다. 산에서 먹으려던 김밥을 버스에서 먹게 되었지만 오히려 더 소풍같은 느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 완전 힐링이네요~!”



협재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협재제트라는 생소한 장소. 입구에 도착해 막 연락을 드리려던 찰나에 마주쳤다. 그렇게 나를 이곳으로 이끈 최우준 형님을 만났다. 작년 말 대전에서의 PCT 강연에서 처음 뵌 이후로 이렇게 또 뵙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제주에서의 만남이라니.

“오늘 모델이에요. 제트보트 실컷 태워줄게요.”

잠시 사무실에서 커피를 한잔한 후 카트를 타고서 근처 해변으로 이동했다.

맨발에 바지를 걷어 올리더니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들고서는 한 걸음 한 걸음 파도를 맞으며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근처에서 이리저리 회전을 해대는 제트보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모습에서 프로의 기운이 느껴졌다.

‘와...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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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촬영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그는 흠뻑 젖어있었다.

이번에는 제트보트를 직접 탈 차례다. 대기 장소의 테이블 위에는 촬영 장비로 가득했다. 특히 고프로에서 만든 드론 카르마와 DJI의 드론 매빅(Mavic)이 한자리에 놓여있는 장면은 내 눈을 사로잡았다.

‘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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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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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슈트로 갈아입었다. 오랜만에 입은 슈트의 압박감에 괜히 혼자서 옛날 생각이 나서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셀카를 찍었다. 처음에는 ‘이걸 과연 거금을 주고 탈 이유가 있을까?’ 생각했던 제트보트는 생각보다 스릴있고 재미있는 놀이기구와 같았다. 한 번쯤은 타볼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그 제트보트를 세 번을 내리 탔다.

진짜 하이라이트는 제트스키였다. 항상 남이 타는 걸 쳐다보며 언제 한번 타보고 싶다 생각만 가지고 있던 그걸 이렇게 뜻하지 않게 급작스레 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겉으로 보기보다 체감속도는 물론 여러모로 조금 전 탔던 제트보트를 능가했다. 이리저리 헤매며 조심조심 몰다가 직선 구간이 될 때면 속력을 높여 파토를 넘고 또 넘는데 붕 떴다 떨어질 때의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런 느낌 또한 오랜만이다. 드론과 함께 달리는 재미도 있었다. 서서 타는 보드인 SUP을 타면서는 비틀대며 여러 번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수시로 빠졌다는 얘기다. 아무튼 여기서 지금껏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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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최우준


“텐트 치고 조금 이따 식당에서 봐요”

금능해변이 좋다며 데려다 주셨는데, 말씀 들은 대로 유명한 해변이라 그런지 텐트를 치고 자리잡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캠핑장을 방불케 하는 수많은 텐트로 가득한 시끌벅적한 장소에 사이트를 잡는 건 이번 여정 중 처음이 아닌가 싶다. 돈내코 야영장에도 사람이 많긴 했지만 거기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해가 지는 바다 풍경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모래 언덕 위에 사이트를 잡았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오토바이와 함께 작은 1인용 텐트가 쳐져 있었고, 왼쪽에는 벤치가 놓여있었다. 텐트에 계시던 아저씨는 나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따로 인사를 나누진 않았다. 텐트를 다 쳤을 때 쯤 다가온 올레길을 걷고 계시다는 한 어르신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식당에서의 약속에 늦을 거 같아 살짝 도망치듯 텐트를 두고 나왔다.

이번 여정 중 처음으로 흑돼지를 먹는다. 어제부터 식사 메뉴가 확 달라졌다. 전투식량에서 고등어회, 흑돼지라니...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역시 고기가 최고지!

히맨 이즈 인 제주_Day#12_20170506


히맨 이즈 인 제주_Day#12_20170506

제주시 창섭이형 차방 - 성판악 - 금능해변

20170506@금능해변

by 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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