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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Aug 01. 2022

불가능How과 불가해 Why를 노크노크

- 아오사키 유고, '노킹 온 록트 도어'

트릭을 간파하는 '불가능 전문가' 고텐바 도리와 동기와 이유를 탐색하는 '불가해 전문가' 가타나시 히사메. 두 사람은 대학 때부터의 오랜 친구로, 함께 탐정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를 운영하고 있다.

도리와 히사메는 화가 사망과 관련한 밀실 미스테리나 살해당한 여인의 머리카락이 잘린 이유, 금고의 비밀과 관련한 암호 해독, 커튼이 처져 방 안의 표적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저격당한 사건, 발자국 하나 없는 눈에 뒤덮인 집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등 여러 문제를 보기 좋게 풀어나간다.

이들과 협력하는 것은 역시 대학 시절부터의 친구이자 경시청 수사부 수사 제1과의 우가치 기마리. 사건을 해결하던 중 그들은 전직 중의원 의원 독살 사건의 배후에 이토기리 미카게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과연 도리와 히사메, 우가치 그리고 미카게의 관계는..?


이런 추리물을 좋아한다. 너무 심각하지 않으면서 기발하고 반짝이는. 특히 이 책은 독자에게 동일하게 제공된 단서를 통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엘러리 퀸 스타일로 정통 미스터리물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각 사건마다 바뀌는 화자를 바꿔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불가능과 불가해라는 How와 Why의 차이도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켜 흥미롭다. 작가 아오사키 유고의 작품도 수집 중인데, 이미 일본에서는 '노킹 온 록트 도어' 2도 나왔다기에 원서로 주문 완료. 빨리 번역본도 만나보면 좋겠다.

그런데 추리소설 독서량에 비해 문제해결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읽다 보면 언젠가 아주 작은 문제 하나쯤은 풀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책에 있는 다 주어진 답도 가지지 못하는 바보지만. 흑흑.


 우리의 집이자 탐정 사무소의 현관문에는 인터폰이 달려 있지 않다. 차임벨이나 초인종, 노커 따위도 없다.
 왜냐하면 노크하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손님이 문 앞에 서 있는지 대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둘 다 탐정이지만 사고思考의 지향점(또는 취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도리는 트릭을 간파하는 데 강하고, 나는 동기와 이유를 탐색하는 데 강하다.
 뭐가 마음에 걸리는지 잘 모르겠다. 이럴 때 나는 언제나 발상을 전환한다. 쌓아 올린 논리를 발로 뻥 걷어차서 무너뜨리고, 새로운 논리로 교체한다.
 "풀지 못할 수수께끼는 썩어 넘치도록 많아."
 "어쩐지 찜찜한 예감이 드는걸."
 우리는 둘 다 탐정이고, 사무소도 공동으로 경영한다. 특기로 하는 추리 분야가 다르므로 어지간해서는 서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해 만약 의견이 일치한다면 - 예를 들어 전화 한 통을 받고 둘이 동시에 '찜찜한 예감'이 들었다면 - 그 생각은 대부분 들어맞는다.
 네 명 중 한 명은 범죄자를 붙잡는 직업을 택했고,
 두 명은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직업을 택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범죄를 설계하는 직업을 택했다.
 우리 둘의 관계는 진행형 격투 게임과도 같다. 플레이어가 다룰 수 있는 캐릭터는 두 명. 한 캐릭터는 공격력이 높고, 다른 캐릭터는 점프력이 좋다. 도리가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는 적도 있고, 내가 아니면 도달하지 못할 발판도 있다. 눈앞의 적과 지형에 맞추어 우리는 바쁘게 교대한다. 그렇게 해서 조금씩 스테이지의 목표 지점으로 향한다. 서로 보완한다. 협력한다. 함께 싸운다.
 공모한다.
 우리 관계는 타산적이다.
 하지만.
 "하지만 널 믿어."
 그의 목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나는 조용히 말했다.
" 그러니까 기다릴게. 다음에 내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전제를 걷어차서 무너뜨리고 추리를 재구축하는 것이 도리의 방식이다.
"고정 팬이 어느 정도 있으면 연이어 졸작을 내놔도 평가는 낮아지지 않아."
 과거의 문은 굳세고 튼튼한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여는 것은 물론이고 두드리기조차 망설여진다. 우리가 탐정인 이상, 언젠가는 밀실을 억지로 열 날이 오겠지만 그날은 아직 먼 듯하다.
 우리는 미숙해서 둘이 합쳐야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으니까.

 


- 헤아리.;hear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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