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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arida Mar 20. 2023

숨쉬기 운동은 왜 근육이 안 생길까

운동에 대한 고찰...만 한 하루

며칠 전 나는 비루한 나의 몸뚱이를 보며 굳게 다짐했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 자연사를 하기 위해,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는 노력을 하기로 말이다.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하는 첫 번째는 무엇일까?

그렇다. 운동이다.

그래, 운동을 해야겠지.

운동.

운동.

운동.

숨쉬기 운동......이 아닌 거 정도는 나도 잘 안다.


그런 사람이 있다.

목표를 세우면 바로 행동하는 사람. 고민 없이 일단 움직이고, 오류가 생기면 그때마다 고쳐가는 스타일 말이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겠다 결심하면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운동화 끈을 묶은 뒤 일단 달리기. 혹은 PT나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걸 끊어서 전문가의 지도와 감시 아래 자신을 두고 훈련하기. 아니면 근처 운동장에서 줄넘기를 하거나 수영장에 가거나 유튜브의 홈트 영상을 보고 따라 하기. 이렇게 뭐가 됐든 일단 시작하는 실행력을 갖춘 대단한 인물이 세상에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또 이런 사람도 있다.

목표를 세우면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지속 가능한가,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수강료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면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부작용은 없을까. 머릿속에 계획과 리스크 등 청사진이 다 그려져야 움직일 수 있는 스타일 말이다.

예를 들어, 테니스를 해볼까 했는데 팔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소리에 걱정하기(사실 무리가 갈 만큼 운동할 리가 절대 없음). 수강 시간표를 보고 혹시 있을지 모를 약속이나 상황을 대입하기(하루 대부분을 집에 있고 특히 소파 반경 1m를 크게 벗어나지 않음) 등등.


그렇다. 그게 나다.

그래서 내가 운동을 하겠다 결심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운동화 끈을 묶는 것도, 근처 운동센터를 알아본 것도 아니었다. 나는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검색창에 이렇게 쳤다.

'운동'.

대관절 운동이란 무엇인가. 운동을 하려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 근원적 의미가 궁금해진 것이다.

자고로 본질을 알아야 정복할 수 있는 법. 시험공부를 하기 전엔 공부의 본질인 책상을 알기 위해 느닷없이 청소를 시작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전엔 내 위장 크기의 본질을 파악하려 다양한 음식을 폭넓게 섭취하듯. 지금 내 마음이 딱 그런 거다.


어쨌든 운동의 사전적 의미 제1번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이었다.

그래, 난 지금껏 생존과 생활을 위해서만 움직였지 건강을 위한 몸짓은 무엇 하나 한 적이 없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는 왜 사십 대가 될 때까지 운동을 안 해서 몸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단 말인가.

이렇게 두 시간을 노트북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후회 속에 보냈다. SNS도 좀 하고 뉴스도 좀 보고 그랬지만, 진정한 후회와 미래를 향한 다짐이 메인이었다.


자, 그럼 이제 진짜 무엇을 실행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조깅? 난 초등학교 때도 달리기는 안 했다. 숨찬 거 질색.

줄넘기? 혼자 놀이터에서 줄넘기하는 게 쑥스러워서 못하지 싶다.

홈트? 나 혼자 집에서 성실히 3-40분씩 운동을 할 수 있는 인간이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헬스? 타고난 I인 나는 사람들이 보는 데서 운동하는 게 너무너무 부끄럽다. 그래서 일단 가는 게 너무 어렵고, 가기 전에 옷 태를 살피고 씻고 뭐 하고 하는데 운동하는 시간의 세 배를 쓴다. 그러다 지쳐서 도중에 그만둔 게 몇 번인지.

필라테스? 요가? 테니스? 역시 위와 같은 이유로 어려울 듯. 도중에 그만둘 일에 돈 쓰고 싶지 않다. 그 돈으로 가족들 고기 사 먹이고 싶은 아줌마 마음.

그럼 할 수 있는 게 없네.


홈트를 위해 샀던 도구들. 색과 디자인 위주로 고른 덕분에 인테리어 효과가 뛰어나다.


다시 생각해 보자.

체중 감량을 위함도 아니요, S라인을 만들어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요. 오직 근력을 향상하고 건강한 몸뚱이가 되어 긴 수명에 한 발 다가서기 위함이니.  시간 오래 안 걸리고 돈 안 들고 지속 가능하고 효과가 좋은 것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고민만 하루 온종일 하다 정한 건 계단 오르기와 버피테스트.

아이를 등원시키고 아파트 최상층에 위치한 우리 집까지 매일 걸어 오르는 거다. 그리고 최고의 전신운동이라는 버피테스트를 일단 20개부터 시작해서 매일 하나라도 숫자를 늘여가며 마지막엔 100개까지 하는 거야! 좋아 결심했어! 이렇게 백 일만 하면 얼마나 건강해질까?


생각하며 노트북을 닫는다.

오늘 머리를 너무 많이 썼더니 힘드네.

내일부터 시작이다.

진짜, 진짜 내일부터다!!!



헤아리.다 / 3개의 언어 / 4개의 전공 / 8번의 전직 / 20개국 100여 개 도시 여행 빈곤 생활자 / 위대한 먹보 / 유쾌한 장난꾸러기 /  행복한 또라이 / 꽤 많은 도전과 무수한 실패 / 손에 꼽을 수 있는 내 사람들 / 단 하나의 사랑 / 끝없이 이어지는 삶 / 마음과 글과 사진과 세상을 헤아리고픈 소박한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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