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헤드 미솔로지 Ep.20] 프시케와 에로스, 진짜 성장의 순간

by Tristan

/ 사랑하지만 볼 수 없는 존재


프시케는 너무 아름다웠다.

신들도 그녀의 아름다움에 위협을 느꼈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에게 그녀를 벌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에로스는 프시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정체를 숨긴 채 그녀를 궁전으로 데려가 함께 살게 된다.


프시케에겐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절대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

출처: Wikipedia – L’Amour et Psyché, enfants (1890), https://en.wikipedia.org/wiki/File:William-Adolph

프시케는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한다.

언니들의 불안한 말에 흔들려 몰래 등잔불을 들이대고, 사랑을 확인하려는 찰나 촛농을 떨어뜨린다.

그 순간, 사랑은 떠난다.

에로스는 상처 입었고, 프시케는 모든 것을 잃는다.


사랑을 되찾기 위해 프시케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시련을 받아들이고, 인간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네 개의 과업을 해낸다.

마지막 미션, 그것은 ‘절대 열어보면 안돼’는 상자를 들고 저승에서 돌아오는 일이었다.


하지만 프시케는 결국 상자를 연다.

그리고 죽음의 잠에 빠진다.



/ 왜, 우리는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게 되는가


사랑을 되찾기 위해 저승까지 다녀온 프시케는 마지막 관문 앞에 선다.

페르세포네 여왕에게서 ‘아름다움의 정수’가 담긴 상자를 받아와야 했다. 봉인된 채로 아프로디테에게 전달해야 하는 미션.

하지만 결국 그녀는 열고 만다.

출처: Art UK / Ferrebeekeeper 이미지 기사 (퍼블릭 도메인) https://artuk.org/discover/artworks/psyche-entering-cup

왜?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워져야 에로스가 나를 다시 사랑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 불완전한 자신을 감추고 싶은 마음이 그녀의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안엔 아름다움이 아닌 죽음의 잠이 있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리더로서 성장하는 이들이 마지막 문턱 앞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자기 의심의 상징이다.



/ 프시케, 인간에서 리더로


프시케는 처음부터 주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운명에 휘둘리고, 감정에 흔들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의심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사랑을 잃고 난 뒤, 그녀는 변한다.

아프로디테가 던지는 네 개의 시련을 견디며,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을 받아들이고, 끝까지 해내는 힘을 갖게 된다.

1. 혼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곡식 분류’를 개미의 도움으로 해낸다.

2. 죽음을 무릅쓰고 황금 양털을 얻는다.

3. 위험한 강을 건너 검은 물을 가져온다.

4. 그리고 마지막, 상자를 들고 저승에서 올라온다.


이 여정은 그녀가 더는 ‘사랑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시련을 통해 자기를 깨닫고, 책임지는 존재로 변화하는 과정 - 바로 리더가 되는 길이다.



/ 죽음의 잠과 에로스의 키스


상자를 열고 죽음의 잠에 빠진 프시케는, 에로스의 키스로 깨어난다.


이 장면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다.

에로스의 키스는 자기 회복(Self-Recovery)의 상징이다.

실패 이후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무너진 자존감 위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

리더십은 바로 이 회복의 순간에서 완성된다.


현실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성공 직전의 불안, 완벽주의의 덫, 과도한 자기 검열로 무너질 수 있다.

그 순간 다시 일어서는 리더는, 외부의 지지와 내면의 회복력을 모두 품는다.

출처: Wikipedia Commons – Canova, Psyche Revived by Cupid’s Kis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


/ 완벽을 추구하는 리더는 왜 흔들리는가


프시케가 상자를 연 이유는 완벽해지고 싶어서였다.

더 아름다워져야만 사랑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리더들이 이와 같은 착각에 빠진다.

더 완벽해야 하고, 더 성과를 내야 하고, 더 강해 보여야 한다고 믿는다.

완벽해 보일 리더십 유혹의 덫이다


프시케는 상자를 열고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관계의 노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응축해 두었던 결과다.

실수와 회복을 통해 성장한 사람이 리더가 된다.

출처: Obelisk Art History – The Abduction of Psyche, https://www.obelisk.art/bouguereau/abduction-of-p


/ 프시케가 남긴 리더십의 본질


리더십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혼자서 모든 걸 해내려는 사람보다, 도움을 받아들이는 리더가 더 멀리 간다.

완벽하려 하기보다,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회복하는 힘이 진짜 리더십이다.


진정한 리더는

성공만을 설계하는 리더가 아니라,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날 회복력을 갖춘 사람이다.


/ Tristan의 코멘트


프시케의 마지막 여정은 리더십의 가장 깊은 본질을 보여준다.


진짜 리더는 상처 없이 살아남은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상자를 열고 쓰러진 순간, 자신 안의 두려움과 마주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상처를 껴안고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여정은 신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리더십 여정과도 꼭 닮아 있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열지 말아야 할 상자를 눈앞에 두고 있지 않은가?

그 상자를 열었다면, 당신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

쓰러진 당신과 같이 일어설 누군가는 존재하는가?


이 글은 Tristan의 연재 시리즈 「헤드 미솔로지」의 스무 번째 이야기이다.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본다.



/ 다음 이야기 예고

『월계수가 된 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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