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수가 된 다프네

[헤드 미솔로지 Ep.21] 리더가 갖는 거절의 기술

by Tristan


/ 도망치는 것도 용기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가오는 압박, 거절할 수 없는 감정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과 ‘남들이 원하는 나’ 사이의 간극.

우리는 어디까지 밀려나야 ‘이건 아니야’라고 말하게 될까?


그리스 신화 속 님프, 다프네는 끝까지 도망쳤다.

그러나 그녀의 도망은 패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가장 단호한 결단이었고,

자기 삶을 선택하는 한 인간의 단단한 리더십이었다.


“나는 그냥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출처: “Francesco Albani…Apollo and Daphne…1615–1620, Louvre, Paris”


/ 다프네의 이야기


다프네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로, 숲을 누비며 사냥을 즐기던 님프였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홀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태양신 아폴론이 그녀를 보게 된다.

에로스의 장난 같은 화살 한 방에, 아폴론은 다프네에게 격렬한 사랑을 느끼게 되고, 다프네는 아폴론을 혐오하게 된다

아폴론의 사랑은 결국 사랑이라기보다 집착에 가까운 추격으로 변한다.


다프네는 도망쳤다. 숲 속에서, 강을 건너고, 들판을 달려… 끝없이 달아났다.

그리고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되었을 때, 아버지 페네이오스에게 구해달라고 외친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은 나무로 변했다.

살갗은 껍질이 되고, 머리카락은 나뭇잎으로 자라났다.

그녀는 월계수 나무가 되었고, 마침내 아폴론의 손길에서도 벗어났다.


아폴론은 그 나무를 꺾어 자기의 신성한 관으로 삼았지만,

다프네는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시는 달리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었다.

비록 움직일 수는 없지만, 영원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1. Gian Lorenzo Bernini – Apollo and Daphne (1622–1625), marble, Galleria Borghese, Rome. 출처: Bernin


/ 다프네가 보여준 리더십의 정체


“거절은 부정이 아니라, 나다움을 지키는 힘이다”


1) ‘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 자기 경계의 리더십


다프네는 아무도 거절하지 못하는 태양신의 감정조차 거절했다.

그건 단지 “싫다”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그게 아니”라는, 자기 인식에 기반한 결단이었다.


조직에서도 비슷하다.

누군가의 열정적인 제안, 상사의 반복되는 요구,

혹은 “널 믿으니까”라는 말로 포장된 부담들.


이럴 때 우리는 얼마나 자주, 스스로에게 “나의 동의는 여기까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다프네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경계를 지키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2) 무력한 도망이 아니라 단단한 선택 - 회복탄력성의 리더십


다프네는 달아났고, 모습을 바꿨다.

그녀를 피해자로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다프네는 끝까지 싸웠고, 정체성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결국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지켰고, 자기 방식대로 해답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상황과 타협한다.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이게 최선이기 때문이야”…


그러나 다프네는 말한다.

“끝까지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부당하다면 타협하지 말고, 다른 모습이 되더라도, 나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의 진짜 의미다.

휘어도 부러지지 않고, 밀려나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3) 조용하지만 단단한 영향력 - 소극적 리더십의 가능성


다프네는 앞에 나서거나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명확한 자기 원칙과 방향성을 지녔다.


이런 사람은 조직 안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외부 기대에 휘둘리지 않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잃지 않는 사람.


이것이 바로 조용한 리더십이다.

말하지 않아도, 설득하지 않아도, 삶 자체로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

출처: “Apollo and Daphne… by Nicolas Poussin…1661‑1664… held in the Louvre, in Paris.”


/ 주의해야 할 것들


‘관심’과 ‘강요’ 사이의 경계

* “널 좋아하니까 가까이 다가갈게”는 언제든 폭력이 될 수 있다.

* “잘하니까 이것도 맡아줘”라는 말은, 때로 자율을 빙자한 압박일 수 있다.

* 사랑, 관심, 기대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모든 관계는 상대의 동의 없이는 공감이 될 수 없다.


경계 없는 열정은 언제든 폭력으로 변할 수 있다.



/ 나를 지키는 리더, 나답게 사는 용기


우리는 모두 다프네의 위치에 설 수 있다.

직장에서, 관계에서, 사회 속에서

나의 기준보다 타인의 기대에 더 많이 맞춰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다프네가 말한다.

“나무가 된 건 도망이 아니라, 자유였다. 도망쳐서 지켜냈고, 그래서 존재할 수 있었다.”


침묵이 결코 나약함이 아니듯, 거절을 표시하는 당신의 결단은 결코 작지 않다.


/ Tristan의 코멘트


다프네는 ‘전통적인 리더’는 아니었지만,

그녀처럼 경계를 세우고, 자기 삶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 당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무례하게 다가오는 ‘아폴론’은 누구인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No’를 표현하고 있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당신의 월계수는 어떤 모습인가?


이 글은 Tristan의 연재 시리즈 「헤드 미솔로지」의 스물한 번째 이야기이다.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오늘의 나를 성찰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그려본다.



/ 다음 이야기 예고

『아폴론-자기 인식을 이끄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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