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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진 Jun 15. 2019

우리가 그럴 여력이 있을까?

"그렇게까지  만한 여력이 없어."

요즘 들어 자주 하게 되는 이다.

하려고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굳이 하기는 은 일. 어찌어찌 시작하면 나아가긴 하겠지만 그 시작의 동력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일.


여력 '떤 일에 주력하고 남아 있는 힘'

매해 삶을 거듭할수록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절대 양이 줄어드니까, 을 쓸 곳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매달 내야만 하는 월세와 공과금 같이 살아있음들어가는 고정 에너지를 제하고 나면, 내게 남는 힘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으니까.


한때는 짝사랑하는 선배를 위해 밤새 학을 접기도 했는데,

주변을 걱정하고, 함께 분노하고, 굳이 어디든 함께 갔었는데

손익을 따지지 않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내준 적도 많은데


이젠 그럴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는다.

어쩌면 불필요한 잔동작이 줄어가는 숙련자처럼,

어쩌면 모든 일에 시큰둥한 염세주의자처럼,

내 안의 에너지를 모아 사용하기로 선택하는 빈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어쩌면 디테일이 사라지는 삶.

미시적 다정함은 종말을 맞았고 거시적 생존만이 살아남은 삶.

무용하고 헛된 일에 바보같이 시시덕거리던

그 많던 나의 력은 어디로 간 걸까?


나는 네가 짊어진 요즘의 고단함을 눈치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나의 어깨 한 쪽을 내주어도 상관없다 생각했지만, 뭐 그럴 필요까진 없나 합리화하며 건조하게 돌아섰다.

우리 사이의 미묘한 어긋남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파고들고 싶지만, 이상 가까워지지 않고 지금 정도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굳이 지적할 필요 없는  수준이라 기며 내버렀다.


여러가지 스쳐가는 생각은 있었으나,일단 지금은 그럴 여력이 없어서

우리를 돌보지 않고 멋대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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