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일키아쏘(ILCHIASSO)'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by 서원경 변호사

[서원경 변호사의 맛집칼럼]
https://seoul.diplo.de/kr-ko/aktuelles/-/2262570

시간만 나면 맛집 탐방을 하면서,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특별히 예민한 미각의 소유자는 아닌지라, 유명한 맛집을 찾는 데에 흥미있는 편은 아니다. 식당이라는 걸 그냥 만남의 장소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맛집을 소개하는 글을 제안 받고는, 처음으로 식당과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동안 친구들과 대화하느라 음식을 대강 입에 넣고 배를 채우기 급급했다면, 글로 표현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갖고 먹어 보니 괜히 음식 맛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부터 전체적인 식당 전경까지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이래서 맛집 탐방에 재미를 들이나 싶었다.


[한남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IL CHIASSO(일키아쏘)']

이탈리아 사람들은 인생의 3대 모토로 ‘만자레, 칸타레, 아모레(Mangiare, Cantare, Amore: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를 외치며 살아간다고 한다. 인생의 큰 기쁨 중 하나로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레스토랑 또한 즐겁게 먹으며, 노래도 부르고 싶어지고, 사랑도 깊어지는 그런 소중한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탈리아인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레스토랑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수요미식회 치즈편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일키아쏘'이다.

한남동에 2016년에 오픈한 IL CHIASSO(일키아쏘)는 이탈리아어로 시끌벅적하고 왁자지껄하다는 뜻인데, 클래식한 레스토랑 분위기 보다는 아늑한 이탈리아 가정집 같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Buona sera(안녕하세요)를 쾌활한 목소리로 외쳐주는 셰프들 때문에 환대받는 기분이 든다. 최대 40인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따뜻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밀집으로 엮은 의자, 토스카나의 샹들리에, 머드터드 옐로 색상의 테이블, 식당 중심에 위치한 거대한 숯불구이의 돌가마 등이 조화를 이루어 소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즐거운 표정의 손님들이 자아내는 떠들썩함과 오픈키친에서 셰프들이 요리하는 역동적인 모습으로 활력이 넘친다. 셰프의 절반이 현지인들이라서 상기된 어투로 대화하니 더욱 활기차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친근하게 응대한다. '이곳이 바로 이탈리아'라고 느끼게 하는 이국적인 분위기 때문에, 잠시나마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기분이다.

일키아쏘는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와인과 식재료를 직수입한다. 어떠한 퓨전 조리법도 거부하고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만을 고집한다고 한다. 한국의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바꾸거나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현지인에게 인정받은 심플하고 한결같은 맛을 추구한다. 이곳이 여러가지 면에서 이탈리아가 인정한 정통 레스토랑인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로 선정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메뉴는 Antipasti(전채 요리) Primi(파스타) Secondi(메인) Contorni(사이드디쉬) Dolce(디저트)로 구성되어 있다. 전채요리로 주문한 문어감자샐러드는 부드러운 문어와 삶은 감자에 올리브유를 곁들였고, 레몬과 파슬리로 향을 내어 새콤달콤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폭신폭신한 식감이었다. 식전빵인 바게뜨와 브레드 스틱을 샐러드에 찍어 먹어도 제격이다.

인기메뉴인 파르미자노 리조또는 치즈강국인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파르마산 치즈에 뜨거운 쌀알을 섞어 조리하는 모습을 테이블 옆에서 직접 시연한다. 파르마산 치즈는 엄청 단단해서 정을 이용해 돌을 쪼개듯이 자른다는데, 파르마산 치즈의 안을 파내어 그 안에 재료를 넣고 리조또를 만들어 주는 구경스러움으로 인기가 많다. 빠른 손목스냅으로 정성스레 음식을 조리하는 모습에서 호감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죽같은 비주얼인데, 먹어보면 우유와 섞은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아무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의 리조또이다. 절제된 심플함에서 오는 은은한 매력이 있다.

페투치네 알라 키아쏘는 왕새우, 쥬키니, 샤프란, 크림을 섞은 파스타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라는 명성을 가진 샤프란은 음식의 풍미를 더해준다. 독특한 향이 약간 쓴 맛을 느끼게 하지만, 크림 파스타의 느끼함을 상쇄시켜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의 셰프들은 돌가마에서 숯을 사용해 해산물이나 스테이크를 호쾌하게 구워준다. 우리가 주문했던 그릴에 구운 등심스테이크는 스테이크 덩어리 통째가 아니라 먹기 편하게 썰어서 나온다. 미디엄 레어로 주문해도 육즙이 많지 않아 부담이 적고, 루꼴라와 파르마산 치즈를 아래 깔아서 자연스럽게 간을 맞추어 건강한 짭조름함과 함께 고소하게도 먹을 수 있다.

와인은 토착품종을 정성스레 만들어 내고 있는 이탈리아 와이너리에서 일등급만을 엄선한다. 주문했던 베네또 지방의 와인 2016 VALPOLICELLA classico(발폴리첼라 클라시코)는 그리 비싸지 않은 무난한 레드와인으로 요리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주었다.

마지막으로 디저트 메뉴인 판나꼿따(Panna cotta)는 이탈리아 대표 디저트로 푸딩같은 것이라고 보면 되고, 카라멜 판나꼿따는 그리 달지 않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느낌이었다. 디저트 전반적으로 많이 달지 않아서 입가심용으로 좋았다. 이렇게 전채요리부터 디저트까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코스가 대만족이었다.

청명한 가을날씨에 와인과 함께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니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인생의 기쁨과 행복 자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이 이탈리아로 향할 때, 이탈리아 본토의 맛과 느낌 그대로를 이곳에서 찾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식당에 들어서면서 우리도 함께 활기차게 보나세라(Buona sera)를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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