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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ail of Argo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며

증상의 호전,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과도기

by Argo

2015년 3월부터 정신과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6개월간 개인병원을 다니다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개인병원 다닐 때보다 약이 확 늘었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각종 부작용에 시달렸다. 더 이상 안될 거 같기도 하고, 의사와도 잘 맞지 않는 거 같아, 고민 끝에 괜찮아 보이는 개인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잘 맞고 실력있는 분을 만나서 1년 9개월 째인 지금, 엄청난 호전을 보이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제일 많이 먹을 때는 데파코트, 라믹탈, 웰부트린, 아빌리파이, 알프람, 쎄로켈을 먹었었다. 지금은 라믹탈만 먹고 있다.


라믹탈만 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년 9월 정도부터 약물 조절을 시작해 조금씩 증감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1,2년 정도 약을 복용하면 보통 3~4주 간격으로 병원에 가서 약을 받게 된다. 하지만 나는 약물 조절을 하면서 거의 매주 병원에 가서 조금씩 약물을 줄여 나갔다.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잘 넘겼다.


약물치료만으로 지금의 상황에 이른 건 아니다. 1년 넘게 받은 상담치료도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작건 크건 심리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정서적, 심리적인 문제들만으로 정신질환이 생긴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생물학적 요인들에 더해져서 질환이 발생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약물치료만 받는 것보다 심리치료도 같이 받는 것이 증상호전과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된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신질환에서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하는 것보다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같이 받았을 때 치료가 더 잘 되었다고 한다.

50회기가 넘는 장기간의 상담을 받으면서 여러가지 심리적 문제들을 직면하고 상담자와 함께 해결해 나갔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내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내 병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동시에 병에만 집중하던 이전과 달리 병보다 나 자신, 내 삶, 내 목표, 내 꿈에 집중하게 되었다. 여전히 나는 병을 가지고 있고, 약을 먹는다. 하지만 나는 단지 환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환자 이전에 나는 한 인간으로써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간이기에 부여받은 삶을 충실히 살면서 환자로서 감당해야 할 질병의 무게를 견디려고 한다. 다른 병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정신질환에 있어서 병과 나 자신을 동일시 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 처음에 나도 양극성 장애와 나 자신을 하나로 보았다. 그래서 모든 일들이 불가능해보이고 양극성 장애란 프레임에 갇혀 오직 어둠만 보였다. 그러다 차츰 내게는 양극성 장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과 희망, 꿈 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양극성 장애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다.


앞으로 조금씩 지난 5개월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일들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블로그를 운영하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귀찮아서.... 브런치, 너로 정했다!!!ㅋㅋㅋㅋ

장기간의 양극성 우울증 상태에서 벗어나니 요즘 많이 유쾌해졌다. 덕분에 글을 쓰다가 뜬금포를 터뜨리기도 한다. 약간 이상하더라도 그냥 봐주시길 :)


과도기 이야기는 다음에 쓰겠습니다! 5개월 동안 글쓰고 뭐한다고 팔을 혹사시켰더니 관절과 인대가 안좋아져서 조금쓰면 쉬어야 하거든요ㅜㅜ 더 쓰고 싶지만 좀 쉬라고 통증이 오네요ㅎㅎ 그럼 다음 글로 찾아뵐 때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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