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Sail of Argo

정신과에 가기전에 주의해야 할 점 1

지레짐작 하지 마세요!

by Argo

요즘 여러 가지 요인 - 설명하자면 길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중에 따로 설명할게요! -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10대 질병 중에 우울증이 있을 정도였으니...


언론을 통해 유명인들의 정신질환이 많이 보도 되고 범죄자들을 통해서도 널리 알려진 덕분에 최근에는 비교적 사람들이 정신질환에 대해 많이 접하면서 이전에 비해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지기는 했다.

주변에도 스스로 본인의 문제를 인식하고 정신과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꽤 있다.


그렇다면 정신과에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가진단을 해서 정신과나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본다. 정말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스스로의 상태를 인식할 수 있다면 그게 효과가 있겠지만, 대체로 증상을 과장하거나 확대해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자가진단을 토대로 미리 확정지은 다음 의사에게 가서 “이러이러한 진단을 해보니 00이라는 질환 같은데 맞나요?” 라고 묻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암이라든지 당뇨병 같은 질환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단 방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신과 질환은 아직까지 다른 질환 같이 객관적인 진단 방법이 거의 없다. 같은 환자라도 의사의 경험이나 어느 증상에 초점을 두는지 등에 따라 진단명이 바뀐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진단이 가능한 내과적 외과적 질환에서도 오진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그런 진단이 존재하지 않는 정신과는 오죽하겠는가.


그리고 의사 또한 사람인지라 환자가 말하는 내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환자가 이런 증상이 이런 병 아니냐고 물어보면 의사들이 신경쓰지 않으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연관지어 생각할 수 밖에 없다(<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이라는 책 참고).


따라서 정말 객관적으로 진단을 받고 싶다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진단이나 원인을 믿지 말고, 전문 서적에 나오는 증상에 대한 설명이나 DSM을 보는게 좋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보고 어느 정도 확신이 생겼어도 그 내용을 절대로 의사에게 이야기하지 마라. 단지 지금 상태가 어떻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가져가는게 좋다.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 진단 기준 중에 수면 시간의 감소라는 항목이 있다. 당신이 만약 수면시간이 감소 되었다면, 평소에는 얼만큼 잤는데 요즘은 얼마나 자는지, 이런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등을 최대한 자세히 적어보는 것이다. 단지 읽고 나서 ‘어 이거 내 증상 같은데?’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정말로 그런지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사실에 근거해 기록해서 의사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의 근거가 된다. 진단의 많은 부분이 환자의 진술을 토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최소 두군데 이상의 정신과를 가서 동일한 진단이 나오는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암도 세군데 이상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얼마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진단내리고 약처방하는 의사들은 일단 의심해야 한다. 암 진단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 것처럼 정신 질환 또한 마찬가지이다. 진단 기준인 DSM에서도 해당 질환에서 보이는 증상이 있다하더라도 이것이 다른 의학적 상태나 물질에 의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야 그 질환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해 두고 있다. 따라서 정말 제대로 된 의사라면 진단을 내리기 전에 심리검사나 내과적 질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진행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양극성 장애의 경우 갑상선 기능의 이상으로 비슷한 증상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갑상선 검사가 필수적이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지만, 정신질환은 특히 약물 부작용이 심하고 질병의 예후가 나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 전문 서적, 특히 대학 교제로 사용되는 책을 말한다-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알아야 의사의 잘못된 판단에 희생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같이 입원한 환자 중에는 오랜 기간 동안 조현병으로 알고 치료 받다가 나중에 양극성 장애로 진단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이 그냥 정신과 가서 약 좀 먹고 하면 나아지고 괜찮아지는 건 절대 아니다. 앞서 소개한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정신과에서의 진단은 매우 어렵고 오진의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자신의 질병이 명백히 존재하는데도 부정하면 안되지만 최소한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다음번에는 약물치료에 대해서 쓰려고 합니다. 4년동안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 온 사람으로써 약물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부작용은 어떤 게 있으며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부작용이 아예 없을 수는 없습니다. 부작용이라는 게 없다면 정신과 약을 그냥 감기약처럼 약국에서 팔겠죠... 부작용 없다고 말하는 인간들은 그냥 사기꾼이니 믿지 마세요. 약학 정보에 보면 정신과 약은 거의 대다수가 임산부는 절대로 복용하면 안되거나 매우 주의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등에 대해서 다뤄 보려구요. 개인적인 경험이라 주관이 어느 정도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의학적인 사실에 기반해서 쓸려고 해요. 더 나아가 저는 일반적으로 정신 질환을 의학적인,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에서 더 나아가 심리사회적인 접근을 할 생각입니다. 의사들은 생물학적인 요인을, 심리학자들은 심리적인 요인을 좀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나 서적을 보면 정신질환은 단일 요인에 의해 발병 되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도 이 설명을 지지하구요. 어쨌든 다음에 또 시간나면 들르겠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난 5개월을 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