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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 the 하트히터 May 01. 2020

과거를 놓아주는 법

feat. 마주할 용기

모든 것이 나 때문이다



살면서 이토록 애착을 가진 적이 없었다. 나 자신보다 늘 우선시했다. 보상과 인정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순수한 믿음과 책임감이 전부였다. 그렇게 '당위적인 자기'로 살아온 수많은 시간들. 하지만 결국 나만 바보였다. 너무나 미련하고 무지했기에 받은 대가였다. 그것이 나를 미치도록 화나게 만들었다. 나의 상황, 나의 상태 모든 것들이 거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나에게 고통과 상처를 준 사람들을 탓하기도 했지만 그것조차도 결국 나를 향한 분노로 되돌아왔다. 그들을 비판적 사고 없이 받아들인 것도 결국 나였기 때문이다.


외상 사건은 기본적인 인간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가족, 우정, 사랑,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애착이 깨진다.

- <트라우마>, 97p




회복을 위한 역량 강화


생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회복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분명하게 불공평한 이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 곧 역량 강화의 첫걸음이 된다.

- <트라우마>, 320p


'주디스 허먼'<트라우마>는 결코 순순히 읽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난 나의 안 좋은 기억들을 죄다 끌어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누구나 살면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수많은 고통과 상처들이 있을 텐데, 그것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자꾸 과거의 기억과 감정이 플래시백처럼 떠올라 책이 도무지 읽히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임을 알기에 떠오른 기억들을 마주하며 끝까지 읽어갈 수 있었다.


끔찍한 사건을 기억하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 질서의 회복과 개별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 <트라우마> 서론 중




나는 새롭게 작동하고 있다


완성된 완결이란 없음에도,
때로는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나 일상생활의 과제로 생존자의 주의를 돌리는 일이 적절하다.
일생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능력이 회복되고,
대인 관계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는 완결의 좋은 지표라고 볼 수 있다.

- <트라우마>, 352p


저자는 생존자가 외상 환경에 의해 형성된 자기를 인식하고 '놓아 버릴' 때,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은 더 쉬워진다고 했다. 나 또한 더 이상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몰아붙이지 않는다. 때로는 나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 반성을 하지만 그것이 왜곡되어 내 삶을 파괴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외상의 완결에는 종착지가 없지만 과거의 나를 마주하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새롭게 작동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 나의 과거의 손을 놓아줌으로써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살아 있는 한 매일 외상이 생각날 것이다.
매일 슬퍼할 것이다.
그러나 외상은 더 이상 인생의 중심이 되지 못한다.

- <트라우마>, 325p




* 참고 :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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